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상황과 비슷했다"...주아프간 대사가 전한 카불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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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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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호 대사, 18일 취재진과 화상 브리핑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가 18일 기자들과의 화상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15일 저녁부터 총소리도 들리고 우방국 헬기가 공항을 맴돌았다. 전쟁 같은 상황과 비슷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 붕괴 사태 속 교민 구출을 위해 현지에 마지막까지 남았던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가 18일 기자들과의 화상 브리핑을 통해 당시 아프간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생업상의 이유로 아프간 출국을 거부했던 교민 A씨는 지난 15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탈레반에 의해 카불마저 함락되자 같은 날 밤 끝내 철수를 결정했다.

최 대사는 "철수가 계속 진행되는 것을 보고 또 (대사관) 직원 몇명이 남아서 (본인을) 설득하러 온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변하신 것 같다"며 "본인도 '철수하겠다. 나 때문에 대사관 분들 여러 명이 남아 이러는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다음 날인 16일 오후 1시에 수속을 밟는 군용기를 탈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 대사는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이 민간공항과 군 공항 두 군데로 나뉘어 있는데, 15일 저녁부터는 민간 공항으로 군중이 다 들어와 활주로를 점거하는 등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며 "이분(A씨)을 모시고 16일 오후 1시쯤 군공항 터미널로 이동해서 수속을 밟고 대합실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16일 오전 늦게부터 민간 공항을 점거했던 민간인들이 군 공항까지 들어왔다"며 "그래서 (이들 민간인이) 항공기에 매달리고 해서 군용기 운항이 다 취소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A씨는 대합실로 다시 이동해 무한정 대기했고, 그동안 최 대사는 우방국 대사들이 모여 자국민 철수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에 세 차례 참석했다.

최 대사는 "17일 오전 1시쯤부터 현장이 정리됐다"며 "저도 (본부에 회의 내용 보고 등) 1차적 업무를 마쳤고, 이분(A씨) 보호도 할 겸 같이 출국하는 게 좋겠다 해서 새벽 3시쯤 같은 군용기를 타고 (아프간) 공항에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타고 온 군용기는 유관국에서 운용하는 아주 큰 수송기"라며 "옛날 배 타듯이 다들 바닥에 오밀조밀 모여앉아서 타는 비행기"라고 묘사했다.

탑승객은 대부분 미국인이었고 그외 최 대사와 A씨 같은 제 3국인 또는 아프간인도 일부 있었다고 최 대사는 설명했다.

최 대사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위원장과 탈레반 간 정권 이양을 어떻게 매끄럽게 할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대사관 입장에서는 현지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향후 정권 수립이 어떻게 되는지, 국제사회 대처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면밀히 파악하며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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