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왕(王) 자’, ‘항문침’, ‘천공스승’, ‘미신’, ‘빨간 속옷’.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생소한 논란들로 혼탁해지고 있다. 후보들 간의 검증 공세가 치열해지면서 ‘주술’, ‘무당’과 같은 공식 석상에선 어울리지 않는 각종 의혹들로 채워지면서 정책 대결이 실종돼 중도층이 떠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발단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손바닥에 왕(王) 자가 적힌 채로 대선 후보 경선 TV 토론회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이전까지는 윤 전 총장이 역술인과의 만남이 잦다는 풍문이 회자됐음에도 다른 후보들이 이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러나 3차·4차·5차 토론회에 윤 전 총장이 손바닥에 왕 자가 적힌 채로 참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후보들의 공세가 시작됐다.
1위 자리를 놓고 윤 전 총장과 다투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지난 2일 “가기 싫은 곳을 가거나 말발이 딸릴 때 왼손바닥에 왕 자를 새기고 가면 극복이 된다는 무속 신앙이 있다고 한다”며 “무슨 대선이 주술 대선으로 가고 있나 참 어이없는 일들만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1일 1망언으로 정치의 격을 떨어트리더니 다음 토론 때는 무슨 부적을 몸에 차고 나오겠나”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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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윤 전 총장은 “어떤 분은 속옷까지 빨간색으로 입고 다닌다고 소문이 난 분들도 있다”고 홍 의원을 겨냥했다. 윤 전 총장 캠프도 홍 의원의 개명 사실을 거론, “현재 이름도 역술인이 지어준 걸 잊었냐”고 역공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6차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에게 “천공 스승을 아느냐”, “이병환씨를 아느냐”며 몇몇 역술인 또는 유사 의료인과의 관계를 캐묻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하루에도 한 번씩 어이없는 말과 행동을 하고 미신에 휘둘리는 후보, 막말하는 후보, 이런 후보로 과연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이 유 전 의원에게 거세게 항의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 커졌다. 유 전 의원 측과 홍 의원 측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마이크를 찬 상태로 유 전 의원 앞에서 삿대질을 하며 “정법에게 미신이라고 하면 명예훼손 될 수도 있다”고 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손가락으로 유 전 의원의 가슴을 밀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윤 전 총장 측은 “격한 분위기나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며 오히려 “유 후보가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악수한 손을 뿌리치고 갔다”고 주장했다.
손바닥의 왕 자에서 시작된 주술 논란이 두 후보 간 갈등으로 치달으면서 당내에선 우려가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7일 “제기를 하는 쪽도 그리고 해명하는 쪽도 얻을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당 대표로서 이렇게 돌아가는 경선 구도가 야속하다”고 했다. 이어 “왕 자 논란, 개명 논란, 빨간 내복 이런 것들은 서로 자제를 좀 했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라고 했다.
한 관계자는 “검증도 안 된 사람이 지지율이 높다고 몰려갔을 때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라며 “‘정치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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