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대책] 2금융권도 ‘고강도 대출 조이기’ 현실화…취약계층 '대출 난민'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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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1-10-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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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6일 발표한 ‘가계부채 보완대책’에서 제2금융권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한층 강화됐다. 해당 대책 발표 이후, 대출 수요가 2금융권에 급격히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이로 인해 중·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향후 점진적으로 대출길이 좁아지면, 소외계층의 자금난도 그에 비례해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2금융권 DSR 50%…더 조인다

이번 대책에서 2금융권 관련 내용 중 가장 눈여겨볼 것은 강화된 ‘DSR 기준’이다. 현재 60%가 적용된 차주 단위 DSR을 50%까지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당초 예고됐던 조정 예상치(40%)보다는, 다소 완화된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DSR 적용 범위(40%)와도 10%포인트 격차가 있다. 2금융권의 대출 취급 유형 및 비중이 1금융권과 다른 점이 참작된 결과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소득 증빙이 어렵고 담보물이 표준화된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인 경우가 많아 1금융권과 합리적인 차이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관련 규제율이 10%포인트 낮아지면서 상당한 대출 억제 효과를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월부터는 차주 단위 DSR을 산정할 때 카드론도 포함 시키기로 했다. 당초 계획했던 적용 시기(7월)보다 6개월가량을 앞당긴 셈이다. 그간 DSR 규제에 카드론을 포함하지 않았던 건 저소득·저신용자의 신용위축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현시점에선 그보다 취약차주의 부실 우려가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만약 연소득 4000만원 차주가 카드론 800만원(연 13%, 만기 2년, 원금균등상환)을 신청할 경우, 주담대 1억8000만원(연 2.5%)과 신용대출 2500만원(연 3.0%)을 보유하고 있다면 한도가 636만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이외 카드론 다중채무자와 관련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키로 했다. 다중채무자에겐 5개 이상 카드론 취급을 제한하거나 다중채무에 따른 이용 한도 차등 등을 권고할 방침이다. 또 내년 7월부터는 상호금융권 비조합원 대출관리를 위한 예대율도 정비한다.

◇규제 강화에 바닥 드러내는 2금융권 대출 여력…갈곳 잃은 중·저신용자

문제는 금융 취약계층이다. 2금융권에 대한 고강도 ‘대출 조이기’ 현실화 이후, '대출 난민'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금융권의 대출 여력이 바닥난 상황에 DSR까지 조이면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까지 2금융권의 전체 대출 여력은 9월 말 기준으로 1조1400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번 조치로 전체적인 대출 속도 조절은 가능하겠지만, 결국 가계부채 질은 악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출 범위가 불법 사금융으로 밀릴 경우, 심각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불법 사금융 업체들의 평균 이자율은 연 50%에 육박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등록 불법 사금융 업체의 평균 이자율은 연 46.4%로 조사됐다. 이는 법으로 규정된 금리 상한선 연 20%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현재 금융환경이 금리 상승기인 점도 이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포인트 높아질 경우 대출을 보유한 전체 가계가 내야 할 이자는 12조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이자는 늘어나지만, 규제가 강화되면서 급전을 융통할 창구는 없다. 결국 빚을 청산하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는 사태가 연달아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정책금융의 활용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2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 이후, 소외계층의 자금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정책금융 상품의 한도 상향을 통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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