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브라질 시장 전략 차질(?)... 현지 총판과 분쟁서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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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1-07-2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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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브라질 자동차 시장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브라질 현지 총판인 ‘카오아그룹’과 연을 매듭짓지 못하고, 적어도 2028년까지는 애매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는 최근 현대차와 카오아의 계약 갱신을 둔 소송에서 카오아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가 향후 수년간 원치 않는 관계를 카오아와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현대차는 2008년 브라질 시장 진출부터 함께해온 카오아에 2017년 계약 중단을 요구했으며, 이로 인해 법정 소송에 휘말렸다. 현대차와 카오아의 최초 소송을 맡았던 브라질 상파울루 법원은 현대차의 요구가 일방적이라며, 관계를 유지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현대차는 계약 기간 연장 2년을 제시했고, 카오아는 10년을 주장했다. 현대차가 ICC 국제중재재판소까지 찾은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에 또다시 카오아가 승리하면서 현대차로서는 곤란한 입장에 처한 셈이다. 오랜 소송으로 카오아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경쟁업체 중국 체리차 등과 같은 그룹 내에서 동거를 이어가야 한다.

카오아그룹은 2017년 11월 체리자동차 브라질 법인 지분 50%를 인수해 자회사 카오아체리를 설립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양사 관계가 변화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7년 당시 글로벌 표준으로 계약 관계를 통일하기 위해 카오아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2008년 카오아와 10년 현지 독점 공급 기준으로 계약(2009~2018년)했으나, 글로벌 표준은 2년 비독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전까지 현대차와 카오아는 최고의 궁합을 자랑했다. 현대차는 브라질공장에서 소형차 ‘HB20’만 생산하고,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현지명 ix30)’ 등 다른 모델은 카오아가 반조립제품 형태로 수입해 판매하며 빠른 성장을 거뒀다.

현대차가 브라질에서 본격적인 생산·판매에 나선 2012년 이후 6년 만인 2018년 100만대 생산·판매를 돌파했을 정도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도요타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적어도 10년 이상 노력해 이룬 성과와 같다.

앞으로가 문제다. 카오아와 불편한 동거가 현대차의 브라질 시장 성장 속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자동차딜러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현지 시장 점유율 8.6%(16만7443대)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 순으로 1위 GM(쉐보레, 17.4%), 2위 폭스바겐(16.8%), 3위 피아트(16.5%)에 이어 4위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시장 판매량이 올해 코로나19 기저효과와 한류 등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현지 업체와 갈등을 조속히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ICC 국제중재재판소의 중재 결과에 대해 이행할 의무가 있어 기존 당사 차량의 수입과 판매 등을 카오아에서 2028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만 현재 헤알화 약세로 수입차는 가격경쟁력이 없어 현지 생산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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