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2020] 유관중 개최, 못하면 후회한다?..."일본인이 국제적 분위기 파악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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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7-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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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올림픽 유관중 개최 전환 주장 위해 자국민 비판까지

  • "사람은 정신적 만족도 필요...도쿄올림픽만 '희생양' 된다"

  • "올림픽 중단, 이젠 기도밖에 할 수 있는 일 없다" 한탄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엿새 앞둔 상황에서 일본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다시 '유관중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18일 가스가 료이치 전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위원은 일본 민영방송 TBS에 출연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에 굉장히 유감스럽다"면서 "국제적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건 바로 일본인"이라고 주장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사진=AP·연합뉴스]

 
유관중 개최 두고 자국민 비판까지..."일본인들, 일하려는 사람 안 받아준다"

가스가 전 위원은 "(바흐 위원장은)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올림픽 행사를 진행)해보려 하고 있는데, 왜 개최국인 일본인들은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도쿄올림픽 유관중 개최 기회를 엿보고 있는 바흐 위원장을 두둔했다.

그는 이어 "이미 세계 각지에서 스포츠 행사를 재개하고 있으며, 선수들은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올림픽)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훈련하고 있고 (주최 측도) 제대로 감염 방지 대응에 나서고 있다"면서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오히려 분위기 파악을 안 하려고 드는 쪽은 일본인들"이라고 자국민을 비난했다.

가스가 전 위원은 1991~1995년 JOC 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스포츠 컨설턴트 회사인 '겐키나아틀리에'를 운영하며 방송에 출연해 올림픽 관련 의견을 활발히 개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에는 "일본이 올림픽 취소를 먼저 꺼내면 다시는 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다"면서 올림픽 개최 강행을 지지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가스가 전 위원의 발언은 지난 14일 바흐 위원장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대면한 자리에서 일본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완화할 경우 관중 입장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일본 사회에선 곧바로 논란이 일었다. 바흐 위원장이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을 하고 있다면서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 선수촌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7일에는 "7월 1일부터 전날까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수치는 0.1%(1만5000여명 중 15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흐 위원장은 이미 올해 초부터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강행과 유관중 개최를 지지해오면서 자국의 코로나19 확산세를 우려해온 일본인들 사이에선 미운털이 박힌 상태다.

지난 4월 말 스포츠작가 쓰다 도시키는 "바흐 위원장의 발언은 일본 국민이 어떻게 되든 도쿄올림픽만 개최하면 된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는데, 이는 당시 수많은 언론 보도에 인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14일 바흐 위원장의 유관중 개최 전환 요청 이후 일본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국민 여론과는 반대로 이를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정신적 만족도 필요...도쿄올림픽만 희생양 된다"

일례로 18일 일본 온라인매체 프레지던트는 스포츠전문기자 사카이 마사토를 인용해 "왜 도쿄올림픽만 무관객 개최인가, 결국 도쿄올림픽만 희생양이 된다"면서 "몇 년이 지나면 (일본인들은) 무관중 개최를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무관중 개최는 도쿄도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지만, 이제 코로나19 중증 환자 발생률은 감소 추세"라면서 "또한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성경의 격언대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신적 만족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도쿄올림픽의 유관중 개최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일반 여론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도쿄올림픽 개최는 터무니없다'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서 유관중 개최를 지지한다고 발언하는 선수들의 입까지 틀어막고 있다"면서 "선수들에게 '세상의 엄격한 눈'이 향하고 있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정상이 아닌 세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올림픽 중단, 이젠 기도밖에 할 수 있는 일 없다" 한탄

반면 같은 날 아사히신문 산하 주간지 아에라와 도쿄신문 등은 유관중 개최 전환을 주장하는 분위기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아에라는 지난 14일 스가 총리가 바흐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유관중 개최 전환 요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뿐 아니라, 여당인 자민당 안에서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사태 소비 촉진 캠페인인 '고투(Go To) 사업'도 재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지난 9~12일 진행한 지지통신의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위험 상태인 29.3%를 기록했음에도, 스가 총리는 지지율 하락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권 말기에 빠진 스가 내각 아래에서 올림픽이 무사히 끝나도록 기도할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날 도쿄신문은 지난 15일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회의 당시의 후문을 전하면서 스가 내각은 올림픽 중단을 검토할 의향이 없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세 증가에도 개의치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당시 전문가들이 현재의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올림픽 폐막 직후인 8월 11일에는 7일 평균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4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자, 정부 고위 관료가 "그 정도면 괜찮다. 중단은 없다"고 답했다.

한편 전날 처음으로 올림픽선수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18일에는 3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로써 지난 1일부터 현재까지 올림픽 관계자 중 확진 판정을 받은 인원은 58명에 달한다.

전날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3886명)는 나흘 연속 3000명대를 기록했으며, 도쿄도 등 수도권 역시 나흘 연속 1000명대 감염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홋카이도와 일본의 제2 경제권인 오사카부·교토부·효고현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며 일본은 전국적인 유행세 전 단계에 서 있는 상황이다.
 

14일 만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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