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메타버스] "아직도 안 탔니?"···너도나도 1700조 메타버스 공략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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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1-08-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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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페토 캐릭터가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시민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낙연 후보 사무실]

직방 임직원이 자신의 아바타로 메타폴리스에 로그인해 가상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직방]

# 부동산 중개 플랫폼 기업에 근무하는 최은진(34·가명)씨는 아침 출근길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다. 최근 회사가 원격근무제로 전환하며 집에서 컴퓨터만 켜면 바로 출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가상공간에 세워진 사무실에는 직원마다 개별 책상과 컴퓨터가 마련돼 있어 실제 출근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출퇴근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를 업무에 활용하다 보니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다. 내향적인 성격 탓에 평소 회의 시간 때마다 긴장이 많이 됐지만,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가 있어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원격근무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 정치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박다영(25·가명)씨는 최근 유력 대권 주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그들의 정치 철학과 공약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실 세계에서 만나기 어려운 유명인사들이었지만 메타버스 속 가상공간이라 가능했다. 벚꽃 풍경부터 피크닉 공간까지 후보마다 대선캠프 분위기도 달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정치인과 함께 '노 마스크'로 춤도 추고 포토 부스에 서서 같이 셀카도 찍었다. 비록 가상공간에서 이뤄진 짧은 만남이었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그들과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메타버스 열풍이 불고 있다. 이곳에선 마스크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필요 없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스마트폰 앱에서 자신이 꾸민 아바타로 현실에서 불가능한 여행과 공연 관람,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볼 수도 있다. 이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메타버스여서 가능한 일이다. 메타버스가 단순 커뮤니티를 넘어 우리 일상에 녹아드는 대세 플랫폼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섞어 놓은 3차원 공간을 의미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메타버스의 핵심인 가상·증강현실(VR·AR) 시장이 2019년 455억 달러에서 2025년 4764억 달러, 2030년 1조5429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1700조원 시장 놓칠라”···메타버스 열풍에 올라타는 기업들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네이버의 제패토가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제페토는 네이버 제트(Z)가 운영하는 AR 아바타 서비스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2018년 8월 출시된 제페토는 현재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2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도 AR·VR 업체 등과 제휴를 맺고 메타버스 콘텐츠 국내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이프랜드(ifland)'라는 새로운 메타버스 브랜드를 선보이며, 네이버 제페토에 도전장을 던졌다. SK텔레콤은 젊은 층의 취향과 관심을 고려해 국내외 주요 포럼과 강연, 페스티벌, 콘서트, 팬미팅 등 대규모 행사를 이프랜드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에서는 VR, AR 등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며 메타버스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 전문회사인 삼성넥스트는 공간 컴퓨팅 솔루션 기업 '텔레포탈'에, LG그룹의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미국의 가상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 '웨이브' 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정부도 메타버스 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2일 향후 추진될 디지털 뉴딜 2.0의 핵심키워드로 메타버스를 꼽고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기업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는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는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키로 했다. 공급·수요 기업, 이동통신사, 미디어 업계 등 181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 “한국판 로블록스 만든다”···AR·VR 기업, 메타버스 기술·인재 양성 ‘앞장’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인재양성과 기술개발을 위한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특히 전문화한 AR·VR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XR 기반의 메타버스 테크기업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차세대 메타버스 개발사 발굴을 위해 경기도와 손잡고 ‘경기 VR·AR 제작거점센터’에 콘텐츠 개발을 돕는 실습형 교육을 진행하고, 고가의 AR·VR 개발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다수가 동시에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다중접속 VR룸’ 등 시설을 활용해 중소 개발사들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버추얼 크리에이터 시스템, 다중접속 VR룸, 모션 캡처·크로마키 스튜디오 등 소규모 개발사에서 마련하기 힘든 장비를 대여해주고, 자유롭게 VR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계적인 게임·게임 엔진 개발사인 에픽게임즈의 한국법인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와 지난 4월, 메타버스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문화 콘텐츠 창작자 양성을 위한 ‘언리얼 교육’을 마쳤다.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된 언리얼 엔진 교육 과정은 문화 산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언리얼 엔진의 실시간 레더링 기술을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모바일게임 기업 컴투스는 시각특수효과(VFX) 전문회사 ‘위지윅스튜디오’에 450억원을 투자했다. 콘텐츠·기술적 측면에서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이번 투자로 컴투스는 글로벌 게임 지식재산(IP)을 영화, 드라마, 공연 등으로 확대하고,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멀티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쇼핑몰과 생산라인 강화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현실 공간의 비즈니스 가치를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를 통해 더 높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메타버스가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만큼,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메타버스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플랫폼 내에서 사회적 관계가 깊게 형성되다 보니 금융 사기나 성 관련 범죄 등이 일어날 우려도 존재한다”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정부가 나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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