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수수료는 못 내린다는데… 실적 개선에 보수 인상하는 카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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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1-08-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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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반기 역대급 실적에 여유자금 규모도 늘어

  • 성과급 지급 등 임직원 급여 대폭 인상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을 앞두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상은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 나누기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거둬들였던 ‘역대급 실적’은 뼈 아픈 비용 절감의 결과란 주장과 달리, 정작 임직원 보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각종 여유자금 규모도 함께 늘어, “추가 인하 여력이 없다”라는 말은 수수료 방어를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7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직원 1인당 상반기 평균급여는 522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4657만원)보다 12.3% 급증한 규모다.

가장 상승 폭이 컸던 곳은 하나카드다. 이 회사의 상반기 직원 급여는 작년 4800만원에서 올해 6600만원으로 1800만원이나 늘었다. 증가율만 무려 37.5%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전체 카드사 중 ‘급여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예년에는 지급되지 않았던 일회성 성과급이 나오면서 평균급여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이외에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상반기 직원 평균급여도 6600만원으로 동일했다. 작년(5500만원) 대비 증가율은 20%(1100만원) 수준이다. 이어 신한카드 6300만원, 우리카드 4700만원, 삼성카드 4300만원, 롯데카드 4000만원, KB국민카드 4000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신한카드는 300만원(5%), 우리카드는 200만원(4.4%), 삼성카드는 200만원(4.9%), 롯데카드는 700만원(20.6%)씩 각각 급여액이 커졌다. 국민카드만이 유일하게 43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7% 감소했다.

임원들의 증가 폭은 더욱 컸다. 7개 카드사 평균 미등기임원 급여는 작년 상반기 1억2254만원에서 올 상반기 1억5457만원으로 26.1%나 늘었다. 이는 일반 직원 증가율(12.3%)을 2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1인당 총 보수는 현대카드가 2억1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카드(1억9900만원), 롯데카드(1억7500만원), 국민카드(1억5300만원), 삼성카드(1억4900만원), 하나카드(1억1300만원), 우리카드(78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작년 대비 증가율은 롯데카드가 41.1%(5100만원)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신한카드 22.8%(3700만원), 하나카드 15.3%(1500만원), 현대카드 14.4%(2700만원), 우리카드 2.6%(200만원), 국민카드 2%(300만원), 삼성카드 0.7%(100만원) 순으로 쫓았다.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20억1300만원)이 전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받기도 했다. 다음은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으로 8억700만원을 수령했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5억5800만원, 장경훈 하나카드 전 대표는 5억621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상황이 이렇자, 카드업계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반대를 두고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말 적격비용(수수료율의 근거가 되는 원가) 재산정을 앞두고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성과 배분에만 관심을 보이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금융당국이 수수료 인하를 위해 마케팅 등 부수비용 절감을 요구했던 것과도 대비되는 행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상반기 실적을 두고) 비용을 줄여 이익을 늘린 ‘불황형 흑자’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임직원 연봉을 한 번에 10~20%씩 올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결국 소상공인과의 상생보다는 본인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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