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매년 반복되는 총수 망신주기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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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21-09-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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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에도 기업 총수를 국감장에 세우려는 국회의원·보좌진과 이를 막으려는 기업인들 간의 수 싸움이 치열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 의원실에서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다”면서 “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국감장에 불려가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해당 의원실에 찾아가 보좌진에 국감 증인 신청 철회를 간곡히 요청했지만, 오히려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평소 해당 업계가 ‘비협조적’으로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루트로 대표의 증인 신청을 막으려 했다가 되레 찍힐까봐 벙어리 냉가슴 앓듯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감은 국회의원들이 1년 중에 국민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고양이가 국감장에 등장하고, 국회의원이 소방복을 입고 나타나는 모습 등은 ‘이색 국감’이란 단어로 포장된다.

국회의원이 국감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국회의원 개인에게 중요한 문제다. 국감이 끝나면 당별로 국감 우수의원을 선정한다. 먼 이야기일 수 있지만, 훗날 공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국감 스타’가 되면 300명 중 1명에 불과했던 인물이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발돋움하기도 한다. 국회의원이 국감에 목을 매는 이유다. 

기업인에 대한 국회의원의 호통과 군기 잡기는 국민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이미 ‘악덕 기업’으로 프레임이 설정된 기업가가 실제 국감장에 나와 ‘죄송하다’, ‘반성하겠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는 모습 자체가 대리 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회의원과 기업인의 모습은 익숙한 클리셰가 된 지 오래다.

실제 잘못을 저지른 대기업과 재벌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이번 IT 국감의 화두인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문어발식 확장 문제도 분명히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침소봉대해선 안 된다. 대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대기업을 희생양 삼아 민심을 끌어오겠다는 태도는 큰 정치라고 할 수 없다. 단순 포퓰리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특히 대안 없는 비판이나 현실성 없는 지적은 기업의 맥을 빠지게 할 수 있다. 자칫 혁신과 신사업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
 

IT모바일부 신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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