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손바닥 뒤집듯’ 바뀐 도쿄올림픽… 대체 무슨 일이?

홍승완 기자입력 : 2021-07-20 15:51
이번 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준비과정서부터 손바닥 뒤집듯 수시로 바뀌어 엠블럼·자원봉사자 유니폼 표절 시비, 주 경기장 디자인은 예산을 이유로 교체 개최 1년 연기되면서 도쿄올림픽 유치 주역이었던 거물들 쓸쓸히 퇴장 동일본 대지진 극복·부흥에서 코로나 극복으로… 180도 변한 도쿄올림픽 개최 취지

도쿄올림픽 유치위원이었던 다키가와 크리스텔 아나운서가 손동작을 써가며 오모테나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ANNnewsCH]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일본이 201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올림픽 유치전을 펼칠 때 내세운 단어입니다. 오모테나시는 일본어로 손님을 극진하게 모신다는 뜻입니다. 당시 도쿄올림픽 유치위원이었던 다키가와 크리스텔 아나운서는 손동작을 써가며 오모테나시를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어나갔습니다. 오모테나시 자세로 전 세계 손님을 환대하겠다고 말이죠.

결국 일본은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권을 가져갔고 이 연설은 도쿄올림픽 유치를 이끄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일본의 '손님맞이'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세가 잡히지 않으면서 올림픽 125년 역사상 처음으로 '무관중 올림픽'이 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각종 표절과 막말 논란으로 올림픽을 기다리는 전 세계 손님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면서 일본이 약속한 오모테나시가 빈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엠블럼부터 주 경기장까지···시작부터 소송전에 휘말렸던 도쿄올림픽

올림픽 상징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엠블럼은 공개되자마자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사노 겐지로 작가가 2015년에 제출해 선정됐던 대회 엠블럼이 벨기에 그래픽 디자이너인 올리비에 데비가 만든 극장 로고와 매우 닮았기 때문입니다.

표절 논란에 사노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표절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데비도 IOC에 엠블럼 사용을 금지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평화와 화합의 무대가 돼야 할 올림픽이 시작부터 소송전에 휘말리자 결국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엠블럼 선정을 취소하고 새 엠블럼을 공모해 현재 엠블럼을 선정했습니다.
 

벨기에 디자이너 작품(왼쪽)과 일본 도쿄올림픽 엠블럼(오른쪽).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올림픽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의상도 우리나라 궁궐 수문장이 입는 옷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올림픽 오륜 마크에 맞춰 흰색·빨강·파랑을 사용하고 모자의 빨간 물방울 문양은 일본 국기를 형상화한 것이라지만, 색감 조합이 조선시대 궁궐을 지키던 수문장 복장과 유사하다는 내용입니다.

자원봉사자 유니폼을 디자인한 후지에 다마키씨는 "인파 속에서도 눈에 확 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색감 선정 배경을 밝혔지만,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 표절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계속되는 표절 논란에 일부 일본 누리꾼 사이에는 "한국이 일본 올림픽을 망치기 위해 뒤에서 조정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죠.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 의상과 수문장 복장 비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올림픽 심장이자 선수들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주 경기장도 베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일본스포츠진흥센터(JSC)는 앞서 이라크 출신 여성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씨 디자인을 채택해 주 경기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용 증가 문제로 설계를 백지화했고, 다시 디자인을 공모해 일본 건축가인 구마 겐고씨 디자인을 새로 채택했죠.

그러자 하디드씨는 새 디자인이 자신의 디자인과 비슷하다며 JSC에 저작권 관련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구마씨는 "수용 인원수나 부지 조건을 같게 설계하면 좌석 수나 관람석 각도에 비슷한 점이 생긴다. 또 관람석 형태가 기존 설계는 양쪽 날개 (형태의) 부위가 크게 올라가 있으나 내 설계는 수평"이라며 외관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도쿄올림픽 유치 주역이었던 거물들의 쓸쓸한 퇴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이 말은 도쿄올림픽과 딱 들어맞습니다. 도쿄올림픽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끈 핵심 주역들이 대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불명예스럽게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도쿄올림픽 유치를 이끌고 준비해온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대회가 취소 위기에 몰리자 1년 연기를 결정했습니다. 올해 9월에 끝나는 자신의 임기 안에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뒤 집권 연장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정치적 의도였죠.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에 긴급사태가 선포되면서 일본 정부가 전염병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여론이 크게 일었고, 아베 전 총리는 20%대로 지지율이 폭락하자 고등학생 때부터 앓아온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중도 사퇴했습니다.
 

고개 숙인 아베 전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전 총리와 함께 도쿄올림픽 유치 주역으로 꼽히는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도 여성 비하 발언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며 물러났습니다. 모리 위원장은 지난 2월에 열린 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해 여성 멸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모리 위원장은 부랴부랴 "올림픽과 패럴림픽 정신에 반하는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하면서도 사임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죠. 하지만 자원봉사자 390명과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 2명이 모리 위원장 발언을 이유로 사퇴하자 그제야 모리 위원장은 "모두에게 폐를 끼쳤다. 내가 올림픽 준비에 방해될 수 없다"며 사퇴했습니다.
 

일본 뮤지션 오야마다 케이고.[사진=오야마다 케이고 홈페이지 캡처]

또 개회식 음악감독을 맡은 일본 뮤지션 오야마다 케이고도 학창 시절에 장애인을 괴롭혔다는 과거 행적에 발목을 붙잡혔습니다. 오야마다는 1994년 일본 한 잡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장애인 친구에게 배설물을 먹이는 가혹행위를 했다고 스스로 밝혔는데요.

그러자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이에게 중책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오야마다는 개회식을 코앞에 두고 19일 자신의 SNS에 사임 의사를 밝히며 부끄럽게 퇴장했습니다.
 
180도 변한 도쿄올림픽 취지···부흥·부활 대신 안전 택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극복하고 부흥을 이뤄낸 상징으로 삼겠다던 도쿄올림픽 취지도 동떨어진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작년 3월에 열린 동일본대지진 희생자 추모식에서 도쿄올림픽을 부흥올림픽이라고 지칭하며 위기를 이겨낸 일본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회가 다가올수록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올림픽 강행에 여론도 악화하자 일본은 올림픽 키워드를 '부흥'에서 '안전·안심'으로 슬그머니 교체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징표로 삼겠다며 올림픽을 강행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인류의 노력과 지혜로 코로나라는 난국을 나가는 과정을 일본발로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 생각은 어떨까요. 마이니치신문이 전국 유권자 108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6명 이상(65%)은 안전한 올림픽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가능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고작 19%였습니다.

표절과 막말, 사퇴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던 도쿄올림픽은 오는 23일 시작합니다. 대부분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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