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을 역사로 만들 때가 됐다."

영국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이 같은 표지로 석탄의 변화된 위상을 표현했다. 석탄은 18세기 '산업혁명'을 이끈 주역이다.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한 이후 석탄은 인류에게 반드시 필요한 동력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는 이전과 달리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됐다.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 등 기후 위기를 불러일으킨 탓이다.

국내에서도 더 이상 기후 위기를 지켜볼 수 없다는 절박한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통령 직속부서인 탄소중립위원회와 관계부처는 탄소배출량을 고점인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40%로 상향 조정하고,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해 발표했다.

놀라운 점은 정부의 목표에 대한 의견 차가 매우 크게 벌어져 있다는 것이다. 산업권에서는 지나치게 과도해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지만, 반대로 환경단체에서는 목표가 너무 미흡해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책이라 할 수 없다는 날선 지적까지 나온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정부의 목표치가 얼마나 과중·과소한지 측정하는 데 집중할 뿐, 석탄이 역사로 퇴장하는 데 따른 사회적 변화를 앞서 생각해보지 못하는 것 같다.

석탄은 산업혁명이라는 기술적 진보뿐 아니라 기존 질서를 뒤흔든 인류 역사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산업 발달에 따른 부르주아 계급 성장과 빈부격차 문제가 대두되면서 신분제 중심의 중세적 질서가 바뀌는 계기를 만들었다. 공산주의도 산업혁명에 따른 신분제 재편의 결과물에 가깝다는 점은 감안해 본다면 석탄이 인류에 끼친 영향은 결코 적지 않았다.

석탄은 등장만큼이나 퇴장 때도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석탄의 시대가 저물면서 기술적 변화를 뛰어넘는 사회적 변화가 촉발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현재 석탄처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석유 기반 내연기관만 생각해보더라도 그렇다. 석유를 기반으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만드는 데 쓰이는 부품이 대략 2만개 가까이 된다. 이 부품을 만드는 공장 중 상당수는 기술 발전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며, 기술자들도 대부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30년과 2050년까지 없어질 것으로 보이는 직업과 기술이 한 두 개가 아닌 상황에서 대규모 사회적 변화가 일어날 것은 자명한 이치다. 문제는 사회적 변화를 이유로 탄소중립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이 탄소중립을 원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석탄·석유를 고집한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다만 기술적·사회적 변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인간의 문제와 고통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목표가 얼마나 적정한지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가 무엇인지에 더욱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석탄이 역사에 등장한 산업혁명 시기,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은 기계파괴운동(러다이트운동)을 일으켜 사회적 변화에 인류의 큰 고통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알렸다. 석탄이 역사에서 퇴장할 때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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