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테이퍼링 '카운트다운' 시작?..."델타 변이에도 경기 회복 영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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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7-2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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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파 정책'은 없었지만, '매파 발언'은 있었다

  • 연준, 8~9월경 '연말연초 테이퍼링' 발표하나

  • "테이퍼링시 MBS·국채 매입 규모 동시 축소"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미국의 통화 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연준은 최근의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향후 경기 회복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일각에서는 연준의 긴축 전환 시기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틀간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존의 통화 정책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는 현재의 제로 수준(0~0.25%)으로 동결하고, 매월 자산매입 규모 역시 현재의 1200억 달러(약 137조6280억원)를 유지한다. 연준은 지난해 6월부터 매달 800억 달러의 미국 국채와 400억 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오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매파 정책'은 없었지만, '매파 발언'은 있었다..."델타 변이에도 경제 충격 미미"

다만, 이는 이미 시장이 예견했던 결과다. 최근 미국의 델타 변이 확산세로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나타나면서 현시점에서 연준의 긴축 전환 결정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잇달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덜란드 금융사 ING는 지난 26일 보고서를 통해 "7월 FOMC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정책'을 기대하기보다는 '매파적인 발언'을 기대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이날 연준은 '매파적인 발언'을 내놨다는 평가다. 이번 회의 결과에서 투자자들은 연준이 델타 변이 확산세의 경기 회복세 영향을 어떻게 진단할지 여부에 집중했는데, 연준은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이날 연준 성명은 "코로나19 재유행 우려에도 경제는 계속 나아지고 있으며, 연준의 목표치를 향해 진전하고 있다"면서 "이후 회의에서도 이러한 진전을 계속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후속 기자회견을 통해 "델타 변이 확산세로 올가을 직장 복귀와 등교 재개가 다소 지연할 순 있어도 경제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기대는 무리한 것이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미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혼란을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방법을 충분히 터득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델타 변이 확산세가 경기 회복세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연준을 기존 정책 궤도에서 벗어나게 할 위험성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연준이 내건 긴축 전환 조건에 미국 경제가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는 점을 이전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미국의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 등락 추이.[그래픽=아주경제DB]


지난해 12월 이후 연준은 긴축 통화 정책에 돌입하기 위한 조건으로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 목표치 2% 내외 △노동시장의 완전 고용 상태(실업률 4% 이하) 회복 등 2가지를 제시한 상태다.

파월 의장은 "밀가루 한 봉지가 올해 5센트 오를 순 있어도 매년 5센트씩 상승하지 않는 것처럼, 오늘의 물가 상승 압력이 향후의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현실적인 (상품) 가격 상승이 일어나더라도 인플레이션 과정은 멈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일시적이란 진단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이어 물가 상승세가 이전의 예상보다 더 높고 지속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한편, "공급 병목현상이 점차 해소하면서 장기적으로 물가의 방향은 연준의 목표치에 일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파월 읜장은 노동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력한 회복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면서도 "거시경제적으로 볼 때 일자리 회복 목표치에 도달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해 이전보다 강경한 어조를 냈다.

그는 이어 "델타 변이 확산세가 노동자들의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감염 우려나 육아·간병 부담, 연방정부의 넉넉한 실업 지원으로 노동자들이 일터 복귀를 외면하곤 있지만, 이러한 요인은 일상이 정상화할 경우 즉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노동시장은 지난해 4월 코로나19 대봉쇄로 약 2100만개의 일자리를 잃었으며, 이후 현재까지 복구하지 못한 일자리는 700만개 미만이다.
 

코로나19 사태 전후 미국 일자리 누적 증감 상황.[출처=미국 노동부, 그래픽=최지현 기자]

 
연준, 8~9월경 '연말연초 테이퍼링' 발표하나...MBS·국채 매입 규모, 동시 축소할 듯

이에 따라 연준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돌입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후 회의에서도 경제 진전 상황을 계속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이퍼링 돌입 시기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없었지만, 테이퍼링 방식에 대한 논의는 일부 진전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이날 파월 의장이 "월간 MBS 매입 규모를 국채 매입 규모보다 '조기에 줄이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MBS 매입이 주택시장 과열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 매월 400억 달러 규모의 MBS 매입을 먼저 철회한 후 8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날 파월 의장은 해당 방안은 일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FT는 향후 연준이 MBS와 국채 매입을 동시에 줄이면서도 MBS 매입 감축 규모를 더 크게 설정해, MBS의 매입 축소 속도를 국채보다 더 빠르게 조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연준의 긴축 전환 결정이 초래할 시장의 불안감을 의식한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 돌입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으며 전적으로 경제 지표에 달렸다"면서 "연준에는 여전히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며, (금융시장에) 적절한 명확성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거스 파우처 PNC파이낸셜그룹 수석 경제학자는 "연준이 테이퍼링을 향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면서 기존 관측대로 오는 8월 잭슨홀 회의 혹은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연준은 미국의 장·단기 국채 투자자들을 위한 안전장치로서 상설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운영 기구인 '스탠딩 레포(Standing Repo Facility·SRF)'와 'FIMA(피마·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ies Repo Facility)'도 도입했다. 이들 기구는 일종의 유동성 대출 제도다. 

미국 내 은행 등 금융기관을 상대로 하는 SRF는 미국 국채와 기관채 등을 은행의 지급준비금과 상시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은행은 자금이 일부 모자라더라도 국채를 매도하지 않을 수 있게 돼 유동성 압박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가동한 이후 재도입된 FIMA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해외 통화당국을 상대로 하는 유사한 성격의 기구다. 이는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FIMA에 맡기면 연준이 미국 달러화를 공급해주는 레포 거래 방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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