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상시 고용위기 시대의 징검다리, 전국민 고용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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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겸 고용안전망연구센터 소장
입력 2021-09-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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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겸 고용안전망연구센터 소장. [사진=한국노동연구원 제공]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은 굳이 통계를 인용하지 않아도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주위에 문을 닫은 식당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관련 기사도 매일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이 기존 경제 질서 재편을 촉발하면서 고용환경을 급속히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타격이 노동시장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해고가 비교적 쉬운 사업장의 근로자, 비정규직이나 임시일용직, 노동법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 형식상 프리랜서와 같은 경제적 약자들이 일터에서 밀려나는 실정이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우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지난날 우리 사회의 경제적‧사회적 위기는 가장 먼저 노동시장 취약계층 위기로 이어졌으며, 위기가 지속될수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고착화돼 왔다. 이런 경험들은 고용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즉각적인 대응과 함께 사각지대 없는 고용안전망 구축이라는 제도적 개혁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었다. 코로나19 고용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일자리 예산을 살펴보면 고용유지지원금 4조1000억원, 긴급고용안정지원금 3조4000억원 등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고용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고,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의 정책적인 대응은 과거 위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 방향성과 내용에 관해 비판적인 의견들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과 관련해 실업자 폭증으로 고용보험기금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고용보험 적용 범위 확대는 재정적 지원 확대와 구분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은 사회적 연대 원리에 기반한 사회보험이다. 고용위기 시 별도 예산 편성 없이 즉각적으로 작동하는 가장 우선적인 고용안전망이다. 노동취약계층을 포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전 국민 고용보험이 고용정책 핵심으로 논의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또다시 고용에 큰 충격을 가하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과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금융 위기나 일본과의 무역 갈등 같은 세계 경제적 위기, 신종 감염병 창궐 등과 함께 비단 부정적 요인이 아니더라도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탈탄소 전환 역시 산업과 분야에 따라서는 커다란 고용 충격을 유발할 위험 요인임은 분명하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고용위기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시적 사회적 위험이다. 고용보험 역할을 고려한다면 고용보험 지출 확대를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고용보험기금 역할을 강화하고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재정 확충 방안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전 국민 고용보험은 신중하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중이다. 노동취약계층을 확인하면서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직종별 확대 방식), 향후 제도 개혁을 위한 행정체계 구축 방안을 설계하고 있다(소득기반 고용보험 준비).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진 않겠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은 ‘일하는 모든 사람’을 사회보험 틀 속에 포섭해 적시에 파악한 소득을 근거로 실업 발생 때 소득을 보장하고자 하는 새로운 정책적 시도다. 이는 단순한 복지 혜택 확장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고용위기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 방안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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