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타버스 리포트] 코로나 타격 박물관, AR·VR로 돌파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명섭 기자
입력 2021-09-12 08: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콘진원 ‘실감콘텐츠 글로벌 동향분석’

  • 코로나로 글로벌 박물관 80% 휴관 경험

  • 프랑스·호주서 전시에 AR·VR 기술 접목

  • 한국서 고궁 등 문화재 실감 콘텐츠로

SK텔레콤 청소년 홍보모델이 VR 기기를 착용하고 점프 VR 앱에서 덕수궁 중화전 내부를 360도 VR 영상으로 관람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지난해 초부터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 중 하나는 박물관과 미술관이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휴관을 하기도 했고, 재개관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방문객을 온전히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물관들은 관람객 수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실감 기술을 접목하는 새로운 전시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실감형 콘텐츠 기술은 앞으로도 대면 접촉을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실감콘텐츠 글로벌 동향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박물관의 80% 이상이 최소 한 달에서 최대 1년가량 휴관했다. 방문객 수와 매출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대비 대폭 감소했다.

실제로 유네스코(UNESCO)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립박물관 방문객이 41~60% 감소했다고 응답한 회원국은 16개국이었다. 61%에서 80% 정도 감소했다고 응답한 국가는 25개국이었고, 81~90% 감소는 17개국, 90~100% 감소했다는 회원국은 16개국이었다. 올해 조사에서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37개 회원국은 박물관을 휴관했다고 답했다. 국제박물관협의회 조사에서는 전 세계 1600개 박물관 중 13%가 폐관을 계획했고, 19.2%는 실질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에 온라인으로 전시하거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같은 실감형 콘텐츠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온라인 전시 플랫폼은 '구글 아트앤컬처'다. 이는 구글이 2011년부터 서비스하는 비영리 온라인 전시 플랫폼이다. ‘누구든 어디서나 문화 인프라의 혜택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출시 초기엔 박물관·미술관이 17곳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전 세계 80여개국에 서비스되고 있고, 연간 순 방문자 수는 1억명을 넘어섰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등 총 1800여곳의 기관이 이곳에서 전시하고 있다. 한국에선 국립중앙박물관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의 과거 경관 사진을 구글 아트앤컬처에 제공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주요 박물관들이 실감형 콘텐츠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협업해 실감형 콘텐츠 기술을 활용한 전시에 나서고 있다. 현지 확장현실(XR) 기업 루시드 리얼리티는 지난 6월 오르세미술관과 손잡고 조각상이 받침대를 벗어나 박물관 작품 사이를 돌아다니는 AR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프랑스 박물관들과 협력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실감 콘텐츠를 유통하는 데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루시드 리얼리티는 모네의 정원, 작업실을 360도 영상으로 안내하는 VR 콘텐츠를 전시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남도립미술관의 사전 전시 ‘모네, 브뤼겔, 모차르트 VR로 떠나는 명화 여행’에도 전시됐다.
 

전남도립미술관 [사진=루시드 리얼리티]


프랑스 내 다른 XR 스타트업 이미시브는 주요 문화유적을 소개하는 VR 플랫폼을 개발해 고대 이집트 속 피라미드 등 관람객이 실제로 방문하기 어려운 장소를 탐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시브는 2019년에 루브르박물관과 VR 전시를 선보인 바 있다. 호주의 실감형 콘텐츠 제작사인 그랜드 익스피리언스는 반 고흐의 작품을 바닥과 벽에 투사하는 전시를 선보여 65개국에서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도 박물관, 미술관에 실감형 콘텐츠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디지털 실감영상관'을 선보였다. 보물 제1875호인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 등을 고화질 첨단 영상으로 만들어 폭 60m, 높이 5m의 3면 파노라마를 통해 보여줬다. 북한에 있는 '안악3호무덤' 등 고구려 벽화무덤도 실감형 콘텐츠로 재현했고, 조선 후기의 '태평성시도'(작자미상)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 2100여명이 각기 다르게 움직이며 관람객의 행동에 반응하는 모습도 폭 8.5m의 8K 고해상도로 구현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창덕궁을 AR 콘텐츠로 볼 수 있는 앱을 선보였다. 스마트폰으로 소파나 테이블을 비추면 국보 제249호 동궐도와 전설의 동물 ‘해치’가 등장한다. 해치는 가상공간에서 창덕궁 곳곳을 안내한다. 또한 덕수궁을 볼 수 있는 VR 앱도 선보였다. 덕수궁 역사와 배경을 덕수궁 관리소 담당자의 해설로 들을 수 있고, 스마트폰을 들고 방향을 바꾸면 석조전 내부 곳곳을 360도로 볼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지난해 9월부터 조선 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를 VR로 전시하고 있다. VR 전시관에는 프랑스와 영국, 독일, 일본, 중국에서 제작된 서양식 도자기 등 총 400점의 유물이 전시됐다. 체험 영상을 볼 수 있고, 유물과 관련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박물관은 향후 왕실 유물 등 AR·VR 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초에 ‘2021년 스마트 박물관·미술관 기반 조성 사업’ 지원 대상 기관으로 공립박물관·미술관 86곳과 사립박물관·미술관 18곳을 선정했다. VR과 인공지능(AI) 등 각종 신기술을 활용해 박물관과 미술관이 관람객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문체부 측은 “한국판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공·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에도 새로운 도전이자 시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VR·AR을 활용한 현장 체험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몰입도를 높여 박물관 이용에 소극적인 사람들에게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관람객이 더 주체적으로 관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VR·AR 기술을 활용한 박물관 현장 전시는 지역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에 대한 접근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박물관 내 대면 접촉을 줄이는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에 맞서 기존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박물관 진영에 AR·VR 기술은 다양한 이점을 발휘할 수 있으며, 향후 박물관들은 VR·AR 관련 기업들과 협력해 새로운 전시 체험의 창조를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