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애매모호 금소법…금융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강현창 기자입력 : 2021-09-14 17:01

[강현창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위원회의 숙원이었다. 지난 2010년 11월 11일 코스피를 단 10분 만에 50포인트 이상 추락시킨 '도이체방크 사태'가 법안을 만든 계기였다. 금융위는 국회가 열릴 때마다 꾸준히 이 법을 발의했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하지만 2019년 DLF 사태와 라임 사태가 동시에 터지면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이 대세를 이뤘다. 그 결과 무려 14전15기만에 지난 2020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3월부터 정식으로 시행됐으며, 지난 6월부터는 전 금융사에 모두 적용했다.

금소법의 역사를 줄줄이 읊어보는 이유는 이 법을 위해 금융위가 얼마나 많은 준비기간을 가졌는지 다시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이 법에 관해서 최고 권위를 가진 기관이다. 금소법을 국내 금융시장에 적용하기 위해 10년이 넘도록 준비했다. 입법 과정에서 이 법을 설명하기 위해 국회에 불려간 횟수는 다 세기도 힘들다. 금소법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척하면 척'이 돼야 말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가 금소법을 두고 벌인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다. 최근 금융위가 내놓은 '온라인 금융플랫폼 사례 검토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위는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의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중개'로 해석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제공과 비교·추천 서비스를 하려면 금융위의 인허가를 받으라는 얘기다.

이 결정 자체를 두고서도 많은 논란이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시기다. 금융위가 금소법 안착을 위해 정한 계도기간은 오는 9월 24일까지다. 검토 결과 발표 후 단 보름 뒤다.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한 번 상장을 연기했던 카카오페이는 다시 상장을 멈출 위기다. 이미 상장한 카카오뱅크 등도 노심초사다. 제도에 적응할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금융위는 지난 2월 이 문제에 대해서 시장의 판단에 맡기는 뉘앙스의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18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내놓은 '금융소비자보호법 FAQ 답변 1차'에 따르면 특정 사실행위가 대리·중개·모집에 해당하는지는 금소법 13조에 따라 결정한다고 한다. 금소법 13조는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금융상품 또는 계약관계의 특성 등에 따라 금융상품 유형별 또는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의 업종별로 형평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추가로 금융상품 계약체결에 직접적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중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단서도 제시했다.

결국 결론을 내주지는 않은 셈이다. 사실상 금소법 적용대상 여부는 큰 원칙만 제시하고 판단은 업계에 맡기는 뉘앙스다. 당시에도 이미 수많은 핀테크 업체들과 카카오, 네이버 등 대형 포털서비스가 금융서비스를 도입하고 실제 서비스를 하던 상황이었다. 지금와서 문제라면 그때도 당연히 문제였어야 하는 행위였다.

이런 영업 형태에 대해 계도기간 종료 직전에야 규제 대상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건전한 시장질서 구축'과 금융소비자 보호의 실효성'이라는 금소법 제1조에 규정된 이 법의 목적과도 맞지 않는다. 그동안 계도기간이라 시정만 요구했다는 금융위의 태도는 그야말로 문제다. 그때 법과 지금 법이 다르지 않다. 아무리 계도기간이라지만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던걸까.

결국 혼란은 모두 시장의 몫이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연기가 유력하고 이미 서비스 중인 수많은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는 대대적인 서비스 변경이 불가피하다. 10년을 갈고 닦은 금융위의 내공에 실망을 감추기 힘들다. 그때는 왜 못하고 지금와서 하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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