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패션계 테슬라' 꿈꾸는 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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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21-09-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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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친환경 패션에 관심을 둔 소비자 사이에서 '니트 플리츠백'은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니트 플리츠백은 헌 페트병을 재활용해 얻은 원사로 만들어졌고, 이 가방의 제작사가 2017년 설립된 플리츠마마다. 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는 패션업계 테슬라를 꿈꾼다고 말한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다른 차기업과 달리 태생부터 친환경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으로 탄생한 테슬라처럼 플리츠마마도 친환경 소재만으로 제품을 내놓은 점이 맞닿아 있다. 

30일 아주경제와 만난 왕종미 대표는 "국내 친환경 의류 상업은 아직 규모를 따지기도 어려운 단계"라며 "이에 비해 해외에서는 나이키나 H&M 같은 대기업까지 친환경 섬유 사용을 100%로 늘리겠다고 공표할 만큼 관련산업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자료를 보면 미국 친환경 의류시장 규모는 최근 10년 사이 300% 이상 성장해 5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왕 대표는 "국내에서도 관련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플리츠마마처럼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이뤄내려고 고민하는 브랜드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아름다운 선순환 미사이클(Me-Cycle)

플리츠마마는 '내가 버린 페트병이 가방으로 탄생한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회사는 리사이클(Re-Cycle)과 업사이클(Up-Cycle)을 넘어 '나(Me)'로부터 시작하는 가치소비와 아름다운 선순환, '미사이클(Me-Cycle)'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플리츠마마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헌 페트병을 리사이클한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고 해양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첫 브랜드로 친환경 패션산업에서 앞장서 가고 있다. 2020년 6월에는 제주개발공사, 효성티앤씨와 협업해 폐자원 국산화를 이루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리사이클에 필요한 페트병을 얻으려면 일본이나 대만으로부터 깨끗한 페트병을 수입해야 했다.

왕 대표는 "리사이클이 폐어망과 같은 해양 쓰레기까지 보다 넓게 이루어지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며 "아직까지는 페트 소재 재활용에 치우쳐 있지만 다양한 자원을 리사이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플리츠마마는 지금껏 페트병 185만개를 재활용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500ml 생수병을 기준으로 지구를 50바퀴 감을 수 있는 길이로, 지구에서 달까지 2.6회 왕복할 수 있을 정도다. 

플리츠마마는 '착한(친환경) 소재'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예쁜 디자인' 역시 패션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승부에서 빼놓을 수 없다.

왕 대표는 "브랜드 모토인 '룩 시크 비 에코(Look Chic, Be Eco)'에서 '비 에코'보다 '룩 시크'가 먼저인 것처럼 플리츠마마는 결국 패션 브랜드"라고 했다. 그는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디자인에 모든 힘을 기울인다"며 "직접 디자인에 관여해 디자이너로 십수년 쌓아온 역량을 녹여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플리츠마마 제품을 찾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접어서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왕 대표는 "초기 디자인 작업부터 소비자 입장에서 휴대성을 살릴 수 있게 작업했다"며 "실제로 많은 고객이 이런 점을 좋아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접었다 펼쳤을 때 주름이 완전하게 펴지는지 여부는 기술력에 달려 있다"며 "우리 기술팀이 1년 동안 원사 배합 기술에 매달려 뛰어난 주름 복원력을 구현해 냈다"고 덧붙였다.
 
◆"ESG, 떠올랐다 사라지는 유행 아냐"

플리츠마마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점이 큰 호재라고 말한다. 즉, 환경에 이로운 제품에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에 자본을 쏟는 국가,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ESG가 쉽게 사라질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 전반을 바꾸어 갈 것으로 보이는 점은 더욱 긍정적이다.

플리츠마마는 자체적인 노력뿐 아니라 이런 우호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올해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러브 서울’ 에디션으로 맨투맨이나 레깅스 같은 원마일웨어까지 제품군을 확장하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오는 9월에도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다양한 새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플리츠마마도 패션업계 전반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왕 대표는 "패션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레드오션화가 빠른 편"이라고 했다. 그는 "(패션산업)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는 착각도 레드오션화가 빠른 이유일 것"이라며 "이 산업이야말로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중요하고, 고객과 함께 고민하고 성장한 브랜드만이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무늬뿐인 가짜 친환경 제품에 가려져 도리어 진짜가 외면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왕 대표는 "얼마 전 기술적으로 리사이클이 불가능한 협업 제안을 받는 바람에 거절한 적이 있다"며 "다른 브랜드에서 그 제안을 수락해 상용화한다고 들었지만, 그린워싱 사례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일반인이 진짜와 가짜 친환경 제품을 구분하기는 어렵다"며 "제도적으로 친환경 인증을 강화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 제품일수록 원가가 늘어난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숙제다. 다른 제품은 거치지 않는 리사이클 때문에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왕 대표는 "재활용 제품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묻는 소비자도 많다"며 "아이러니하게도 공산품 대부분은 새로 생산하는 것이 리사이클해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는 원가가 더 비싸니 이해해 달라고 할 수 없다"며 "스토리와 디자인 같은 고부가가치로 승부해야 하는 것이 우리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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