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아버지 명의로 111억원 빌려 탕진하고 살해 시도

2심 "죄질 불량...아버지가 아들 처벌 원치 않아 원심 유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유대길 기자, [e-mail]]

변호사인 아버지 명의로 111억원을 빌리고 갚지 못하게 되자 아버지를 살해하려고 시도한 3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정총령·조은래·김용하 부장판사)는 존속살해미수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4)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병원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 조수석에 타고 있는 아버지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아버지의 저항으로 범행에 실패한 A씨는 교통사고로 위장해 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지만, 결국 아버지를 근처에 내려주고 도주했다.

그는 아버지의 법률사무소 명의로 차용증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지인들에게서 돈을 빌려 유흥 등에 썼다가 갚지 못하는 빚이 40억원에 이르게 되자 채무 명의자인 아버지를 살해해 상황을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범행 당일 아버지를 죽이는 법을 인터넷 검색창에서 확인했고, 길이 30cm짜리 둔기를 미리 준비하고 승용차를 운전해 아버지를 조수석에 태우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했다.

검찰은 아버지의 법률사무소 직원으로 일하던 A씨가 주변 지인들을 속여 총 111억원을 받아낸 것으로 보고 사기 등 혐의도 적용했다. A씨는 2018년 8월~2020년 6월까지 총 98장의 차용증을 위조해 이를 제시하거나 "의뢰인의 수임료와 합의금을 빌려주면 이자를 붙여 3주 안에 갚겠다"고 지인들을 속여 총 111억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하지 않았지만 검찰은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도 "편취한 금액 일부를 변제에 사용해 현재 남은 피해 금액은 16억원 정도로 보이고, 존속살해 범행이 미수에 그친 데다 피해자(아버지)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