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에 수수료 30% 떼주던 게임업계, ‘디지털 소작농’ 오명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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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9-0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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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과거 앱마켓 과도한 수수료 지적

  • 국내 주요 게임사 모바일게임 매출의 1조원 이상이 앱마켓에

  • 게임업계, 법안 통과 반갑지만... "불이익 당할까 조심스러워"

'구글 갑질 방지법'이 지난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게임산업은 소작농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국내 게임업계 창업 1세대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2014년에 PC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선회한다고 밝히면서 한 말이다. 그가 스스로를 ‘소작농’이라고 칭한 이유는 ‘지주’인 앱마켓 기업이 과도하게 수수료를 가져가는 현실을 빗대기 위해서다. 구글과 애플은 게임사들로부터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부과한다.

김 대표는 “PC온라인게임 시대엔 내가 나의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 구글, 애플, 카카오 등 퍼블리셔(유통사)들이 이익을 가져간다”며 “매출이 100이면 개발이 가지는 수익은 20~30밖에 안된다”고 토로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 엔씨소프트가 소작농에서 벗어날 길이 열렸다. 지난 31일, 앱마켓 기업이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인앱결제 시스템의 강제 적용을 막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업종은 게임산업이다. 게임업계는 웹툰, 음원, 구독 서비스와 달리 이미 구글과 애플에 앱마켓 결제 수수료 30%를 적용받아왔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이태희 국민대 교수(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가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컴투스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2019년에 벌어들인 모바일게임 매출 약 4조9230억원 중 30%인 1조4761억원이 구글과 애플에게 돌아갔다. 이는 넷마블과 엔씨소프트가 각각 6200명, 3400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모바일게임만 출시하는 컴투스의 경우, 앱마켓 인앱결제 수수료로 나가는 금액이 임직원 급여보다 2.4배 높았다.

게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 적용하려다 애플과 갈등을 빚고 법적 다툼으로 번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에픽게임즈는 당시 애플 앱스토어를 우회해 게임 아이템을 판매하는 시도에 나섰다가 앱마켓에서 퇴출당했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앱 개발사에 요구하는 30% 수수료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에 따른 불공정 행위”라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게임업계는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 소식에 반색하고 있지만, 겉으로 표현은 못하고 있다. 구글, 애플이 모바일게임 유통 시장에서 보유한 영향력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자칫 눈밖에 났다가 어떠한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실제로 국내 한 게임사는 2016년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구글플레이에서 앱들이 삭제되거나 검색이 잡히지 않는 경험을 했다. 경쟁 앱마켓에 게임을 먼저 출시했다고 ‘구글 피처드’ 노출에서 제외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구글 피처드란, 구글이 주목할 만한 신작을 구글플레이 메인에 노출하는 것을 말한다. 피처드에 오르면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어, 신작 게임의 초반 흥행에 결정적인 요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는 게임산업에 분명한 호재”라며 “다만 구글과 애플이 인앱결제 외 다른 수익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어 좋아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에픽게임즈와 함께 미국 앱공정성연대(CAF)에 참여하고 있는 매치그룹은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에 대해 "공정한 앱 생태계를 위한 싸움에서 기념비적인 발자취"라고 평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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