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 칼럼] 공적 섹터, 몸집 말고 생산성을 불려라

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교수 입력 : 2021-09-14 06:00
포스트 코로나 한국 경제, 공적 섹터가 이끌어야

[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 교수]



코로나19는 2020년에 가장 큰 충격을 주었고, 세계 경제는 금년부터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는 우리에게 안도감보다 오히려 숙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공적 섹터(public sector)가 포스트 코로나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경제를 끌고 나가야 한다.

작년에는 세계 경제성장률(2.5%→-3.5%), 상품무역량 증가율(0.2%→-5.3%), 실업률(5.4%→6.5%) 등이 모두 나빠졌다. 2021년은 반전의 모습이다. 기저효과(base effect)가 크지만 지표들은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경제성장률 5.6%, 상품무역량 증가율 8.0%, 실업률 6.3%). 그간 미국 등 주요국들은 양적 완화(QE)와 금리인하, 재정지원 등 동원 가능한 정책 메뉴를 총동원하여 경제를 지탱해 왔다. 세계의 백신 접종 완료 비율도 30%를 넘어서고 내년 중반쯤이면 세계 집단 면역도 달성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터널 밖에서 희망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어제를 망각하고 지긋지긋한 코로나만 사라지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부터 누적된 문제들은 물론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세계보호주의와 미·중 간 진영 대립은 악화되고 있고, 글로벌 밸류 체인은 헤쳐 모여를 하고 있으며, 각국은 승자독식의 경쟁을 벌이고 있어 국제 금융위기 때 보여준 공조는 기대하기 어렵다. 각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자산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거둬들이는 것은 주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세계 각국이 처한 상황은 고르지 않다. 여유가 있는 쪽은 선진국들이다.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고 정책적 여유 공간도 많다. 유럽은 코로나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은 만큼 수습의 어려움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문제는 개도국들이다. 그동안 경제적 타격을 덜 받았다고 평가되는 중국도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해외시장보다 내수 통치에 집중해야 하는 처지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도 미흡하고 중국에 의존해온 개도국들에는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세계 경제의 불안은 대외 의존이 큰 우리에게 국제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국내 경제 운용에도 제약을 준다. 선진국들의 테이퍼링(양적 감축)이 대표적이다. 우리도 코로나 대응을 위해 금융과 재정 팽창 정책을 실시한 결과 인플레이션과 지속 가능성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 많은 기업과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정책 기조의 전환점(turning point)을 마련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일자리와 복지는 어떻게 할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구조적 비효율을 개선하고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고 잘살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로 전환할 수 있을까.

팽창 정책에서 방향을 돌려 정책의 변곡점을 마련하면서 일자리와 복지를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공적 섹터가 앞장서야 한다. 이 공적 섹터는 정부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그리고 법령 등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비(非) 경쟁 조직체를 총칭한다.

첫째, 공적 섹터가 생산성을 예컨대 최소 10% -클수록 좋을 것이다-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국회, 정부 및 지자체 유관부서(이하 조직 및 기능 '설계자')들이 공적 섹터의 조직 및 기능 조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떤 조직의 구성원이든 현재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고자 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따라서 공적 섹터의 변화는 설계자들이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조직 및 기능을 점검해 필요한 곳에 인력 등 자원을 집중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 여유 자원을 환경·보건·복지 등 필요한 곳에 재배치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100만개 늘리는 식의 팽창 기조 정책은 포스트 코로나의 고민이 배어 있을지언정 1등만이 살아남는 세계 경제 전쟁을 이기는 국가 전략이 되기 어렵다. 한정된 일을 놓고 사람만 늘리면 조직의 활기는 떨어지고 효율성도 저하된다. 공적 섹터가 몸집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자원의 재배치와 생산성 향상을 통하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공적 섹터의 생산성 측정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지난 6월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21년 세계경쟁력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은 종합경쟁력 순위를 64개국 중 23위로 2020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그러나 국제무역 등 여러 지표가 상승하는 가운데 정부효율성은 2017년 28위에서 2021년 34위로 하락하는 추세이다.

둘째, 설계자들은 공적 섹터의 규제 울타리(regulatory fencing)를 풀어 국민들의 일터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규제는 현재를 선호하고 잘 모르는 변화와 경쟁을 차단한다. 우리나라에는 1500개가 넘는 법률을 포함해 4800개의 법령이 있고, 12만개가 넘는 자치법규가 있다. 매년 50개 정도의 법률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원을 위한 것도 있다고 하지만 지원은 규제를 동반하는 야누스의 얼굴을 가졌다. 경쟁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법령들에 의해서 진입이 규제되고 있는 광활한 영토는 미(未)활용된 채로 남아 있다. 설계자들은 이러한 공간이 개방되고 활용되어 국민의 이익이 창출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히 추려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앤 후에 발생할 민간의 독점 문제 등 부작용은 규제 유지의 이유가 되기 어렵다.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건전한 규제를 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셋째, 설계자는 공적 섹터에 성과 목표(performance goals)를 부과해서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그간의 누적된 실적'을 공적섹터의 주된 성과로 인정하기보다 구성원들이 목표를 자발적으로 제시하고 일정 기간 후에 그 목표 달성 정도를 가지고 성과 평가를 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비용과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비교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넷째, 설계자들은 특히 지자체의 행정규제를 대폭 없애야 한다(deregulation). 지자체의 공룡청사는 규제와 엄청난 관리비용을 상징한다. 실물 정부 부처의 어렵고 원대한 정책 목표는 번번이 현장에서 가로막힌다. 포스트 코로나에는 지자체 청사 공간을 줄이는 것을 규제 삭감의 척도로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청사 공간을 민간에 개방·공유하고 규제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다섯째, 자원은 현재 소비를 위해 나누는 제로섬보다는 전략적 선택을 통해 미래 먹거리 부문과 산업, 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플러스 섬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분야는 국제 경쟁력의 핵심일수록 좋고, 전후방 경제 및 산업 파급 효과가 클수록 좋을 것이다.

과거와 다른 미래를 규정하는 단어들이 수없이 많다. 아날로그 시대는 저물고 디지털 전환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전기차와 수소경제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생활화, 메타버스의 시대는 현재 시제이다. 본격적인 밀레니엄(M)-Z세대에 X세대의 규제적 사고로는 미래의 번영을 기약하기 어렵다.

공적 섹터가 변화에 앞장서면 기업도 사회도 더불어 변할 것이다. 기득권을 둘러싼 각종 업역 간 다툼도 없어져 경쟁이 강화되고 곳곳에 나붙은 전투형 플래카드와 데모도 줄어들 것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노력은 포스트 코로나를 넘어 무한대로 펼쳐지는 국제 경쟁의 레이스에서 한국이 선두주자로 나서는 사회 대(大)전환의 큰 출발로 기록될 것이다.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산업통상자원부 부이사관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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