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칼럼] 종전선언을 통한 한반도평화의 쌍끌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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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대전대학교 객원교수
입력 2021-11-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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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 객원교수] 


변덕을 부리는 가을 날씨와 같이 한반도 정세가 변화무쌍하다. 7월에 남북통신연락선의 복원으로 훈풍이 부는가 했더니 한·미 연합훈련으로 먹구름이 끼었다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소나기가 퍼부었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의 불씨를 살림으로써 국면전환이 모색되고 있다.

종전선언이 떠오른 것은 꽤 오래전이다. 2006년 부시대통령이 처음 제안하여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명시되었으나 이후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2018년 판문점선언에서 다시 부상하였으나 북·미대화 중단으로 동력을 상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가동하기 위한 돌파구로 2018년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였으며, 작년에 이어 올해 유엔 총회에서 세 번째로 다시 불을 지폈다.

종전선언은 평화로 가는 긴 여정에서 꽉 막힌 대화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종전선언은 평화체제로 가는 입구로서 비핵화협상을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으로 군사적 부담이나 경제적 비용 없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기회의 문이다.

2018년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선순환하였으나 북·미대화에서 벽에 부딪혔다. 북한은 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자력으로 버티겠다는 입장을 정하고 코로나19로 빗장을 굳게 닫은 채 내부 단속에 열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경색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카드로 종전선언을 다시 꺼냈다. 

북한은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북 적대시정책 및 이중기준 철회를 주장하는 복선을 잊지 않았다. 미국의 적대시정책 철회가 조건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미국의 첨단무기 투입 중단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미가 억제력 강화를 정당화하는 반면, 북한의 신형무기 실험을 도발이라고 비난하는 이중기준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북한은 2018년 이후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음으로써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단거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등을 발사함으로써 한·미의 반응을 떠보고 있다.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종전선언을 수확하기 위한 쌍끌이 그물의 첫 번째 고리는 남북이 쥐고 있다. 북·미대화가 막힌 상황에서 남북이 다시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2018년 남북대화가 먼저 발판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북·미대화가 가능하였다. 북·미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남북대화가 다시 움직여야 할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북한도 서울을 통해 워싱턴으로 가는 우회전략을 다시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리뷰하고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먼저 제재를 거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활용하여 서울을 움직여서 미국의 압박을 줄이려는 것이다.

남북연락선 복원은 남북대화 재개의 신호탄이다. 남북채널을 통해 대화 재개의 절차, 시기, 의제 등을 조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남북이 서로 답답한 속내와 요구사항을 털어놓고 향후 행보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남북고위급회담이나 특사교환을 통해 정지작업을 하고 내친김에 남북정상회담까지 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회로 평화 어게인의 깃발 하에 종전선언을 채택하는 것이다. 또는 기대치를 낮춰서 남북 정상이 기존 합의문을 재확인하고 다음 정부가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만 해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쌍끌이 전략의 두 번째 고리는 미국이 쥐고 있다. 북한을 끌어내려면 미국이 골대를 바꾸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세웠지만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뿐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이나 어젠다를 구체화하는 것은 주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극복 지연, 아프가니스탄 철군 여파 등으로 지지율 추락에 직면하여 북한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남북대화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미 국방부, 국무부, 백악관이 종전선언을 지지하며 북·미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관망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서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성 김 대북특별대표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조건 없는 대화를 지지한다는 것을 표명하였다. 여기에 더해 북한에 미국산 백신을 제공함으로써 화해의 손짓을 보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화의 길을 닦기 위해 내년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복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중국도 거들어야 한다. 중국은 북핵협상과 평화협상을 병행하는 소위 ‘쌍궤병행’을 주장해 왔다. 종전선언을 입구로 해서 평화협정을 추진하고 비핵화협상을 병행하는 것은 중국이 생각하는 큰 그림과 일치한다. 중국이 북한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 안정이 필요하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의 발판이 마련되는 것은 중국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중국이 국제올림픽위원회와 협의하여 북한을 참가시키고 이를 한반도 평화의 기회로 만드는 기획력을 발휘하는 것이 기대된다. 

평화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평화가 깨지기는 쉽다. 한번 헝클어진 평화를 다시 만들기는 더욱 어렵다. 서로의 의도와 전략이 읽힌 다음에 새로운 판을 만들기도 어렵다. 더욱이 시간제한이 있는 상황에서는 쫓기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숨을 가다듬고 목표와 원칙을 재점검하면서 차분하게 평화의 징검다리를 놓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종철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정치학박사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미 하버드대 교환교수 ▷한국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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