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어디까지 왔나] YS 때 시작해 노무현 때 속도···文정부는 '검찰개혁'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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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신진영 기자
입력 2021-07-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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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충돌의 역사, 사법개혁의 모든 것

  • 문민정부서 무산된 로스쿨 2009년 도입

  • 사법개혁에 국회 '정치적 잣대'로 이견

            [그래픽=임이슬 기자]

 
우리나라 사법제도 신뢰도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사법제도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조사한 결과 한국은 37위로 꼴찌를 차지했다. '법조 카르텔'로 불리는 사법조직과 제도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권마다 사법개혁을 추진했지만 대부분 미완으로 남았다. '사법농단' 사태가 발생하는 등 개혁이 뒷걸음질 친 시기도 있었다. 본지 사회부는 우리나라 사법개혁 역사와 현황, 전문가 제언 등을 통해 사법개혁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사법개혁은 1987년 민주화 이래 지금까지 계속해서 논의됐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사법개혁의 어려움을 이를 추진해야 할 국회가 정치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사법개혁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오랜 군사독재정권을 끝내고 김영삼 정부는 '문민정부'를 표방해 사회·경제개혁과 함께 사법개혁에 나선다.

김영삼 정부 때 이뤄진 사법개혁의 성과는 1995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을 정부 차원에서 처음 제시한 일이다. 그러나 기존 법조인들 반대로 무산됐고, 사법시험 합격자를 대폭 늘리는 방안이 채택됐다.

◆민주화 영웅 YS·DJ도 사법개혁 '미완'

피의자의 방어권과 국민의 기본권을 높이는 큰 역할을 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제도를 1997년 도입한다. 영장실질심사가 시행되기 전에는 검사가 인지해 청구한 사건은 전부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영장실질심사제도가 시행되면서 피의자 수가 확연히 줄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1996년 구속된 피의자는 14만3068명에 달했다.

문민정부는 법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공익법무관 제도'도 도입한다. 무료 법률 상담과 소송 대리 등을 제공해 다수 국민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쉬워졌다. 전관예우 근절도 나섰다. 1995년 7월 법관이 퇴임하면 1년 미만 변호사가 맡은 사건은 별도 재판부에서 특별 관리하는 '특정 형사사건의 재배당에 관한 예규'를 제공했다.

김대중 정부는 대통령 소속으로 사법개혁 추진체를 만들었지만, 개혁에 있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법조계 비리를 없애고 새로운 사법제도 틀을 만들고자 1999년 대통령 자문기구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를 꾸렸다. 사개추위에서 내놓은 개혁안 중 하나가 사법시험 합격자 인원 증가와 정원제 폐지다. 그 결과 2001년 '사시 합격자 1000명 시대'가 공식화됐다.

사법연수원 대신 한국사법대학원을 신설하고, 로스쿨을 도입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법조계·교육계 반발로 추진되지 못했다. 일정 기간 법조 경력을 쌓은 변호사를 법관으로 선발하는 법조 일원화와 국민 사법 참여 방안인 국민참여재판 제도 도입도 완성되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참여정부 들어 속도 붙은 사법개혁 

사법개혁은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 비로소 속도를 낸다. 2007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을 제정한다. 2009년 전국에 있는 25개 로스쿨이 동시에 문을 연다. 사시 정원을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여 2017년에는 전면 폐지하기로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사법개혁에 마땅한 성과라고 할 게 없다는 평가다. 사법개혁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방안이 추진되지 않았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사법개혁을 주요한 정부 정책으로 끌고 나가지 않았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개혁의 활발한 시도가 있었고, 한참 지나 문재인 정부 들어 사법개혁이 재개됐지만, 비판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 때 사법개혁을 들자면, 1·2심 법원 이원화와 법조 일원화 등이다. 1·2심 법원의 이원화는 대륙법 계통의 대한민국 사법부의 법원구조와 법관제도를 영미 계통으로 변화시키는 방안이었다. 1·2심 법원구조가 상부, 하부 구조로 돼 하부에서 상부로 올라가는 승진체계를 깨는 방안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사법개혁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 목적을 만들어 준 사법농단 사건이 화두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사법행정권 남용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장 교수는 "박 정부는 별로 (상고법원에) 찬성을 하지 않았다"며 "양 전 대법원장이 그런 이유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고 정부 편에서 재판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법개혁 드라이브 시동거나...비판 여전 

노무현 정부가 사법개혁의 시동을 걸었지만 미완으로 끝났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는 참여 정부가 이루지 못한 사법개혁의 완성을 하고자했지만, 박근혜 정부 때 사법농단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데에만 그칠 뿐이다. 일각에서는 사법개혁이 아닌 검찰개혁에 치우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는 "사법개혁의 대상이 너무 힘이 세다"며 "국민이 의사를 표할 수 없으니, 국회를 통해서 들어야 하는데 국회가 사법개혁에 대해 정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사법개혁 관련한 이견이 나오니 관련 법령 제정이 어렵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에 있어 사법농단 의혹 사건으로 발견된 사법제도 허점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한 이래 △판결문공개제도 일부 개선 △고법부장판사 제도 폐지 △법원행정처 탈판사화 추진 등 사법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나온 것이 없다.

최 교수는 "사법개혁은 재판의 독립성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이에 속도를 내기가 힘들다"고 진단하고 "사법농단은 재판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드라이브를 걸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개혁 화두는 다음 정부까지 이어지겠지만 뚜렷하게 성과를 내기가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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