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마트 따라잡자"···소상공인도 구독경제로 살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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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1-08-0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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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꼼지락시장 배달앱 '꼼지락배송'에서 시장 상인과 고객이 '에누리 라이브'를 통해 제품 가격 흥정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신도꼼지락시장]


#“오늘 사과가 좋은데 수박만 살 거야? 같이 사면 내가 1만 5000원인데 1만 2000원에 해줄게.” 대전 가양동 신도꼼지락시장이 선보인 근거리 배달앱 ‘꼼지락배송’에서 한 시장상인이 소비자와 실시간 영상통화로 물건값을 흥정한다. 소비자는 품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싼 가격에 물건을 구매한다. 콜드체인(저온유통) 체계를 구축한 신도꼼지락시장은 대형마트 못지않은 신선식품 배송이 가능하다. 싼 가격에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 소비자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이동선 신도꼼지락시장 사업단장은 “꼼지락배송은 도입 9개월 만에 누적 거래액 1억2000만원을 넘어섰고, 누적 다운로드 수는 1300명을 돌파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는 선결제 시스템을 추가 도입해 반찬, 밀키트 등 정기구독 서비스를 강화하고 대전뿐만 아니라 전국 배송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시 강동구 고분다리 시장은 ‘집밥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온라인 반찬가게 서비스를 출시하며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나섰다. 기존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반찬과 승부를 보기 위해 볶음류부터 절임류까지 다양한 반찬을 매일 다른 구성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 결과,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지 4개월만에 반찬 배달을 정기적으로 해달라는 소비자의 요구가 대폭 늘었다. 판매된 반찬 중 환불을 요구한 사례은 0건이다. 이현영 시장이반찬협동조합 조합장은 “젊은 층부터 30~40대 주부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반찬을 구매한다"며 "매주 2회 반찬을 정기 배송해주는 구독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업계도 구독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구독경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래 유형이다. 판매자는 '단골'을 확보할 수 있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수 있다. 소비자는 제품을 소유하는 것보다 낮은 비용으로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소비가 빠르게 늘며 구독경제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의 기회이자 새로운 유통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0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에겐 ‘그림의 떡’이다. 신도꼼지락시장, 고분다리시장처럼 구독경제를 실현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구독경제 운영에 필요한 플랫폼, 물류, 상품 구성 등 기반 구축이 어려워 진입조차 하지 못한다. 지난해 구독경제 서비스를 시작한 한 소상공인은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수"라며 "서비스까진 출시했는데, 홍보가 제대로 되지않아 고충이 많다. 정부가 마케팅 전문가를 지원해 구독경제를 실현하면 실제 매출이 올라갈 수 있다. 이런 성과를 보여줘야 더 많은 소상공인이 온라인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5일 ‘소상공인 구독경제 추진방안’을 내놓고,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로 개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정책은 온라인 시장 진출과 관련된 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구독경제의 기초 기반을 다지는 게 핵심이다. 내년까지 소상공인 3000명이 구독경제 시장에 진출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을 구축하는 목표를 담았다. 우선 중기부는 소상공인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독경제 4가지 모델로 ’밀키트 구독‘, ’가치소비‘, ’골목상권 선결제‘, ’직접 운영‘ 등을 제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프레스지와 협업해 기획한 백년가게 밀키트. [사진=프레스지]

밀키트 구독은 밀키트 제조업체·민간 쇼핑몰과 협업으로 제조부터 판매, 정기배송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백년가게 밀키트’ 사업을 바탕으로 기획된 이번 모델은 소상공인 온라인 판매 중 식품이 비중이 가장 높은 점을 고려했다. 백년가게는 중기부가 지난 2018년부터 업력 30년이 넘은 소상공인을 발굴해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직접 운영 모델은 온라인 판매의 경험이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준비한 모델이다. 전통시장·농수산조합 등 소상공인 단체 등을 대상으로 자사몰, 물류(풀필먼트), 운영 지원과 같은 구독경제 필수 요소를 지원한다. 아울러 구독상품 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민간 온라인몰에 소상공인 전용 구독경제관을 개설하고, 할인쿠폰 등 판촉 비용을 일부 보조하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가치소비 모델은 민간몰(MD)이 지역 특산물이나 소상공인 제품을 ‘효도상품’·‘복지상품’ 꾸러미로 구성해 소상공인 전용 구독경제관에서 판매한다. 선결제 모델은 온·오프라인 연계(O2O) 기업이 오프라인 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골목상권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지원한다.  요기요나 배달의민족과 같은 O2O플랫폼에서도 전통시장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얘기다. 중기부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O2O 플랫폼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기부는 구독 서비스 제공에 필수 요소인 판매 플랫폼, 풀필먼트, 상품구성을 지원하기 위해 이용권(바우처) 방식의 지원사업을 신설, 소상공인의 활발한 진입을 유도한다.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전담 인력, 배송 차량 등도 메뉴판 식으로 제공해 초기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구독상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도 추진한다. 공동 브랜드 개발, 커뮤니티 광고, 고객 만족 지원센터 도입과 같은 소비자 신뢰 확보 노력과 기존 온라인 교육 개편을 통한 소상공인 구독경제 교육 신설 등 디지털 역량강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이번 지원대책은 소상공인도 구독경제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구독경제는 정기 판로가 확보돼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이번 지원을 통해 많은 소상공인분들이 경기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소상공인으로 거듭나시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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