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성곤 "마곡 무산된 재외동포문화센터, 인천 영종도에 2000평 규모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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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박경은 기자
입력 2021-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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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인터뷰..."땅값은 동포들이 모금"

  • "재외동포 포함 전 세계 모든 한인의 센터 역할할 것"

  • "동포사회 세대교체 중...국뽕 위주 동포 정책 바꿔야"

  • "750만 동포, 해외로 간 뜻 뭔지 우리 스스로 물어야"

  • "남북간 전화·편지·만남 안돼...이런 디아스포라 없다"

[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박경은 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에 들어설 예정이던 재외동포재단교육문화센터가 인천 영종도에 지어질 전망이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부지 심사를 통해 인천 모 지역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며 "(재단) 내부적으로 사실상 결정했다"고 말했다.

본지 추가 취재에 따르면 재단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한 10여 곳의 센터 부지 후보를 심의해 영종도 내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부지를 현재 1순위로 고려하고 있다.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부지 내 2000평 규모의 지하 2층·지상 4층 건물을 짓는다는 방침이다. 내달 열리는 이사회 심의 등을 거칠 예정인데 영종도 내 센터 건립이 힘들 경우 다른 지역이 검토될 수 있다.

재단 관계자는 "건축비 제한 한계, 공항과의 거리, 미래발전가능성 등을 고려해 우선 영종도를 상대로 협상을 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며 "김포도 인천국제공항에서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내 이동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 역시 "(인천은) 공항에서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라며 "50억원가량의 땅값은 동포들이 모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이외 건축에 소요되는 비용인 약 249억원은 정부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김 이사장은 "인천이 사실 우리나라에서 최초 이민이 시작된 지역"이라며 "(밖으로) 나갔던 재외동포들이 이제는 들어오는, 갈 때는 배를 타고 갔지만 이제는 비행기를 타고 들어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재외동포들을 위한 교육문화센터지만 전 세계 한인들의 센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센터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 전체가 세계 한상들, 세계 한인들이 모여 활동하는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나름의 목표 또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재단은 부지를 소유한 주식회사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와의 협상을 거쳐 부지 가격을 확정 지은 뒤 이사회 상정, 외교부 승인 과정 등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한인 디아스포라(Diaspora·이산집단)의 궁극적 종착점이 한민족 평화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우리 국내 동포들도, 해외에 있는 동포들도 이런 목표를 잊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재단 출범한 지 24년...동포사회도 세대교체 중"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후 사무소가 있는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을 것 같다.


"취임한 지 이제 10개월이 됐는데 너무 바빴고, 너무 재밌었고, 너무 보람 있었다. 과거 정치인으로서 국회에 있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개인적으로 훨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정치판에 있을 때는 여야가 맨날 다투고 다소 비생산적인 시간도 보냈다. 재단 업무는 오롯이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 아닌가. 또 성과가 바로바로 눈에 보이니 상당히 보람 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몰랐지만 새롭게 알게 된 재외동포들의 애로사항이 있는지 궁금하다.

"대체로 재외동포들에게 복수국적, 병역, 비자, 의료보험 등에서 문제가 있다. 최근 가장 어려운 것은 코로나19 대유행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한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가는 지역에서 여행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재외동포와 재외국민들이 굉장히 큰 타격을 받았다. 또 한국은 그래도 시민들이 굉장히 자유롭게 다니는 편이다. 그러나 록다운(Lockdown·봉쇄)된 나라에서는 집 밖으로 아예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노년층이 정신적으로 무지무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임기 동안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고 설정한 목표가 있나.

"우선 세계 한인들이 많이 분절돼 있다. 한인 간 소통이 잘되는 지역과 어려운 지역이 있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나라는 특히 분규도 많다. 한반도에 사는 한국 사람들이 갈라진 것도 안타까운 일인데 왜 해외에 가서까지 그렇게 분쟁을 일으키느냐 해서 전 세계 한인회를 엮는 네트워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대륙별로 있는 한인총연합회에서 세계한인회총연합회를 만들어 정관을 마련 중인데 재단이 도와주고 있다."

-재단이 출범한 지도 벌써 24년이 됐다.

"그렇다. 그 사이에 동포사회도 많이 바뀌고 있고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부모에서 자녀 세대로, 한국어가 편한 세대에서 해당 국가의 언어가 편한 세대로 변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동포 사회 변화에 맞게 재단 프로그램을 변화시켜야 한다. 특히 많은 한인이 각 나라의 지방의원, 국회의원 등으로 진출해 있다. 코리안(Korean·한국인)이라는 자부심도 강하다. 재단으로서는 이들과 어떻게 네트워크를 잘 형성할지 등이 과제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뽕 위주 재외동포 대상 정책 벗어나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재외동포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나.


"그간의 재외동포 대상 정책은 소위 '국뽕(맹목적인 자국 찬양)'이 많았다. (동포라면) 한글을 반드시 배워야 하고 병역 문제도 비슷한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사는 나라에서 성공해 존경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한국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민족정신을 무리하게 강요하기보다는 각자 현지에서 성공한 코리안(한국인)이 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편투표 등을 통해 재외동포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맞는다. 국회에 관련 법안도 올라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외동포들의 실질적 투표권이 보장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참정권을 행사하려면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데 해외에서 투표를 하기가 매우 힘들다. 그 나라에서는 투표일이 휴일이 아니다. 또 먼 거리에 있는 공관까지 가서 투표를 해야 한다. 그래서 우편투표를 도입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0개국 이상이 우편투표 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여야 간 유불리를 떠나 국민의 기본권이므로 보장하는 게 옳다."

-재외동포들에겐 피선거권도 없는데.

"그렇다. 참정권이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같이 보장해야 한다. 외국에 있는 사람한테 어떻게 피선거권을 주느냐고 하지만 그런 나라가 꽤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에는 해외선거구라는 게 있다. 프랑스는 모두 12개 의석을 갖고 있다. 우리는 투표권을 가진 재외동포가 230만명이므로 의석수로 따지면 10개 의석은 줘야 한다."

-재외동포에 대한 혐오 문제도 심각하다.

"어느 사회나 다수민족의 소수민족 내지는 이민 온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있다. 유럽에서는 무슬림들에 대한 혐오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예멘 난민이 제주도로 왔을 때 반대하는 여론이 심했다. 어쨌든 세계 인권선언문에 나와 있듯 모든 인간은 피부색이나 언어, 종교와 관계없이 모두 평등하기 때문에 부당한 차별에 대해서는 용감하게 대항해야 한다. 우리 역시 한국 사회의 소수자 차별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재외동포 아닌 '글로벌 코리안'으로 불러야"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했다 보니 재일동포 애로가 클 것 같다.


"(정부는) 한·일 관계에서 우리 재일동포들이 붙잡혀있다는 생각을 항상 해야 한다. 양국 관계에 따라 특히나 일본에서 한국 관련 사업을 하시는 동포들이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일본인도 굉장히 많았는데 요새는 엄청 줄었다고 한다. 요즘엔 동포들이 해외에 살지 않는 지역이 거의 없다. 특히 동포들이 많이 사는 나라와는 외교 관계만 봐서는 안 된다. 그곳에 사는 우리 한인들의 입지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

-오는 10월엔 재단의 가장 큰 행사인 세계한인회장대회와 세계한상대회를 앞뒀다. 준비는 잘 돼가고 있나.

"한인회장대회가 먼저 10월 5일에 있다. '하나된 동포 더 강해진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현재 64개국의 296명 동포가 참가를 등록했다. 한상대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4차 산업혁명과 그린뉴딜'이라는 주제로 10월 19일 대전에서 개최될 예정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장소가 변경될 수 있다. 매년 개최를 희망하는 지자체에서 하는데 올해는 대전에서 하게 됐다. 이보다 먼저 9월 7일부터는 세계한인차세대대회도 열린다."

-인터뷰 동안 '세계 한인'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재외동포라는 명칭을 바꿀 필요성도 있나.

"우리가 바꾸지 않아도 동포들이 스스로 바꾸고 있다. 이제 한국은 물론 동포들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이전에는 '동포끼리 뭉치자'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제는 '우리도 세계 중견국 국민으로서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좀 더 높은 목표를 갖게 됐다. 그래서 제가 '오버시즈 코리안(Overseas korean·재외동포)'이 아닌 '글로벌 코리안(Global korean·세계 한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세 이사장'에 대한 기대감이 클 재외동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한다면.

"옛날에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750만 동포가 해외로 간 뜻이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도 물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한민족은 과거 강대국의 침탈 속에서 타의로 미국, 러시아, 중국으로 뿔뿔이 흩어진 국외적 디아스포라와 그 과정에서 분단되며 생긴 남북 이산가족, 바로 국내적 디아스포라가 있다. 재외동포들과는 수시로 전화도 하고 만날 수 있지만 남북 간에는 전화는 물론 편지도 주고받을 수 없다. 전 세계 한인이 만나야 하는 이유다. 한민족 평화공동체를 만드는 게 750만 디아스포라의 목표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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