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총력전도 소용없다… 전력난 직격탄 맞은 中 이우 ‘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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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1-10-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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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대 잡화 생산도매 기지 中 저장성 이우

  • "코로나19 타격 컸던 지난해보다 어려워"

  • 중소업체 노동자들 죽을 맛... 새벽 근무에 월급 줄어

이우 국제상무성 내부 모습 [사진=이우 국제상무성 홈페이지]

#. 121만평에 달하는 중국 저장성 이우시의 잡화 도매시장인 국제상무성(國際商務城) 건물 내는 몇 달 전부터 에스컬레이터가 멈췄다. 에어컨도 작동하지 않고, 전기 불도 드문드문 들어온다. 늦더위에 지친 상점 주인들은 매장에서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긴 가운데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희망을 잃은 모습이다.

#. 국제무역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우 산업단지의 한 포장지 공장 운영자는 “시장이 엉망진창”이라고 토로한다. 원자재 가격은 물론 노동자 임금, 건물 임대로 마저 오르고 있는 가운데, 생산이 제한됐다며, 코로나19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한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취재진이 직접 찾은 이우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이우는 전 세계 최대 잡화 생산도매 기지다. 이곳엔 각종 잡화 가공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연말 연시 크리스마스, 설 연휴는 이우의 최대 성수기다. 이곳서 가공된 크리스마스 용품이 전 세계로 수출된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전력난 탓이다. 당국이 전력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처참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감안해 신규 주문을 받지 않았는데, 공장 가동이 어려워지면서 그나마 받았던 생산물량을 맞추기도 어려워졌다. 발전기라도 돌려 물량을 맞추고 싶지만 발전기를 가동하는데 필요한 디젤 가격마저 너무 올랐다.

포장지 공장 운영자인 허메이링은 “만약 이달 말까지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고,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작은 사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근로자들의 피로감이다.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으니 가동이 가능한 시간에는 하루 15시간 이상씩 근무를 해야 한다. 밤을 새고 교대근무를 하지만 월급은 40% 이상 줄었다. 수익 악화에 시달리는 공장들이 제대로 된 월급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피로감이 덜한 대형 공장들은 대부분의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했다. 중국 중장비 제조업체인 싼이중공업 관계자는 “전력 피크타임을 피해 공장 가동 시간을 전부 야간으로 조정했다”며 “이 때 생산의 대부분은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은 발전용 석탄 생산과 외국산 석탄 수입을 대폭 늘리는 등 전력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석탄산지인 네이멍구와 산시(山西)성에 생산 능력을 대폭 늘리기로 했고, 러시아·인도네시아·카자흐스탄 등에서 석탄 수입도 크게 늘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CM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중국의 전력난이 내년 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중국의 전력난은 최악의 경우 아시아 전체 공급체인을 무너뜨릴 것이며, 운송비용과 제품 가격 상승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마이클 테일러 무디스 아시아태평양 최고신용책임자(CCO)는 “일부 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높은 전력 비용을 떠넘기면 소비자의 구매력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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