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전망이 악화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에서 통화·재정 확장 정책에 앞장섰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타임스(WP) 등 외신은 집권 민주당의 내분이 심화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법안이 축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전날부터 이틀 연속으로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조 맨친 상원의원 등 민주당 중도파의 반발로 백악관 측이 인프라 투자법에서 기후변화 대응 의제를 배제한 예산안을 다시 작성 중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은 곧 민주당 내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맨친 의원 측은 백악관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보호하고 에너지 신뢰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석유·석탄 등의 화석 연료 포기 기조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즉시 성명을 통해 해당 움직임이 이달 말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협상과 미국의 리더십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기후변화 대응과 인프라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민주당 진보파는 '기후 의제 없인 법안 통과도 없다(No Climate, No Bill)'는 구호를 내세워 반발하고 있다.
 

조 맨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사진=UPI·연합뉴스]

 
◇민주당 '인프라법 내분'에 '진퇴양난' 백악관

소위, 인프라 투자 사업으로 알려진 '더 나은 재건 계획(Build Back Better PLAN)'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역점 사업이다.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전력 전환을 비롯한 기후변화 대응 의제와 사회복지 정책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대규모 경제·사회 개혁 구상이다.

당초 백악관은 임기 초인 올해 중 의회에서 대규모 재정 지출안을 통과시켜 안정적인 국정 운영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당초 3조 달러 내외였던 지출 계획은 2개 법안으로 나뉘어 4조5000억 달러까지 불어났지만, 연방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를 반대하는 야당인 공화당과 민주당 중도파의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특히,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정권 지지율 하락을 맞은 상태에서 국제유가 급등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한 것은 백악관의 인프라 법안 축소 움직임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셰일·석탄 산업과 원유 메이저 등 기존의 미국 에너지 산업 구조를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중심으로 개편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이 각종 산업 비용을 증가시켜 에너지 가격 불안정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에 여론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백악관은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유지와 축소, 어떠한 입장을 취하더라도 기후변화 의제와 인프라 법안 논의가 집권당 내분으로 번지며 내년 중간선거까지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내년 선거에서 상원 다수당 지위를 잃는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장악력 약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연준, '적극적 인플레 대응' 초읽기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준 역시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입장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간 연준은 코로나19 사태 정상화 단계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 등의 통화정책 전환을 앞두고 금융시장 안정화에 방점을 찍어왔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서는 '일시적(transitory)'이란 공식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모양새다.

지난 9월 30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 참석한 파월 의장은 처음으로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향후 연준의 정책 결정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연준의 정책 목표인 '완전 고용(실업률 4% 이하의 완전 고용 상태 회복)'과 '물가 안정(2% 내외의 인플레이션 목표치)' 사이에서 '트레이드 오프(상충관계)'를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트레이드 오프란 두 가지의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면, 다른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지는 상충 관계를 의미한다.

지난 12일에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연준 관계자 중 처음으로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란 용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시적이란 용어가 '물리적 시간이 짧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시장의 물가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대신 '단편적인 특수한 사건'이라는 의미에 방점을 둔 '일회적(episodic) 인플레이션'이란 용어를 제시한다. 이는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장기적이거나 구조적으로 고착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 약화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따라,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속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말 테이퍼링을 개시한 이후 내년 중후반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 보다 적극적으로 물가 상승세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어떤 정책 도구를 사용할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미셸 보우만 연준 이사는 더 빠른 속도의 테이퍼링으로 물가 상승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공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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