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각팬티. 이름만 들으면 다소 어색한 두 단어의 조합으로 치열한 속옷 시장에서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앤컬쳐(CNC)가 그 주인공이다. CNC는 일상 속 불편함에 집중해 고객의 생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여성 사각팬티 신드롬을 일으킨 '슬림9' 역시 몸을 옥죄는 속옷에 대한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맹서현 CNC대표가 고안해낸 브랜드다. 슬림9의 속옷은 일반적으로 예쁜 디자인과 획일적인 몸매를 부각하는 여성 언더웨어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편안한 모양과 천연 소재 등을 활용했다. 그 결과 슬림9은 최근 3년간 9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폭풍 성장했다. 슬림9의 성장세에 힘입어 CNC 매출도 2018년 100억원, 2019년 220억원, 2020년 35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 올해는 매출 5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맹 대표는 18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슬림9의 성공은 ‘고객 집착’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맹 대표는 “사람마다 체형이 다 다르지만, 여성 속옷은 여전히 획일화된 디자인으로 시중에 유통돼 많은 여성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삼각팬티의 경우, 좁은 면적으로 인해 장시간 착용 시 상당한 신체 압박감을 준다는 것을 알게 돼 본격적으로 사각팬티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상에 없던 여성용 사각팬티를 개발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성용 사각팬티라는 낯선 제품을 이해시키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줄 생산 공장을 찾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맹 대표는 “창업 초기 반 년 정도는 회사와 뜻을 같이할 생산 공장을 찾는 일로 굉장히 힘들었다”면서 “최종적으로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해줄 수 있는 좋은 협력 업체를 찾았고, 셀 수 없이 많은 수정 과정을 거쳐 계획했던 슬림9만의 네모팬티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네모팬티에 대한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그간 삼각팬티로 인해 Y존 압박, 착색 등의 불편함을 느낀 여성 고객들이 네모팬티를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 여기에 최근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사랑하자는 ‘자기 몸 긍정주의(보디 포지티브)’ 트렌드로 편안한 속옷이 대세로 자리 잡아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슬림9은 지난해만 성장률 235%를 달성해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 중 가장 빠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국내 주요 속옷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맹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제품이 출시된 2017년부터 현재까지 2주에 한번씩 회의를 진행하며 제품 개선에 온 힘을 쏟았다. 매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자사 홈페이지로 실제 소비자 반응 등을 수집하는 것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 결과 슬림9은 네모팬티 외에도 ‘편해브라’ 등 슬림9의 속옷 라인의 전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결국 속옷은 0.5mm 길이와 두께 차이에서 품질 만족도가 달라진다”며 “이러한 오차범위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관건이기 때문에 본사 내에 자체 연구개발 센터를 설치해 끊임없이 소비자와 소통하고, 슬림9 맞춤 생산 기계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시장보단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미 편한 속옷에 대한 글로벌 니즈로 인해 슬림9에 대한 해외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일단은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조금 더 넓힌다는 게 맹 대표의 뜻이다. 그는 “해외 시장에서도 여성용 사각팬티는 흔하지 않은 아이템이다 보니 여러 업체를 통해 사업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아직은 국내시장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빠르면 2023년쯤 아시아 국가 쪽에서 첫 해외 진출을 시도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맹 대표는 고객 중심 사고만큼이나 건강한 조직문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기반의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이 제품을 만들어가는 조직들의 행복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CNC는 일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키는 10가지(△고객집착 △챔피언쉽 △주인의식 △긍정적 에너지 △도전과 학습 △팀워크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실행력 △효율성 △창의성) 원칙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
맹 대표의 최종 목표는 한국의 'P&G'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슬림9 외에도 CNC가 보유하고 있는 교정 생활용품 브랜드 ‘밸런스9’ (BALANCE9), 생활용품 브랜드 ‘리빙7’ (LIVING7), 건강간편식 브랜드 ‘수수담’ 등을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그는 “고객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P&G처럼 수억명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 기업인들에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여성들도 본인의 열정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회를 만들어 도전할 수 있는 시대”라며 “5~10년 안에 무언가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보단 어떻게하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직원들과 함께 좋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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