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길어지는 남양유업의 침묵··· 시장 불신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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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1-08-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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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이사진 변경이 예정되어 있던 임시주주총회를 일방적으로 연기한 지 2주가량 지났다. 남양유업 측은 6주간 주총을 연기한다는 공시 이외에는 어떠한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제 3자와의 접촉설, 법적 다툼 가능성 등 전망만 무성하다.

신뢰와 계약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인수합병 절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후 거래가 깨지는 일은 흔하진 않더라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대개 실사 과정에서 다른 문제점이 발견됐거나, 계약 체결 시점과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었다는 명분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 포기 과정이 비근한 사례다. 계약 체결이 지연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나타나며 계약이 무산됐다.

남양유업의 경우 '단순 변심' 외에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도장을 찍고 보니 지나치게 싸게 팔았다는 후회가 찾아든 것이다. 계약 체결 당시엔 한앤컴퍼니가 비싼 가격에 남양유업을 인수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당시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 52.63%를 31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주당 82만원의 가격으로 당시 남양유업 주식의 약 두 배 수준이다. 그러나 연이은 악재로 실적이 악화됐던 남양유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싼 가격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실적 악화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보면 싼 가격에 회사를 넘겼다는 후회가 남을 만도 하다. 남양유업의 2019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531억원. 인수가와 비교하면 약 5~6배 수준의 멀티플이 적용됐다. 경쟁자인 매일유업의 EBITDA 멀티플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이러한 가치 평가는 남양유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파문 이후 잊을 만하면 악재를 겪었다. 올해는 코로나19를 마케팅에 이용한 '불가리스 사태'로 브랜드 가치 하락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시장은 남양유업이 겪은 악재 대부분이 오너일가 중심의 후진적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남양유업 주가는 매각 소식이 전해지기 전 40만원 초반에 머물렀다. 한앤컴퍼니와의 계약 체결이 알려진 이후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최고 81만3000원까지 상승했다. 남양유업의 오너리스크 해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는 증거다. 이번 사태가 협상 결렬이라는 형태로 마무리된다면 이런 기대감은 남양유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뒤늦게라도 남양유업 측의 성의 있는 해명이 필요한 이유다.
 

[사진=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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