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프간에 IS 조직원 4000명 은신 중"...UN은 최대 '1만명'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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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8-2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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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링컨 美국무 "철군 후에도 대피 계속"...철군-대피 시한 분리 시사

미군의 아프간 철군 시한이 다가오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아프간 대피 작전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러시아 측은 탈레반과 극단주의 테러집단이 협력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탈레반 집권을 긍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니크통신은 드미트리 쥐르노프 주아프간 러시아 대사가 유튜브에서 "현재 아프간에는 4000여 명의 ISIS 테러범이 활동 중이며, 이들은 탈레반 세력을 피해 은신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쥐르노프 대사는 러시아의 유명 언론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솔로비요프 라이브'에 출연했다.
 

드미트리 쥐르노프 주아프간 러시아 대사.[사진=유튜브/스푸트니크 통신 갈무리]


특히, 쥐르노프 대사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우려하는 것과는 반대로 탈레반 세력과 ISIS 세력이 협력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탈레반 세력의 아프간 통제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는 것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스스로 극단주의 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IS)의 아프간 지부라고 주장하고 있는 'ISIS-K' 혹은 'ISIS-코라산'은 지난 2014년부터 아프간 지역에서 활동해왔다. 탈레반과 ISIS는 모두 이슬람 수니파 계열의 단체지만, ISIS 측은 자신들이 배교자로 여기는 이슬람 소수 종파인 시아파 신자를 처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레반과 종종 대립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쥐르노프 대사는 아프간 내 ISIS 조직원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이들이 탈레반과의 정면충돌을 피한다고 설명하면서 "현재 아프간에는 탈레반에 대한 대안이 없으며, 탈레반 세력이 수도인 카불뿐 아니라 국가 전체를 통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탈레반 세력이 당분간은 반(反)탈레반 세력에 대해 전면적인 진압 공세를 펼치지 않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최근 아프간 내 반탈레반 세력은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 계곡에 집결하며 아프간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의 항전 집단인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 아래로 합류하고 있다. NRF 측은 탈레반으로부터 자치권을 얻어 아프간을 분권 통치하는 방안

이에 대해 쥐르노프 대사는 "만약 탈레반이 판지시르 문제를 물리력을 동원해 해결하려 했다면, 하루면 충분했을 것"이라면서 "탈레반이 부드럽게 압박해 저항 세력의 지도자들이 무장투쟁의 가망이 없음을 깨닫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탈레반의 정치 부문 고위급 관계자는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해, 탈레반은 저항 세력에 대한 무력 진압 의사가 없으며 정치적 합의를 기대한다는 '정치적 신호'를 러시아 측이 외부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탈레반 측은 이전 아프간 정부 인사를 포섭해 '공동 정부(shared government)'를 구성하길 희망하고 있다. 탈레반 측은 오는 31일 미군의 철수 이후 차기 아프간 정부 체제 형태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탈레반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 '서구식 민주주의는 아니지만 모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표하고 있으며, 향후 통치 체제로서 이전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포함한 '12인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탈레반 내부에서 20년 전 5년간의 통치 경험이 전부인 데다 조직 규모도 10만명 수준에 불과하기에 인구 4000만명의 아프간 전체를 통치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문은 이어 탈레반 세력은 국제원조 삭감과 무역 제재 등으로 통치 자금이 끊기고 내부 저항이 일어나며 사면초가 상황에 처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이전 아프간 정부 예산 중 미국 등의 국제 원조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했다.

한편, 미국 등 서방 세계는 탈레반의 집권으로 아프간이 국제 극단주의 테러집단의 중심지가 될 것을 계속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월 국제연합(UN·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몇 달 동안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중국 신장 지역 등으로부터 8000~1만명가량의 테러범들이 아프간에 유입했다면서 대체로 탈레반과 알카에다와 관계를 맺곤 있지만, ISIS-K와의 동맹 관계인 경우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직 아프간 보안 관리였던 알리 모하마드 알리 역시 뉴욕타임스(NYT)에서 "아프가니스탄은 이제 테러리스트, 급진주의자, 극단주의자의 '라스베이거스'가 됐다"면서 "전 세계의 급진주의자들과 극단주의자들이 탈레반의 승리를 축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으며, 이는 극단주의 세력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오는 길을 닦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등도 카불 공항을 중심으로 아프간 내 테러 공격 위협이 실재한다고 반복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에 아프가니스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은 25일 아프간 내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카불 공항 이동을 자제하라는 보안 경고를 발령하고 대피를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지시를 기다리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ISIS-K의 테러 위협을 재차 경고하면서 오는 31일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더라도 아프간 내 자국민과 아프간 현지 협력자들에 대한 대피·구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미군의 아프간 철수 시한과 대피 작전 시한을 분리한 것이다.

또한 블링컨 장관은 이날까지 아프간에 체류 중인 자국민 6000명 중 4500명이 대피를 마쳤으며, 남은 1500명 중 500명도 향후 24시간 안에 아프간 탈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 산하 특수부대 모습.[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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