[유럽 순방 결산] 7박 9일간 ‘지구 반 바퀴’ 강행군…‘선진국’ 역할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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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1-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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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G20·영국 COP26·헝가리 V4 일정 소화

  • 비행시간 30시간·시차 5번 변경…33번 공식일정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 등 7박 9일 간의 유럽 순방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은 ‘한반도 평화’, ‘기후위기 대응’, ‘경제 회복’의 3대 키워드로 정리된다.

지난달 26~27일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로 몸을 푼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부터 본격적인 다자외교에 나섰다.

이탈리아 로마를 시작으로 영국 글래스고,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3개국을 방문하는 동안 비행거리 총 2만2800㎞, 비행시간 29시간25분, 공식일정 33회 등의 기록들을 남겼다.
 
방문국마다 평화·기후·경제 외교…‘선택과 집중’으로 성과 극대화
지구 한 바퀴가 약 4만㎞인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7박 9일간 이동한 거리는 지구 반 바퀴가 넘는다. 비행시간도 4차례의 비행으로 약 30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동하는 동안의 시차도 5번이나 바뀔 정도로 강행군이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여러모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심정”이라며 “오전 10시에 나오셔서 밤 10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이제 일정의 절반을 지났을 뿐인데 발에서 피가 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동 기간만큼 일정도 많았다. 문 대통령은 순방 기간 동안 총 33회의 공식일정을 소화했다. 하루에만 적게는 4개에서 많게는 7개의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교황 면담을 포함해 총 10회의 예방 또는 면담, 회담을 거쳤고 회동이나 조우의 경우 다자회의였던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총 14차례 있었다. 주요 연설 및 발표는 8회에 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방북을 제안하는 등 임기 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마지막 불씨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교황의 방북 의지를 재확인하며 한반도 평화의 불씨를 살린 것과 함께 문 대통령의 또 다른 유럽 순방 성과는 글로벌 이슈에서 ‘선진국’ 입지를 다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는 과감한 목표로 다른 국가의 동참을 장려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는 K방역의 성과를 바탕으로 발언권이 커졌다는 게 평가를 받았다.

이탈리아 G20 정상회의와 바티칸 공식 방문에서 ‘평화 외교’, 영국 COP26에서 ‘기후 외교’에 이어 헝가리에서는 ‘경제 외교’를 펼친 것이다.
 
기시다 日총리 면담 불발…‘탈원전 모순 논란’ 아쉬움
아쉬움도 남았다. 기대를 모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별도의 회담 없이 짧은 ‘조우’를 하는 데 그쳤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만남도 성사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워싱턴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성과로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지만, 기시다 총리와 만나지 못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6개월 정도 남은 문 대통령의 임기 동안 G20·COP26과 같은 다자외교 무대가 마련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시다 총리와의 양자회담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COP26 기조연설을 마치고 곧바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단시간 회담’을 가졌다. 지난달 4일 취임한 기시다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헝가리 비세그라드 그룹(V4, 헝가리·슬로바키아·폴란드·체코)과의 정상회담 및 비즈니스포럼 과정에서 나왔던 ‘원전 모순 논란’도 국내의 탈원전 기조와 충돌하며 논란이 증폭됐다.

아데르 야노쉬 헝가리 대통령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한국과 헝가리, 양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약속했다”면서 원전 문제를 언급했다.

아데르 대통령은 “양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이는 불가하다는 것이 공동 의향”이라며 “원전 외에 한국은 풍력, 헝가리도 한국과 동일하게 태양열 기반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화하고 싶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아데르 대통령의 발표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원전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데 양국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논란이 시작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개도국에 원전을 지어주겠다고 한 것이 모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2050년 탄소중립까지도 원전의 역할은 계속된다는 것”이라며 “다만 신규 원전 건설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또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이제 폐쇄한다는 입장”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톡톡한 문 대통령 내조…이번에도 ‘김정숙표 소프트 외교’ 빛났다
김정숙 여사의 ‘내조 외교’는 이번 유럽 순방에서도 돋보였다. 순방 기간 문 대통령과 동행한 김정숙 여사도 G20에서의 배우자 프로그램 및 헝가리 영부인 주최 오찬 등 8차례 단독 일정을 비롯해 총 16차례의 공식일정을 소화하며 ‘내조’에 힘썼다.

김 여사는 각국마다 역사와 문화를 ‘매개체’로 소통 행보를 했다.

김 여사는 지난달 30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의 배우자 모임에서 미국의 질 바이든 여사부터 찾았다. 김 여사는 바이든 여사에게 “평화를 위한 여정에 한·미가 함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탈리아의 마리아 세레넬라 카펠로 여사에게는 “교황에게 방북과 함께 종전선언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만찬에서 뵙게 될 (남편인) 드라기 총리에게도 특별히 부탁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이탈리아의 로마한글학교를 방문, 학생들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수업에 참여했다.

김 여사는 창밖으로 콜로세움이 보이는 로마한글학교의 교실에서 진행된 수업에서 콜로세움과 한글을 함께 담은 학교 상징그림을 보고 “이탈리아와 한국을 모두 가슴에 품은 상징도, 학생들도 멋지다”면서 “멀리 떨어진 이탈리아와 한국이 짝꿍처럼 가까운 이웃나라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3일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 부인 헤르체그 어니떠 여사와 함께 에이펠 아트 스튜디오도 찾았다. 이곳은 19세기 말 철도 역사로 지어져 기차 수리 공장으로 사용되던 건물로, 문화단지 재생사업을 통해 지난 10월 헝가리 국립오페라단 아트센터로 재개관했다.

이어 같은 날 헝가리 국가기록원을 방문, 한반도 동쪽 바다를 ‘소동해’라고 명시한 고(古)지도를 전달받았다. 김 여사가 방문한 헝가리 국가기록원은 1756년 유럽 최초의 기록보존소로 설립돼 현재는 3000㎞에 달하는 방대한 문서를 보존·관리 중이다.

4일에는 헝가리 한국문화원 수강생들을 만나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이를 널리 알리고 있는 젊은이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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