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이슈페이퍼] ⑥ ESG가 중요한 시대, 기업이 기차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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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훈 한국표준협회 ESG경영센터장
입력 2021-08-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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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훈 한국표준협회 ESG경영센터장]

2021년 올해 주요 기업 신년사와 주주총회의 화두는 ESG였다. 최근에는 TV광고에도 ESG를 볼 수 있고 ESG 관련 기사가 없는 날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많은 사람이 평가와 투자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고, 누군가는 새로운 경영의 트렌드로 ESG를 소개하고 있다. ESG는 이제 시작인데 벌써 ESG 피로도가 쌓이는 것 같다.

◆ ESG의 메시지와 목표는 무엇인가

기업의 CEO들과 ESG 관련 부서 직원들은 ESG 때문에 너무나 혼란스럽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ESG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차를 상상해보자. 기차가 잘 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엔진이 있어야 하고, 안전하게 설치된 레일이 있어야 한다. 만약 기업이 기차라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가치사슬(Value Chain)’이라는 엔진이 있어야 한다. 그럼 레일은 무엇일까? ‘이해관계자와의 좋은 관계’가 그 레일이다. 레일은 ‘시장과 사회’라는 토대 위에 있으며, 시장과 사회는 ‘지구환경’이라는 기반 위에 존재한다. 만약 기업이 시장과 사회 그리고 지구환경을 무시하고 폭주한다면 더 이상 달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ESG의 메시지이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는 고객, 주주, 협력업체, 직원, 지역사회, 정부, NGO, 미래세대를 포함한다.

 

[사진=유훈 센터장 제공]


그럼 ESG의 목표도 명확해진다. ESG는 수단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지속가능발전은 2015년 UN-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서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잘 정리되어 있다. 

◆ ESG경영은 무엇이고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가

혹 미국이나 유럽 기업에 근무하는 친구가 있다면 ‘ESG경영’에 대해서 물어보라. 그러면 ‘What?’이라는 답변이 돌아오던가 아니면 ‘너 자산운용사에 다니냐?’라는 질문이 돌아올 것이다. 그럼 ESG경영이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ESG실행을 위한 기본적인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ISO26000이며 이를 근거로 ESG경영을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SG경영은 가치사슬과 이해관계자 측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고, 기업의 비즈니스 모든 과정에서 환경(E)과 사회적 가치(S)도 재무적 가치만큼이나 균형 있게 고려하는 경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ISO26000에서는 ‘단순한 기부나 사회공헌활동이 아니며 법 준수 이상의 활동’이라고 추가로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경영을 사회공헌활동이나 ‘착한 척하기’ 정도로 오해하는 것은 낮은 수준의 활동들을 상호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다. ESG경영을 위해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지는 ISO26000 기대사항에 정리되어 있다.
 

ISO26000 기대사항 [사진=유훈 센터장 제공]

기업은 ESG경영의 노력과 성과를 이해관계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은 비재무지표인 ESG관련 정보를 포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ESG 정보공개 및 보고서 작성을 위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GRI Standards이다. 최근에는 정보공개 요구사항이 보다 고도화되고 있는데,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와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표준이 있다.

여기까지가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후 수많은 평가기관이 ESG를 평가를 하게 된다. 평가기관에는 자산운용사도 있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같은 전문평가기관도 있다.

◆ ESG경영은 결국 ‘혁신’이다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이 ESG경영의 전부 일까? 베이스라인에서 도약이 필요하다. 아디다스는 최근 ‘퓨처크래프트 루프 기술’을 발표했다. 해양과 육상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하여 섬유를 생산하고, 1000개 이상의 섬유를 활용하는 로봇으로 운동화를 생산한다. 생산과정에서 각 소재들을 고정하기 위한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더 놀라운 것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 맞춤형 운동화 제작도 가능하다. 또한 생산과정에서 재료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산물을 만들지 않는다. 아디다스는 생산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이를 통해 제품을 혁신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일정량의 재활용 소재를 쓰지 않거나, 접착제를 다량으로 사용하는 운동화는 판매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디다스, 퓨처크래프트 루프 기술[사진=유훈 센터장 제공]

기후 위기로 인해 ESG에 대한 요구사항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은 ESG가 평가와 공시 관점에서 이슈가 되고 있지만, ESG는 결국 ‘혁신’으로 수렴할 것이다. 지구환경을 개선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기업만이 현재의 고객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선택받을 것이다.

ESG는 기업에게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함으로 레일 위에서 계속 달릴 것인가 아니면 레일 위에서 내려와 박물관으로 갈 것인가? 기업은 ESG평가대응에 매몰되지 말고 이제는 혁신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혁신을 위해서 특별히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rocess Innovation), 식스 시그마(6 Sigma) 등 기존의 방법론과 기법들은 유효하다. 이전에는 리드타임 단축과 원가절감이 혁신의 목표였다면, 이제는 더 나은 환경과 사회를 만드는 것을 혁신의 목표로 설정하면 된다. ESG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시작으로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혁신을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여기서 더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까지 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 기업들이 다음 세대의 박수를 받으며 푸르고 푸른 지구환경 위에서 멋지게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칼럼 제공 : 오픈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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