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술한 법망·부족한 심사관, 대웅제약 데이터 조작 특허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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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10-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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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작특허만 삭제하면 특허 유지되는 문제 남아

  • 우리나라 심사관수 920명은 일본(1682명) 미국(8125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

[사진=대웅제약]

제조기록서를 거짓 작성한 이유로 지난 8월 허가가 취소된 대웅제약의 위장관치료제 알비스D의 특허 취득과 무효심판 과정에서도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당시 대웅제약은 조작 데이터와 정상 데이터를 섞어 특허를 취득했지만, 이후 조작 부분만 삭제하면서 특허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허 취득·유지 과정의 허점은 열악한 특허 심사환경과 무관치 않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데이터 조작 특허 방지를 위한 무효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앞서 대웅제약은 조작데이터와 거짓데이터를 섞는 방법으로 특허를 취득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대웅제약이 제출한 위장약 조성물의 입도 수치 5개 중 2개는 허위, 2개는 실패한 데이터를 기재했다. 1개만 진실한 데이터를 사용한 셈이다. 이에 공정위는 조작된 실험 데이터로 부당하게 권리범위를 넓힌 후 침해소송을 제기해 후발 회사의 시장진입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대웅제약을 대상으로 23억여원의 과징금 부과 및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다만, 이후 특허권의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법리상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특허청 심판청구에 대해 허위 데이터 4개를 삭제하고, 유효한 데이터 1개만 남기는 정정청구서를 제출했다. 특허청의 전체 무효 시도에도 제도적으로 정정 청구를 막아설 수 없는 허점이 발견된 셈이다. 황 의원은 이 같은 문제에 관해 조작 부분만 삭제하면 특허를 유지할 수 있고, 거짓행위죄로 수사까지 의뢰했음에도 일부분 특허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황 의원은 “현행 규정상 거짓행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특허가 무효로 되지 않는다”며 “허위 데이터가 있더라도 해당 청구항만 무효가 가능해 특허출원 시 부당하게 권리범위를 넓혀 출원 후 걸리면 말고식으로 악용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특허처리 과정에서의 문제점의 배경으로 주요국들보다 심사환경이 열악한 점도 지적됐다. 우리나라는 최근 3년간 특허출원이 연평균 3.5%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7% 급증하는 등 증가세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특허심사관의 수는 턱없이 부족해 업무 부담이 커지는 상태다.

특허 심사관 1인당 처리건수 및 심사 시간은 유럽은 56건‧35.7시간, 미국은 74건‧27시간, 중국은 94건‧21.3시간인 데 반해 한국은 206건‧10.8시간이다.

황 의원은 “미국은 이미 관련 불법 특허 기업에 대해서는 다시 관련 특허를 출원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제재하고 있다”며 “명백히 밝혀진 불법 특허에 대해서는 해당 특허 전체를 무효로 할 수 있는 특허법 개정안이 필요하며, 열악한 심사환경의 개선도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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