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초완화 시대' 오나?...'EU의 매파' 독일 중앙은행 총재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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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10-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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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가 임기를 5년 남겨두고 돌연 사임했다. 바이트만 총재는 그간 유럽연합(EU) 통화정책에서 거의 유일하게 매파적(긴축 선호 성향) 발언을 이어왔던 터라, 이후 여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바이트만 총재는 성명을 통해 올해 12월 31일 부로 분데스방크 총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성명은 사임 이유를 '개인적인 사유'라고 전했다.

지난 2011년 5월 분데스방크 총재에 취임한 그는 당초 임기를 2027년까지 5년 가까이 남겨두고 있었다. 한 소식통은 그가 올해 초 사퇴를 결심했지만, 자신의 퇴임이 지난 9월 치러진 독일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이트만 총재는 이날 별개로 내놓은 공개서한에서 "세월이 10년이 넘게 흘렀기에, 나를 위해서나 분데스방크를 위해서나 새로운 장을 넘길 때가 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사임 소식을 들은 크리스틴 라가드르 ECB 총재는 성명을 통해 "아쉽지만,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매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만, '개인적인 사유'라고 밝힌 그의 사임 이유에 대해서 유럽 금융계는 여러 해석을 내고 있다. FT는 일부 분데스방크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수적인 매파 성향의 그가 통화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 정책에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바이트만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 이사회 의장과 ECB 이사회 이사를 겸직해오면서, ECB에서 거의 유일하게 매파적 발언을 이어갔던 대표적인 인사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될 때까지 기준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ECB의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해 그는 줄곧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날 역시 그는 분데스방크 내부 메시지를 통해 "ECB의 통화 완화 전략과 관련해, 디플레이션 위험을 일방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추후의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위험 역시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과 유럽 언론과 금융계는 향후 그의 사임이 ECB의 통화 정책 방향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날 독일 최대 일간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FAZ)는 '시대의 종결(Das Ende einer Ära)'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제 금융위기 이후 '건전 재정', '긴축 정책' 등 독일 분데스방크의 정책 전통이 유럽의 통화 정책에 강한 영향을 미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홀거 슈미딩 베렌베르크방크 수석 경제학자는 독일 경제지 카피탈의 기고문을 통해 "바이트만의 사임에도 2023년 말 채권 매입 중단 등 유럽의 기존 통화정책에는 큰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후 사민당(SPD) 정권에 따라 새 총재는 덜 강경하면서도 유럽과 독일의 안정성을 추구할 성향의 인물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앤드루 케닝헴 캐피털이코노믹스 유럽 담당 경제학자 역시 "분데스방크는 ECB 이사회에서 여러 목소리 가운데 하나일 뿐이기에 극적인 정책 변화를 야기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분데스방크의 새 총재는 라가르드 총재가 ECB를 이끌고 있는 비둘기파적이고, 친환경적 방향을 더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의 후임에는 클라우디아 부흐 분데스방크 부총재, 이사벨 슈나벨 ECB 이사, 옌스 울브리히 분데스방크 수석 경제학자, 폴커 빌란트 독일 연방정부 경제자문위원 외르그 쿠키스 독일 국무장관, 마르셀 프라츠셔 독일경제연구원(DIW) 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독일의 차기 연립정부가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후임 전망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지난 9월 총선에서 승리한 사회민주당(SPD)은 녹색당, 자유민주당(FDP)과 연정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이들 정당은 공식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며, 올해 성탄절(12월 25일) 전후로 연정 구성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왼쪽)와 크리스틴 라가드르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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