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신화 "이데올로기에 빠진 文정부... '외교 대전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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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박경은 기자
입력 2021-07-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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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외교·안보 지식 없어...인정도 안 해"

  • "2차 대전 이후 이어진 美 주도 질서 지켜야"

  • "미·중 갈등 속 美 주도 동맹 들어갈 수밖에"

  • "文정부 외교 골든타임 환경조차 조성 안돼"

  • "다음 대통령, 외교철학 가진 '선수'가 해야"

[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박경은 기자] "외교는 무엇보다 '대전략(Grand strategy)'이 필요하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유엔체제학회장)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번 정부는 외교·안보에 대한 지식이 없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외교가) 이데올로기화, 정치화되는 위험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누가, 어느 쪽이 정권을 가져도 바뀌면 안 되는 외교 대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외교 대전략 핵심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져 온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누가 대통령이 돼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것'이 우리의 대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에 따라 한국이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과의 민주주의·기술 동맹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이왕 들어간다면 빨리 들어가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 외교 대전략, '좌클릭'으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는데, 임기 말 문이 완전히 닫힌 상황이다.

"현 정부는 외교·안보에 대한 지식이 없다. 더 문제는 (외교·안보가) 이데올로기화, 정치화되는 위험이 발생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성공한 것처럼 얘기했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은 이런 '비핵화 쇼'가 얼마나 큰 청구서를 가지고 올지 걱정했다. 외교는 무엇보다 대전략이 필요하다. 대전략이란 대한민국 얘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정권을 가져도 바뀌면 안 된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담판을 가로막은 건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도,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도 아닌 미국의 외교 시스템이다. 우리는 그런 외교 대전략이 없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 정책이)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 외교 대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왔다. 그래서 우리 같은 중견국이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 진실의 순간이 왔다고들 한다. 광범위하게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 등을 포괄하는 중견국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LIO)를 따랐다. 그 과정에서 몇몇 국가들은 불만이 있었고 서로 간 엇박자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그 질서 속에서 다들 안보도 지키고 번영도 했다. 그래서 이 중견국들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가 없어지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부족한 것을 개선, 갱신하기를 원한다. 한국도 거기에 속해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우향우를 많이 한 것처럼 보였다. 다른 게 아니고 그게 바로 우리의 원칙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美 주도 다자주의 동맹에 中 끌어들여야"

-한국이 이래도 저래도 미국과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뜻인가. 


"문재인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잘 펼쳤으면 좋았지만 잘 안됐다. 중국에 비굴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미국에 가까이 가지 않았다. 중국이 우리를 얕보는 이유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굳건하게 맺고 있을 때 중국에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이 미국과의 민주주의·기술 동맹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이미 들어간다고 해야 했다. 이왕 들어가려고 하면 좋은 자리를 빨리 차지해야 한다. 현재 한국이 미국과의 다자 동맹에 들어가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미 4분의 3 정도는 들어가 있다. 중국의 보복 등으로부터 미국이 보호해주는 동맹에 순서가 있는 만큼 빨리 들어가야 한다. 미국에 동맹국들을 중국 보복으로부터 지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미지수지만, 중국 견제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소외시킬 역량은 충분히 있다."

-국제사회에 미치는 중국 영향력도 무시하기 어려운데.

"맞는다. 우리가 전통적인 비전통안보를 포함한 포괄안보 차원에서 본다면 국내시장도 마찬가지지만 국제시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중국이 국제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부터 고민하고 생각하기 시작한 부분은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기술 동맹에 결국 중국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인구가 몇인데 이런 국제사회 다자 동맹에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또 하나의 아랍 지역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중국을 내쳐서는 안 된다. 이는 미국에도 결코 현명한 결정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외교의 '골든타임(황금기)'이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많다. 동의하나.

"골든타임을 놓쳤다기보다는 골든타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전혀 조성돼있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기승전북한'이다. 그렇게 노력했지만 한국은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독립변수'가 될 수 없다. 독립변수는 미국이다. 미국을 따라 한국이 뭔가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만났을 때 '코리아 패싱'이 일어났다. 그때 북한과 같은 불량 정권을 다루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도 강단을 가진 정부가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위원장이 2018년 2월 평창 올림픽에 왔던 이유도 생각해봐라.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를) 옥좼기 때문이다. 그땐 중국도 동참해줬다. 그래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기승전北' 안 버리면 미·중 모두에 밟혀"

-최근엔 중국이 미·중 갈등 속 북한을 레버리지(지렛대)로 삼고 있는데.


"그렇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최근 미국을 향해 '수십 년 동안 북한에 가한 위협과 압박을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그간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지만, 이제 미국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이걸 보고 '중국이 우리가 우려했던 북한 카드를 미·중 패권 경쟁에서 쓰기 시작했구나' 생각했다. 이럴수록 한국의 기승전북한은 더 꼬인다. 북한의 레버리지는 중국이 됐고 독립변수는 항상 미국이다. 기승전북한을 버리지 않으면 한국은 미·중 모두에 밟힌다."

-문재인 대통령 방일도 무산되는 등 한·일 관계도 문제다.

"정권이 바뀌어도 한·일 관계는 변하기 힘들다. 과거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물러나야 양국 갈등이 해결된다고 했다. 근데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때도 마찬가지 아니었느냐. 일본과는 서로 국제주의자를 키워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일본과 협조해서 우리가 얻을 이익이 많다. 군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일본과 협력하면 좋은 게 많다. 일본이 우리한테 잘못한 게 많지만 미래지향적으로 보면 (한·일 관계를 바탕으로 한) 한·미·일 3국 협력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안타까운 것은 이제 일본이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한국 내부적으로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를 빨리 이뤄야 한다. 이를 통해 말도 안되는 좌우 대결로 대한민국 정체성이 흐트러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

-차기 대선이 내년 3월로 다가왔다. 외교철학을 가진 대통령 후보가 보이나.

"다음 대통령은 '선수'가 했으면 좋겠다. 아마추어 대통령이 이데올로기를 들고 뛰기에는 한국의 외교·안보가 너무나 복잡하다. 또 최근 선진국으로서의 한국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이건 결국 청구서가 더 비싸졌다는 얘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우리 대통령 옆에 있다고 좋아해서는 안 된다. 노회하고 노련한 사람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 동시에 정권의 성격과 지도자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 가능한 대전략이 꼭 필요하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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