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라이더도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배달비 더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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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1-10-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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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더 사고 시 책임은?… 배달앱·배달대행업체 ‘혼란’

  • 지역 배달대행업체 상시근로자는 5인 미만… 법망 벗어날까

  • 배달업계 전망은… 라이더에 권한 떠넘기거나 단속 강화하거나

라이더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배달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배달업계가 어수선한 분위기다. 라이더(배달기사)가 법 적용 대상으로 규정됐으나 배달앱, 배달대행, 음식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업종 특성상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애매한 탓이다.

때문에 관련 업체들은 당장 이렇다 할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체들이 처벌을 피하고자 라이더의 사고 이력을 조회하는 등 근무 조건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근무 가능한 라이더 수가 줄어 인력난이 심화되고 결국 배달비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라이더 사고 시 배달 위탁한 업체 처벌받는다··· 업계 ‘혼란’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시행령에는 중대산업재해의 판단 기준이 되는 직업성 질병의 범위,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이행 관련 조처 등 세부사항이 담겼다.

내년 1월 27일부터 법안이 시행되면 사업장에서 안전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할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도 중대산업재해에 들어간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중대재해법은 도급‧계약‧위탁 등의 형태로 노무를 제공하는 종사자까지 보호 대상으로 한다. 단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로 한정한다’고 정하고 있어 도급‧계약‧위탁 등의 관계에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여부가 책임 소재를 가리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도급‧계약‧위탁 관계에 있는 종사자도 보호 대상으로 하므로 위탁 관계에 있는 라이더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배달 관련 업체에 일괄적으로 법이 적용된다기보다 업체별 라이더 계약 관계에 따라 적용 여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배달 사고를 중대재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조·건설 현장에서 안전 수칙을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지도록 한 게 입법 취지”라며 “라이더는 특수고용직으로 개개인이 사업의 주체인 자영업자인데, 개인이 교통법규를 위반해 사고가 난 경우 배달업체에 책임을 묻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5인 미만 배달대행업체는 예외··· ‘꼼수’ 확산하나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등 배달대행업체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각사]


특히 업계는 시행령에 라이더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책임 주체가 명시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배달산업 구조는 크게 △배달의민족‧요기요 등과 같은 배달앱이 주문 중개만 맡고 생각대로‧바로고‧부릉(메쉬코리아) 등과 같은 배달대행업체 소속 라이더가 배달에 나서는 경우 △배민1(배달의민족)‧요기요익스프레스(요기요)‧쿠팡이츠 등과 직접 위탁계약을 맺은 라이더가 배달에 나서는 경우 등으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엔 라이더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라이더와 직접 계약관계에 있는 배민1‧요기요익스프레스‧쿠팡이츠 운영사가 수사와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전자의 경우엔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의 책임이 배달대행업체에만 있는지, 배달중개업체(플랫폼)에도 있는지를 따지기가 모호해진다.

전자의 경우 배달대행업체에도 책임을 묻기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배달대행업체는 각 지역별로 대리점 개념의 지사(지역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며, 라이더는 배달대행업체 본사가 아닌 지사와 위탁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지사에는 상시근로자가 5명이 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 지역 배달대행업체의 상시근로자는 5명 미만”이라며 “라이더는 상시근로자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용부 관계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5인 이상 고용한 사업장이 법 적용 대상”이라며 “도급‧계약‧위탁 관계에 있는 종사자는 상시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업체를 쪼개는 식의 꼼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혹은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달업무와 관련한 전권을 라이더에게 일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라이더 진입장벽 생기나··· 배달비 오를 가능성도
반대로 배달업체들이 사고에 따른 처벌 위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라이더에 대한 근무 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대부분 업체는 라이더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에 더해 라이더의 사고 이력 조회, 유상운송보험 가입 등을 의무화해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라이더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라이더는 “오토바이 법규 위반을 단속하기 어려우니 사실상 배달업체에 관리 책임을 넘긴 것”이라며 “업체는 유상운송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거나 나이가 어릴 경우, 사고 이력이 있을 경우 등에 대한 제한을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라이더 근무 조건을 제한할 경우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도 배달 수요에 비해 라이더 수가 적어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근무 가능한 라이더 수가 더 줄어들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에 업체들은 높은 비용을 내걸어 라이더 수급에 나서게 되며 결국 배달비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현재로서는 어떠한 대비책도 세울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각 업체는 당사가 법 적용 대상인지, 아닌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이달 중순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해설서를 낼 계획이지만 업종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제조‧건설 등 일반적인 산업에 적용되는 내용을 먼저 준비하고 있고 배달 등 각 업종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그 이후에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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