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중견 손해보험사', '실적악화에 임원 절반 사임'. 김용범 부회장(사진)이 취임 전 메리츠화재에 대한 손해보험사들의 이미지다. 하지만 김 부회장 취임 6년 만에 메리츠화재는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순이익은 업계 2~3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설계사 출신 본부장 제도 도입 등 전속영업조직 개편은 타 손보사들이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직원 급여 역시 업권 최고 수준으로 보험맨들의 선망의 직장으로 꼽힌다.
 

[사진=메리츠화재 제공]

 
성과주의 경영전략 효과 취임 후 매년 실적 경신 신화
2015년 2월 메리츠화재 대표에 선임된 김용범 부회장은 매년 실적을 경신했다. 메리츠화재는 2014년에 연결기준 순이익 1148억원을 내는 데 머물렀지만 2015년 1690억원, 2016년 2372억원, 2017년 3846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에서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기간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8% 증가한 291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에 이어 업계 3위 성적이다.

이 기간 매출액(4조9337억)과 영업이익(3964억원)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33.3% 늘었다.

보험영업효율을 판단하는 합산비율은 100.7%로 전년 동기에 비해 6.2%포인트 하락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업권 최고 수준인 22.8%를 기록했다.

이 같은 메리츠화재의 성장은 영업채널 경쟁력 확보라는 김용범 부회장의 경영 성과로 풀이된다. 메리츠화재는 6월 들어 일부 대형 법인보험대리점에 장기인보험 판매시책으로 300%를 내걸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험시장 점유율은 현재 16~17%가량으로 삼성화재에 이어 두 번째다.
 
위기 때마다 조직문화 혁신 성공
김용범 부회장은 2015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이 조직의 체질 개선과 기업문화 혁신이다. 우선 그는 '본부-지역단-점포'의 3단계 영업관리 조직에서 본부와 지역단을 모두 없앴다. 그리고 본사 아래 영업점포로 직결되는 구조로 슬림화했다.

정규직 공채 직원들로 구성됐던 본부장·지점장을 설계사 출신도 오를 수 있도록 하고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인사시스템을 바꿨다.

그는 손해보험업계 최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설계사 조직의 동기부여를 제고했다. '설계사가 행복한 회사, 본부장의 꿈을 키우는 회사'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 메리츠화재의 전속설계사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김 부회장이 취임한 해인 2015년 9569명에 불과하던 전속설계사 수는 2016년 1만1835명에서 2017년 1만3667명, 2018년 1만6505명, 2019년 2만5434명, 2020년 2만9739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1분기에 전속설계사 수 3만10명을 기록하며 손보사 중 최초로 전속설계사 3만명을 넘어섰다.

직원들의 급여 수준 역시 업계 부동의 1위다. 올해 상반기 기준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623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2만원 증가했다. 이는 업계 2위권인 DB손해보험(4594만원)과 삼성화재(4180만원)를 2000만원 이상 상회하는 금액이다.
 
재택 실험 성공…TM 판매 1년 새 5000억원 증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보험 영업에도 비대면 바람이 불면서, 김 부회장이 실험한 텔레마케터의 재택 영업이 성공하기도 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TM 원수보험료는 5136억2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의 175억5400만원 대비 2825.9%(4960억6900만원) 폭증한 규모다. 메리츠화재의 TM 원수보험료는 지난해 1분기 1223억원에서 2분기 2496억원으로 3개월 만에 두 배가량 급증한 이후 3분기에는 3798억원까지 확대되면서 4분기 연속 상승했다.

판매 실적이 1년 새 급등한 이유는 메리츠화재가 지난 2018년부터 TM 영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서다. TM은 전화 상담으로 보험을 판매하는 비대면 영업 채널이다. 전화통화로만 보험 계약이 이뤄지다 보니 불완전판매와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 이에 규모가 있는 보험사는 TM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또 코로나19로 확산된 언택트 트렌드에 맞춰 보험설계사들이 집에서 전화로 보험상품을 판매하게 하는 TM 소호슈랑스 영업제도를 도입했다. 소호슈랑스는 기존에 정형화된 사무실 개념에서 벗어나 작은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보험영업이 가능하게 한 영업 방식을 의미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우려 등으로 타 경쟁사들이 TM 영업조직의 재택 영업을 주저한 사이 메리츠화재는 적극적으로 이를 독려했다"며 메리츠화재의 TM 채널 판매 급증은 이 같은 과감한 실험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직 목마르다" 2024년 삼성화재 잡고 1위 목표
6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에도 김 부회장은 여전히 목마르다. 그는 최근 사내 CEO 메시지를 통해 "지난달 22일 새로운 33플랜 발표회를 통해 우리의 미래 좌표를 다시 설정했다"며 "2024년까지 당기순이익 목표 1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화재가 지난해 달성한 순이익(7668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로, 업계 1위에 올라서겠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계획이다.

채널별 점유율 목표도 제시했다. 텔레마케팅(TA) 채널 점유율은 16%에서 22%로,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점유율은 21%에서 30%로 올릴 것을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수익성 제고 목표 계획도 밝혔다. 장기인보험 마진율은 11.8%, 일반보험 세전이익은 186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투자수익률은 4%에서 4.3%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그간 김 부회장은 대표 취임 후 3년마다 당기순이익 기준 업계 3위에 진입하겠다는 '33플랜'(3*3 Plan)과 2021년까지 업계 2위를 달성하겠다는 '넥스트 33플랜'(Next 3*3 Plan) 등을 마련해 성장의 모멘텀을 마련해왔다.

메리츠화재의 33플랜은 큰 틀에서의 전사적인 중기 목표와 전속채널(TA)과 독립보험대리점(GA), 장기·자동차·일반보험, 자산운용 등 사업 부문별로 달성해야 할 세부 목표를 함께 제시해 목표 달성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첫 번째와 두 번째 33플랜이 나왔을 당시에도 무리한 목표 설정이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지만, 결국 대부분의 과업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것은 김 부회장의 철저한 세부 계획 마련의 결실"이라며 "메리츠화재 내부에서도 이번 세 번째 33플랜에 거는 기대가 큰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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