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조원이 넘는 부채로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恒大)그룹이 막대한 채무를 갚기 위해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조달에 열을 올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헝다그룹이 지난달 보유 제트기 2대를 처분해 마련한 5000만 달러(약 593억2500만원)를 만기를 맞은 달러채 이자를 지급하는 데 충당했다고 보도했다. 헝다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제트기는 미국 항공기 투자자가 매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헝다그룹이 만기 도래한 2건의 달러채 30일간 유예기간에 맞춰 지난달 이자를 지불했는데 제트기 매각 절차도 같은 달에 마쳤다고 전했다.
쉬자인(許家印) 헝다그룹 회장은 자신 또는 헝다 계열사 명의로 초호화 제트기를 구입해 자신과 가족, 회사 간부들이 세계 각지로 이동하는 데 사용해왔다. 지난달 헝다그룹이 처분한 걸프스트림 제트기 2대는 보유기 가운데 소형이다. 헝다그룹은 현재 에어버스 ACJ330의 매각 공고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ACJ330은 에어버스가 2016년 A330-200 프레스티지 기종을 VIP 맞춤형으로 만든 세계에서 4대뿐인 모델이다.
4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헝다그룹 자회사가 보유한 성징은행(盛京銀行) 지분이 기존 49.59%에서 19.85%로 줄어들었다. 헝다그룹은 지분 매각을 통해 110억 위안(약 2조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했다고 중국 펑파이신문이 이날 전했다. 이에 따라 성징은행의 1대 주주는 헝다그룹에서 국유기업인 선양시 성징금융투자그룹으로 바뀌었다.
펑파이신문은 성징은행의 공고를 인용, 헝다그룹이 성징은행 지분을 두 차례에 걸쳐 양도했다고 전했다. 첫 번째는 주당 6위안에 1억6700만주를, 두 번째 매각에서는 주당 5.7위안에 17억5300만주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헝다그룹을 둘러싼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달 29일 유예기간이 끝나는 달러 채권의 이자를 지급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헝다그룹은 당장 오는 11일까지 1억4800만 달러의 채권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외 올해 추가로 4건의 채권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
이에 헝다그룹은 부채 위기 이후 지체가 됐던 아파트 등 부동산 분양 인도 업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헝다그룹은 웨이신 공식 계정을 통해 2021년 7~10월 중 5만7462명의 고객에 대해 총 546차 분양 인도를 마쳤다고 밝혔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부동산 개발을 완공해 고객에게 인도하고 잔금을 받게 되면 자금 사정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문제는 중국 주요 부동산 업체들의 디폴트 도미노 조짐이다. 앞서 지난 5일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자자오예(佳兆業·카이사)는 부채 부담 속에 홍콩 증시 거래를 중단했다. 자자오예는 자회사 진헝재부(錦恒財富)가 발행하고 자자오예가 보증한 128억 위안(약 2조원) 규모 금융투자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지만 유동성 부족 문제로 상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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