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값 10% 오를 때 후판값 77% 급등 조선사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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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8-0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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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재값 폭등···대규모 수주에도 적자 우려

  • 전 세계 철강 수급 막혀 내년에도 가격 오를 듯

올해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지만 신조선가 상승폭은 그에 미치지 못해 조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도 후판 가격이 계속 치솟을 가능성이 높아 자칫 조선사들이 대규모 수주에 성공해도 적자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3일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 글로벌 신조선가 지수는 141.16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127.75 대비 10.5% 상승한 수준이다. 신조선가는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최고점이던 2013~2014년의 140 수준을 넘어섰다.

문제는 후판 가격이 더욱 무섭게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톤(t)당 65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던 후판 가격은 최근 115만원으로 76.9%(50만원) 급등했다.

선박 원자재인 후판 가격이 급등하면서 조선사의 실적에 당장 적신호가 들어왔다. 최근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89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2분기 437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각 사 제공]

 

이는 조선사가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한 탓이다. 공사손실충당금이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실적에 선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2분기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한 이유는 후판 가격이 치솟아 기존 계산보다 선박 건조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탓이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은 후판 가격을 최고 115만원으로 가정하고 896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올해 2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삼성중공업도 372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했다.

이를 놓고 과거 2014~2016년의 사례를 떠올리는 조선업계 관계자가 적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해양플랜트 후속 공정 탓에 500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했다. 2016년에는 현대중공업이 수주 공사에 따른 환손실로 102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 설정을 피하지 못했다.

문제는 내년 상반기에도 후판 가격이 또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존 최대 규모의 철강생산국이었던 중국이 환경 규제 탓에 생산을 크게 줄이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철강이 부족하다는 아우성이 이어졌다. 후판 가격이 급등한 것도 이와 연관이 깊다.

현재 글로벌 각국에서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당장 철강을 신속하게 수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철강·조선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가격 협상에서 후판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발주처가 원가 인상분을 반영해줘야 하지만 기존 최고 수준까지 선가가 오른 터라 추가 상승을 확신하기 어렵다"며 "반면 철강사는 내년 후판 가격을 더 올릴 가능성이 높아 자칫하면 조선사의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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