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재개에도 웃지 못하는 숙박업계...“매출에 도움될까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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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1-1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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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드코로나에 멈췄던 숙박대전 재개

  • 영세 숙박업체 "숙박 앱 영향력만 더 커질 것…일부 업소 소외"

  • 일부, 소비촉진 기대감도 내비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코로나 확산으로 중단됐던 안전여행과 함께 하는 대국민 숙박 할인쿠폰 지원사업을 11월 1일 일부 시도를 중심으로 우선 재개하고, 4일부터 전국으로 확대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이달 1일부터 숙박시설을 예약하면 최대 5만원을 지원하는 '숙박대전'을 재개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쿠폰 활용이 온라인에 국한돼 있고 무엇보다 국내 대형 온라인여행사(OTA)를 통해서만 소비쿠폰을 활용할 수 있어 플랫폼을 이용 안 하거나 활용 비중이 낮은 숙박업주는 혜택에서 제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5일 숙박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했던 숙박 분야 소비할인권 발급을 재개하고 총 565억원을 들여 숙박시설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이는 지난번 진행했던 숙박대전 예산보다 약 2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온라인 예약 시 7만원 이하 숙박은 2만원, 7만원 초과 숙박은 3만원을 할인한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일부 지자체와 협업해 7만원 초과 숙박 시 5만원을 할인하는 할인권도 7만장 배포한다.

할인쿠폰에 대한 비용은 정부가 100% 부담한다. 앞서 지난 숙박대전 당시 일부 비용을 업계에 부담하며 숙박업주와 플랫폼 기업 간 갈등이 조장된 점을 고려해 내린 조치로 풀이된다.

숙박대전 참여 플랫폼 업체가 야놀자, 여기어때 등 대형 OTA에만 편중돼 있다는 의견도 수용해 올해는 ‘원픽’과 ‘꿀스테이’ 등 착한 수수료를 자랑하는 플랫폼들을 대거 참여시켰다. 정부가 올해 숙박대전이 지난해와 달리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경기를 살리는 회심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이유다.
 

코로나 여파에 객실 임시 휴장한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정부 취지는 이해하나 소비쿠폰 사용이 온라인 플랫폼에 한정돼 있는 한 숙박업주들의 매출 상승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호텔을 운영중인 김모씨(53)는 “취지는 공감하나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소비쿠폰으로 방이 많이 팔린다 해도 숙박업체들이 수수료나 광고료를 10%씩 계속 떼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인천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오모씨(62)씨 역시 “작년에도 소비쿠폰 발행한다고 시끄러웠지만, 소비쿠폰을 활용해 업소에 유입된 고객은 10명도 안 됐다”면서 “오프라인에서도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면 모를까, 결국 소비쿠폰 사용이 고급 호텔에 쏠리게 될 건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현재 문체부는 불법 숙박업소·결제 등의 문제로 소비쿠폰의 오프라인 활용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막아놓은 상태다. 문체부 관계자는 “오프라인 활용에 대한 숙박업주들의 요구는 알고 있지만, 불법 숙박업소 문제부터, 결제과정에 생길 오류까지 고려해 이번에도 오프라인 활용은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원픽]


사전 홍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행사가 이미 시작됐지만, 사전 공지를 플랫폼 측이나, 정부로부터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숙박업주 의견이 대다수다. 특히 원픽과 꿀스테이 등은 아무리 수수료가 낮아도, 타 플랫폼 대비 업주나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활용도가 낮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 용인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이모씨(42)는 “숙박대전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관련해서 어떤 정보도 전달 받은 것이 없다”면서 “꿀스테이나, 원픽만해도 아무리 수수료가 낮고 좋은 점이 많다고 해도 업주는 물론 가장 중요한 소비자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사용하냐”고 말했다.

꿀스테이는 지난해 대구경북에서 출시해 올들어 수도권과 주요 대도시까지 진출한 착한 숙박앱으로 광고비를 아예 없애고 수수료를 대형앱보다 낮게 한 게 특징이다. 가맹 숙박업체는 월 예약 건수에 따라 10만~50만원의 정액 요금만 내면 된다. 회원사 2만여곳의 대한숙박업중앙회와 국내 한 IT기업의 합작법인 '원글로벌'이 만든 '원픽'도 현재 6%의 비교적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워 착한앱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금성 지원이 차라리 낫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호텔을 운영 중인 김모씨(51)는 “손실보상에서도 제외업종으로 숙박업체를 외면하더니, 이제는 모텔은 제외하고 온라인 이용자에 한해서만 소비쿠폰을 제공해준다는 걸 보면 기가 찬다”면서 “이럴 바엔 그냥 모두 똑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현금성 지원을 해주는 게 더 형평성에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약 80만 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손실 보상 온라인 신청과 지급을 시작했다. 소상공인들은 모든 업종에 대한 손실 보상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숙박업·여행업·전시업·실내스포츠업 등을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면적당 인원제한 조치를 부과받아 매출이 줄었지만 직접적인 집합금지나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숙박대전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업주도 일부 있었다. 충남 천안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함모씨(61)는 “지난번 숙박대전의 경우,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대표 플랫폼 업체에다만 지원해주는 바람에 숙박대전의 본연의 취지하고는 맞지 않게 예산이 낭비됐다”면서도 “올해는 원픽, 꿀스테이 등 다양한 업체들도 참여해 더 많은 숙박업소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 회장은 “문체부와 지속적인 협의 끝에 올해는 원픽과 꿀스테이 등 신생업체에게도 소비쿠폰 발행을 우선적으로 할 수 있게끔 해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신생업체에 대한 활용도가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각 지자체·지회에 홍보하고 있어 작년과는 다른 업계 반응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숙박대전은 1일 △경기 △인천 △강원 △세종 △충남 등 서울 외 지역을 시작으로 진행되며, 오는 4일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쿠폰을 선착순 지급한다. 발급 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쿠폰을 사용해야 하지만, 소멸 시 다음날 재발급 받을 수 있다.

숙박 할인권은 국내 50여 개 온라인여행사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참여 온라인 업체는 11번가, 야놀자, 여기어때, 웹투어, 인터파크, G마켓, 타이드스퀘어, 트리플, 티몬 등 총 47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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