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기로에 선 항공업계, 쉽지 않은 '고용유지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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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1-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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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유지지원금 9월 종료 앞두고 고심 깊어져

  • 인력 줄였다가 시장 살아나면 자충수 될 수도

국내 항공업계가 고용유지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간 고용유지지원금 확보와 직원들의 사기진작 등을 위해 유보했던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구조조정에 나섰다가는 미래를 위한 기반도 무너질 수 있어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업계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이 오는 9월 종료된다. 정부가 1년에 최대 6개월만 고용유지지원금을 보조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의 지속된 업황악화로 지난 6월에 3개월 더 연장해준 결과다. 추가적인 고용유지지원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국내 항공업계는 득실계산에 분주해지고 있다.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해 고정비용을 더욱 줄일지, 아니면 다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내년 1월까지 버틸지다. 하지만 모두 부담이 큰 카드다.

당장 눈앞만 보자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제도발 이후 악화된 재무상태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대형항공사(FSC)의 경우 그나마 화물운송으로 버티고 있으나, 저비용항공사(LCC)는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실제 국내 양대 LCC인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만큼 그간 유지 손실액도 많았다. 지난 상반기 기준 제주항공의 자본잠식률은 56.3%에 달하며, 진에어는 아예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가 되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에어부산의 경우 29.8%이며, 티웨이항공은 자본잠식은 면했으나, 부채비율은 530%에 달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손실이 누적된 탓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지난 상반기에만 각각 1585억원, 10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에어부산(967억원)과 티웨이항공(801억원)도 이들에 못지않은 영업손실을 봤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없었다면 국제노선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었던 터라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다시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항공업계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치만 보면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지만, 향후 시장 전망을 보면 항공업계가 끝까지 버티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 세계 항공 승객 수가 내년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의 88% 수준을, 2023년에는 105%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등은 내수 시장의 경우 올해 이미 평년 수요를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미국 델타항공은 최근 휴직 중이던 직원들을 복귀시키고 내년 여름까지 조종사 1000명 이상을 채용한다. 앞서 유나이티드항공도 미국 대형항공사 중 처음으로 조종사 300명을 신규 선발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휴직 중이던 조종사 209명도 최근 정상 근무를 시작했다.

일단 국내 항공업계도 외부 자금 확보 등을 통해 최대한까지 버텨내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제주항공은 다음달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액면가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와 약 2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 진에어도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750억원의 영구채 발행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내수시장만으로 항공업계가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그렇다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가는 향후 폭발적인 항공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없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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