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가해자 의무체포 제도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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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09-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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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동 시 상황 정리돼 현행범 체포 어려워

  • 미국 뉴욕주 등 23개 주 의무체포제 시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난 7월 제주도에서 한 중학생이 어머니의 전 연인에게 살해됐다. 가해자인 동거남은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자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최근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소송 중 장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살해한 남편도 있다. 별거 중에 소지품을 찾으러 갔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가정폭력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가해자에 대한 의무체포 제도'를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19일 '미국 가정폭력 의무체포 제도의 피해자 보호 함의 및 시점' 보고서에서 "국내 가정폭력 가해자 제재에 심각한 수준의 입법 공백이 있다"고 밝혔다.

가정폭력처벌법과 가정폭력방지법을 시행한 지 23년이 지났지만, 가해자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가정폭력 근절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심각하지 않은 수준의 부부간 상호 폭력일 것이란 낡은 편견과 달리, 가정폭력은 상해·살인·방화·감금·납치·성폭력 등 강력범죄 유형이 총망라된 잔인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5만2774건이다. 8년 전(2011년 6848건)과 비교해 7.3배 증가한 수치다. 또 지난해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22만2046건에 달했으나, 경찰이 사건을 처리한 인원은 5만2431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정확히 몇 명이나 현장에서, 혹은 그 이후 체포됐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고 허 조사관은 전했다.

실제 여성가족부의 '2019년 가정폭력 피해자 및 관련 지원·수사기관 조사'에 따르면, '가해자가 아무 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답변이 41.8%를 차지했다. 상담 명령이나 접근행위 제한, 벌금·과태료 조치가 대부분이었으며 '유치장 수감'은 1.6%에 불과했다.

허 조사관은 "가정폭력 제재가 중요한 이유는 가정폭력이 더 이상 관용될 수 없는 범죄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가가 가정폭력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단지 가해자를 면책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피해자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린다"고 비판했다.

개선방안으로 미국 뉴욕주 등 23개 주가 이미 도입한 의무체포 제도를 제시했다. 의무체포 제도란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를 정확히 식별해 반드시 체포하도록 하는 제도다.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는 믿음이 있다면, 체포는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진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가해자 체포를 원하는지, 처벌을 원하는지를 질문하면 안 된다. 대상자는 현재 또는 이전 배우자·파트너(동거자 등), 부모·형제 등이다.

뉴욕주는 의무체포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피해자가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그곳에 머물기 위해 집에서 필요한 물건을 챙겨올 때도 경찰이 동행한다. 피해자가 안전을 위해 주거지를 옮겨야 할 경우에도 언제든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이사할 수 있다.

허 조사관은 "우리나라도 현행법으로도 가정폭력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지만, 가정폭력은 신고 후 출동 시 이미 상황이 종료돼 있거나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높은 범죄로 인식되지 않아 현행범 체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선 가해자를 반드시 체포하고 접근금지 명령 위반을 엄벌하는 등 '가해자 제재'로 입법·정책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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