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직원공제회는 주요 공제회 가운데서 규모와 성과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운용자산은 지난해 말 36조6878억원으로 국내 주요 기관 중 선두권에 속한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 운용자산 규모는 약 40조5008억원까지 늘어났다. '덩치'만큼이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운용자산 수익률은 9.1%로 주요 연기금·공제회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수익률의 비결은 적극적인 주식 투자 전략에 있다. 김호현 기금운용총괄이사(CIO) 취임 이후에는 국내외 주식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였다. 6월 말 기준 교직원공제회의 주식 부문 투자 비중은 20.9%에 달한다. 수익률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식 부문 수익률은 2019년 14.6%에 이어 지난해 32.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14.3%의 수익률을 유지 중이다.
◇국내 주식 비중 확대, 수익률로 돌아와··· 기관 투자자로서의 '책임' 의미도
김 이사는 "타 공제회는 주식 투자 비중이 10% 수준이지만 교직원공제회는 20%까지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끝까지 포지션을 이어가면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대체투자도 중요하지만, 3~4% 수준을 넘어서는 높은 수익률을 창출하기 위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시장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투자와 해외 주식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이 '대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국민 경제와 증시에 끼치는 영향이 큰 기관 투자자로서 자본시장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동안 국내 증시는 성장이 지체된 측면이 있다"며 "기관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투자를 확대해야 국민들이 증시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자본시장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학개미'들의 매수가 집중됐던 삼성전자의 경우 오히려 기관들이 투자 비중을 줄이며 주가 상승세가 제한된 측면이 있었다는 의견도 밝혔다.
◇주요 기관 중 유일한 '내부 출신 CIO' 전통··· 꾸준한 성장세 원동력
교직원공제회는 내부 출신 인력이 CIO 역할을 맡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 중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사례다. 이같은 조직 문화가 교직원공제회의 성장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이사는 "공모를 거쳐 외부 인사를 초빙할 경우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바로 선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하면 단기 수익에 연연하고 규모가 큰 투자에만 집중하게 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며 "내부에서 운용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육성해 운용 총괄까지 맡길 수 있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관 중에서도 신규 출자와 사업 확대에 적극적인 조직 문화 역시 여기에서 나온다는 것이 김 이사의 설명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최근 몇 년 동안 벤처캐피탈(VC) 등 새로운 영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19년 900억원이던 VC 출자 규모는 지난해 1500억원으로 증가했다. 김 이사는 "VC에 대한 투자 역시 기관 투자자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감안해 확대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짝수년에 VC 블라인드 펀드 위탁운용사를 정례적으로 선정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내년에도 출자 규모를 확대해 대형·중형·루키 등 규모별로 우수한 운용사를 고루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시작한 법인예탁급여 사업 역시 순항 중이다. 법인예탁급여는 학교법인 등의 재정 건전성 강화를 목표로 교직원공제회가 만든 예탁형 상품이다. 출시 첫 해인 지난해 가입금액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법인예탁금액 운용규모는 약 1조7000억원이다. 김 이사는 "법인당 300억원의 가입 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운용 규모가 늘어난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라며 "대내적으로 신규 자금원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학교법인의 재정건전성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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