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디지털화 직면한 비은행 금융산업…"업권 간 제휴로 효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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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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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금융연구원]
 

비은행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투자하기보다는 지역금융기관들끼리 함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거나 핀테크 기업 등과의 제휴를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저금리·저성장, 디지털화 직면한 비은행산업
25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비은행금융산업의 2030비전과 발전과제-코로나 위기 이후 디지털금융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비은행 금융업은 은행과 마찬가지로 예금과 대출을 모두 취급하는 지역예금수취기관(이하 지역금융기관)과 은행과 달리 대출만 취급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이하 여전사)로 구성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든 상호금융 기관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축소된 모습이다. 지난 6월 기준 신협의 경우 0.15%, 농협 0.31%, 산림조합 0.24%, 수협 0.01%의 ROA를 기록했는데 모두 전년 말보다 최대 0.2%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자산규모 1조원 이상 대형사의 평균 자산은 2016년 9월 기준 약 1조4600억원인 반면 자산규모 3000억원 미만인 소형사의 평균 자산은 1400억원으로 그 격차가 1조3200억원이었다. 이후 지난 2018년 9월에는 자산규모 1조원 이상 대형사의 평균자산은 약 1조9900억원, 자산규모 3000억원 미만인 소형사의 평균자산은 1700억원으로, 격차가 1조8200억원으로 확대된 모습이다.

보고서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라 비은행 금융회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가 축소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으며,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연 20%)의 영향으로 대출 마진 폭이 줄었다는 것이다.

저성장 기조 하에 차주들의 신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비은행 금융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비은행 금융회사들의 경우 대출 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라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 비중이 증가하며 수익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서는 생활안정자금 수요로 인해 취약계층의 금융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 공급이 증가하는 측면도 있지만 은행권의 대출 고객 범위가 확대되면서 저신용층에 대한 공급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은행이 영업범위를 확대하면 비은행 금융회사가 취급하던 고객 중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고객들에 대한 대출 취급을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화' 역시 비은행 금융회사가 직면한 과제다. 비은행 금융회사들은 은행과 비교했을 때 회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IT투자 규모가 은행권보다 열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도 고객의 수가 많지 않아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부원장은 "정책적인 지원 측면에서도 신규 진입하는 회사를 중심으로 지원이 강화되면서 기존 금융회사인 비은행 금융회사는 상대적으로 추가 지원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태"라며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협력을 통해 필요한 부분에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여 발달시키면서 다른 금융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권 내 공동 추진으로 효율성 도모 필요
보고서는 저성장·저금리 기조와 디지털화가 계속해서 진행되면서 비은행 금융회사인 지역금융기관 등이 당면할 어려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요인들이 가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지속해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대출 규모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를 지나면서 연체율이 낮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금융기관은 신용도가 낮은 서민, 중소영세업자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담보 대출 또는 고금리 신용대출 위주로 영업하면서 대출심사 및 관리를 충실히 할 유인이 존재하지 않은 가운데 심사능력 또한 개선하지 못했다는 게 연구원 측의 판단이다.

이 부원장은 “지역금융기관은 고객과의 장기 거래관계를 통해 비재무적 정성 정보와 같은 연성 정보를 습득해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고객 기업에 대한 재무정보 부족에서 발생하는 정보비대칭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며 “지역금융기관으로서 저축은행, 신협 등은 관계형 금융을 통해 중소영세기업 및 서민의 부족한 담보 및 재무정보에 개인 관련 정보를 보완해 보다 정확한 대출 심사 및 사후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서는 지역금융기관 공동으로 추진하거나 핀테크 기업 등과의 제휴를 통하는 게 유리하다는 진단이다.

이 부원장은 “지역금융기관인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경우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객 서비스 개선과 백오피스 효율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 금융기관들이 개별적으로 전 업무의 디지털 전환에 충분히 투자할 여력이 없는 만큼, 공동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거나 핀테크 기업 등과의 제휴를 통한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역금융기관이 공동으로 백오피스 기능 등을 디지털로 전환해 효율성을 높인 사례로는 미국의 CUSO(Credt Union Service Organization)을 꼽았다.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신용조합은 조합들이 공동으로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핀테크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거나 온라인 대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CUSO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중소형 지역조합이나 중소형 저축은행이 자체적인 노력으로 핀테크를 개발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므로 중앙회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화를 추진함으로써 비용 절감, 효율성 제고 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부원장은 “우리나라 상호금융은 디지털이 아니더라도 각 상호금융기관별로 중앙회 조직이 상당히 강력하게 구성돼 있다. 현재 각각의 중앙회가 감독 기능, 예금자보호 기능, 유동성 공급 기능, 나아가 자산운용 기능까지 담당하면서 조합들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므로 중앙회를 중심으로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면 개별 조합들이 각자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지역금융기관들이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대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때 디지털 소외계층, 지역적인 금융교육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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