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아세안 압박에 민주화 시위대 5636명 석방...무력 탄압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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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10-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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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배제되자 구금 중이던 민주화 시위대를 대거 석방하고 있다. 국제적 고립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지만, 다른 한편으론 여전히 민주화 시위대에 대한 탄압은 이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이라와디 등 현지 언론은 이날 미얀마 군부가 구금된 민간인 5636명을 석방한다고 전했다. 군부는 이달 말 타딩윳 축제(불빛 축제)를 맞아 인도주의적 이유에서 이들을 석방한다고 밝혔으며 석방자 명단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다.
 

18일(현지시간) 밤 미얀마 양곤 인세인 교도소에서 석방된 여성(왼쪽)을 마중 나온 여성의 어머니. [사진=AP·연합뉴스]


이라와디는 이날 사면 대상자 중 약 1300명은 반군부 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수감됐으며, 나머지 4300여명은 반체제 활동 혐의로 기소된 인원이라고 전했다. 또한, 매체는 이날 사면 명단에 반체제 활동으로 체포된 24명의 예술인과 10명의 유명인도 포함됐으며 군부가 해당 기소 사건을 종결했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군부 측은 이날 석방된 5600명이 향후 유사한 혐의로 다시 체포될 경우, 이날 사면을 취소하고 새로운 혐의에 대한 형과 기존의 형도 복역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이중처벌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현지 언론 MPA와 한국의 미얀마투데이에 따르면, 이날 밤 9시 경부터 대상자들의 석방이 진행됐고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소재한 인세인 교도소에서 3420명이 석방됐다.
 
앞서 군부는 지난 6월 30일에도 반체제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2200명의 민간인을 석방했으며, 8월 초에는 시민 불복종 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된 의사와 공무원 일부를 석방하기도 했다. 다만, 이라와디는 여전히 군부에 체포돼 미얀마 전역의 교도소에 수감된 공무원과 의료진의 규모가 수 백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18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 인세인 교도소 앞에서 민주화 시위대의 석방을 기다리고 있는 인파. [사진=AP·연합뉴스]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2019년 총선으로 선출된 민주 정부의 임기 시작을 앞두고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후 지난 4월 반군부 진영은 대체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를 구성했고, 지난달 7일부턴 군부와의 내전을 선포했다.
 
미얀마의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은 쿠데타 이후 이달 18일까지 군부에 의해 1181명의 시민이 사망했다고 집계하고 있다. 또한, 같은 기간 군부에 의해 체포되거나 기소된 인원은 7355명에 달한다. 이 중 현재까지도 구금 상태인 인원은 1989명이며,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경우는 354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날 석방에도 군부는 민주화 시위대와 국민통합정부(NUG) 세력에 대한 무력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날 이라와디는 미얀마 제2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민주화 시위대를 50명 이상의 군부 소속 사복 군인이 습격해 진압했으며, 10명이 체포됐고, 20여명이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아세안도 외면...미얀마 군부 '국제적 고립' 심화
 
한편,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석방 결정은 지난 16일 아세안 측인 이달 말 열리는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부 최고사령관을 초대하지 않기로 결정한 직후 나온 것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이 이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세안은 미얀마 군부 대신 비정치적 대표를 회의에 초대하기로 했다.
 

미얀마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부 최고사령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아세안이 전통적으로 회원국간 내정 불간섭 원칙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으로 평가된다. 그간 아세안은 국제 사회에서 미얀마 군부에 비교적 친화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최근 미얀마 군부가 아세안으로부터도 신뢰를 상당 부분 잃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 4월 아세안과 미얀마 군부가 유혈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합의한 5개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최근 에리완 유소프 아세안 특사(브루나이 제2외무장관)는 미얀마를 방문해 가택연금 조치된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접견을 요청했지만, 군부가 이를 거부하며 아세안 내 반감을 산 것도 크게 작용했다.
 
실제, 브루나이 측은 이번 논의에서 아세안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부가 아닌 국민통합정부(NUG) 지도자를 초대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세안 정상회의는 오는 26~28일 화상으로 열린다.
 

미얀마 민주 세력의 대체 임시 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지도자 모습. 왼쪽부터 두와 라시 라 NUG 대통령 대행,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윈민 미얀마 대통령, 윈 카잉 딴 NUG 총리. [사진=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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