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가계부채] 가계빚이라 쓰고 부동산이라 읽는다…정책 혼선에 규제 약발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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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1-10-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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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사진]

정부당국의 여러 대출규제책이 무색하게도 가계대출 규모는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실제 지난 2분기 국내 가계대출 규모는 180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대출수요 또한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내 가계부채 증가율(5~6%)에 육박할 정도로 여전해 일부 은행들이 대출 문을 닫아버리는 '대출절벽' 또한 현실화되고 있다.

◆ DSR 등 고강도 규제에도 구멍 곳곳…코로나19에 대출총량규제도 느슨

금융당국은 규제책 발표 때마다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해 2금융권 등 풍선효과로 번지고 있다. 일례로 상환능력 범위 안에서 대출을 취급하도록 하는 DSR 규제의 경우 오피스텔 중도금 대출을 비롯해 보험계약 대출, 할부·리스 및 현금 서비스, 카드론 등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또한 DSR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전세대출의 경우 최근 들어 그 급등세가 가팔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뇌관으로 지목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증가액(28조6610억원)의 51%(14조7543억원)를 전세대출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액 가운데 전세대출 비율이 84%에 달했고 신한은행도 75%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 강화를 예고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신용대출 규제안 역시 피해갈 수 있는 방안은 존재한다. 당장 신용대출 1억원 미만의 경우 대출 회수 규제를 받지 않는 데다 신용대출을 통해 비규제지역에서 집을 구입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부부가 각자 9000만원씩 신용대출을 받아 비규제지역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의 규제 회피 방법을 정보로 공유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준금리가 1년 넘도록 0.5% 수준을 이어가는 등 대출금리가 최저수준으로 낮아진 데다 대출 총량규제 또한 느슨해지면서 부득이하게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지 못한 측면도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하며 은행권을 비롯한 전 금융권의 대출총량규제를 유보한 바 있다.

◆ ‘집값 안정’ 천명했지만 고공행진…”빌릴 수 있을 때 빌려라” 공포심도 한몫

하루가 다르게 뛰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불안감과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가 ’대출 패닉’을 불러오고 있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초저금리로 촉발된 가계대출 증가가 집값과 전월세 가격을 끌어올리고, 부풀어오른 부동산 가격이 다시 대출 규모를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결국 가계부채 확대의 근본 원인인 집값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대출을 막는 극단적 조치 역시 시장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금융당국이 추가 대출규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다 시중은행들 역시 임계치에 도달한 대출수요에 대출 중단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일각에서는 급하지 않은 대출까지도 미리 받아 놓으려는 이른바 ‘대출 사재기’ 움직임까지도 일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식 정책도 수요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주택 구입 기준을 완화하겠다며 LTV 규제 완화책을 발표했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가계부채 급증 위험성을 강조하며 대출 죄기에 나섰고 시중은행들 역시 이에 부응해 주담대 중단 등 유례없는 조치에 나서고 있다. 전세대출 역시 실수요를 감안해 당분간 규제하지 않겠다고 해명자료까지 냈지만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규제 강화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계속되고 있는 자산시장과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수요 쏠림 현상에 대해 금융당국이 연일 거품이라며 경고음을 내고 있지만 어떻게든 대출을 끌어오려는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며 “최근 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움직임 속 이미 대출 및 이사가 예정된 실수요자까지도 대출이 실행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이 시기를 놓치면 당분간 돈 자체도 빌리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너나없이 대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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