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뿐인 탄소감축] "14.5%도 쉽지 않다"···좌절하는 산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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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11-0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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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세부 계획에 대해서 산업권과 환경단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환경단체는 2018년 대비 40%의 탄소 감축을 목표하는 이번 계획에서 산업권의 목표치는 14.5%에 불과해 과도한 봐주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산업권은 단순히 14.5%라는 숫자 뒤에 숨어있는 난관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생산량을 끌어올려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서도 시원치 않은 시점에 오히려 생산량을 줄여야 할 상황에 처한 탓이다. 실제 몇몇 기업에서는 때마침 획기적인 신기술이 개발되는 행운이 없다면 생산량을 대폭 줄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산업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제시한 2030년 NDC 상향안은 전환·산업·건물·수송·농축수산 등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모든 부문에서의 감축 방법을 총동원해 2030년까지 연평균 4.17%씩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14.5% 목표도 난관 많아···"노동자 다수 일자리 잃는 데 대책 없다"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온실가스 주요 배출 산업에서 원료 및 연료 전환 등 방법을 활용해 2018년 대비 2030년에는 14.5%(3790만톤)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한다는 목표다.

세부적으로 석유화학 업계는 중유를 100% LNG로 전환하고 바이오원료를 활용하는 등 방법으로 온실가스를 950만톤(t) 줄인다. 철강 업계에서는 에너지 절감 15%를 달성하고, 전로에 철스크랩을 적용하는 등 방법으로 온실가스를 230만t 감축한다.

다른 업종에서도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산업단지의 열병합 발전 설비 연료를 석탄·석유에서 LNG(38%), 바이오(18.3%)로 전환하는 등 방법으로 2200만t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탄소중립위원회 제공]
 

다만 해당 계획이 공개된 이후 여러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 2억6050만t의 탄소를 배출해 2억6960만t의 전환(발전) 부문과 함께 배출량 투톱을 달리면서도 감축 계획에서는 엄청난 배려를 받았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아울러 전환 44.4%, 폐기물 46.8%, 수송 37.8%, 건물 32.8%, 농축수산 25.9% 등 부문별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 중 산업권의 14.5%가 가장 완만한 목표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지난달 말 환경단체 몇 곳은 NDC에서 배려를 받는 산업권을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반면 산업권은 14.5%라는 일견 쉬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입장이다. 우선 제조업이 많은 국내 기업 특성상 설비 전환으로 노동자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신재생 에너지 기반의 설비로 전환해야 된다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설비에 익숙하지 못한 관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설비 전환 비용도 문제다. 전국경제인연합이 지난 8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대상 업체 350곳을 대상으로 NDC(당시 35% 감축 목표)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한 126개 업체 중 84.1%(106곳)가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이후 NDC 목표가 40%로 상향 조정됐다.

◆"2050년 목표 비현실적"···대기업도 방법 없어 신기술에 올인

산업권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더 큰 비판이 나온다. 2018년 온실가스 2억6050만t을 배출했던 국내 산업계가 2050년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규모는 불과 5110만t에 그친다.

문제는 2018년 기준 국내 산업권에서 가장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았던 기업인 포스코의 배출량이 7312만t 수준이라는 점이다. 즉 2050년에는 수백곳이 넘는 산업권 사업장 전부가 2018년 포스코 한 곳의 70% 수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비현실적인 목표가 제시되다 보니 상당수 기업이 획기적인 신기술에 회사의 운명을 걸고 있다.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으로 지목된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현재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이라는 신기술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다. 포스코가 지난달 초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HyIS 2021)'을 열고 48개국 348개 기업·기관의 2028명과 머리를 맞댄 것도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위한 것이다.

다만 획기적인 신기술이 간단히 개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수소환원제철로의 설비 전환과 기술 적용에 총 109조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김학동 포스코 사장은 최근 수소환원제철의 기술 개발과 설비 전환에 총 30조~40조원의 비용을 투자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에 성공할지 확실치 않다. 자칫 기술 개발에 실패한다면 감산밖에 방법이 없다. 실제 철강업계는 신기술의 변수가 없다면 포스코가 2030년부터 매년 단계적으로 생산량을 낮춰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050년 목표 등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포스코 수준의 대기업도 다른 방법이 없어서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면서 신기술 개발에 목을 매고 있다"며 "탄소 감축이 반드시 필요하긴 하겠지만 NDC 목표가 과학적·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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