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도 모호” 중대재해법 내년 1월 강행…경제계 “法 어떻게 지키나”

석유선 기자입력 : 2021-09-28 19:17
대한상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내놔야" 전경련 "현장 혼란 가중·불필요한 소송 등 우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 처벌법)’의 세부사항을 담은 시행령이 28일 국무회의 문을 통과하자, 그동안 계속 반대를 해온 경영계가 일제히 불만을 쏟아냈다. 이들은 보다 명확한 시행령이 필요함에도 정부가 이를 묵살했다며, 조속한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제42회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1월 26일 공포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위임된 내용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위한 조치다.

내년 1월 27일 본격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해 처벌을 부과하는 법안이 골자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시행령에는 경영 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안전보건 경영 방침 설정, 유해·위험 요인 개선을 위한 업무 처리 절차 마련, 안전보건 전문 인력 배치와 관련 예산 편성 등을 자세하게 규정했지만, 경제계는 산업현장의 혼선이 클 것이란 우려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우태희 상근부회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기업들의 우려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확정 돼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경제계는 시행령안 입법예고 당시 중대재해 정의, 의무주체 범위, 준수의무 내용 등의 법상 모호한 규정들은 명확히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시행령은 여전히 안전보건의무, 관계법령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기업들은 법을 어떻게 준수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대한상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4개월 남짓 앞둔 상황에서 정부는 하루빨리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시행령만으로 법의 모호성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기에 보완입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역시 논평에서 “모호한 규정으로 산업현장 혼란이 가중됨은 물론 경영 위축, 불필요한 소송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전 관리 역량이 부족한 영세기업일수록 더 큰 애로를 겪을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안전보건 조치 내용을 명확히 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준수를 위한 준비 기간을 고려해 유예기간 부여 등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경영계가 그동안 수차례 수정 보완 건의를 했는데 충분히 검토·반영되지 않은 채 시행령이 통과해 매우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경총은 특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근본 이유는 중대재해법 자체의 모호성과 하위법령으로의 위임근거 부재 등 법률의 흠결”이라고 꼬집으며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고, 과잉처벌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도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 정의 등 여전히 모호한 내용이 많아 확대해석될 우려가 있다”며 “법을 집행하는 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소지가 있어 경영 일선에서 많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전문가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사업주 의무를 중소기업이 알아서 준비해야 하기에는 법 시행이 4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불만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과 교육실시 여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고, 미이행 시 인력배치, 예산 추가 편성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혼선 최소화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노동자 시민의 요구 외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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