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총수들, 올여름도 '쉼표 없다'... 화두는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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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김성현·장문기 기자
입력 2021-07-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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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재유행ㆍ노사 갈등 등 악재 잇따라

  • 하반기 경영구상 더불어 소통 강화 방안 고심할듯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국내 4대그룹 수장이 올여름 휴가기간에도 별다른 계획 없이 경영 구상에 집중한다. 일본의 경제 도발, 코로나19 사태 등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델타 바이러스 확산까지 악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수년째 강행군을 이어가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지속된 위기로 인한 임직원의 누적된 불만까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

◆이재용 부회장 두 번째 옥중 여름... 재판 집중·투자 구상도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4대그룹 수장의 하반기 경영 구상 화두로는 ‘소통’이 꼽힌다.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옥중에서 여름을 맞는다.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옥중에서 여름을 보낸 후 두 번째다. 사실 경영활동으로만 따지만 당시보다 더 가혹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외부와 유일한 소통기회인 면회가 제한되고 있고, 이 부회장의 옥중경영에 대한 시선마저 곱지 않기 때문이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이 부회장의 접견 기록에 따르면, 그는 서울구치소 수감 기간(1월 18일~6월 9일 기준) 일평균 1.16번 변호인과 접견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될 당시 이 부회장의 일평균 변호인 접견은 1.24회였다.

이 부회장은 올해 대부분 변호인과 접견 시간을 경영이 아닌 재판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렸다. 지난 4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한 상태라는 것이다.

다만 오는 28일을 기점으로 복역률 60%를 넘겨 가석방 대상에 이름을 올리게 돼 향후 구상도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 형법상 가석방은 형기 3분의1을 채우면 가능하다. 동시에 형기 60% 이상을 채우도록 한 법무부 예규도 충족해야 한다. 이에 재계는 당장 내달 ‘광복절 특별 사면’에 이 부회장을 포함시켜 달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 초 이 부회장이 수감되면서 삼성의 새로운 투자계획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수감 생활 당시에도 투자를 단행하지 못하다가, 이듬해 출소 후 3년간 180조원의 투자와 4만명의 고용창출을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초 “기업의 본분은 고용창출과 혁신투자로 2년 전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밝히고, 코로나19에도 목표를 현실화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180조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했으며, 신규채용도 4만명을 초과했다.

재계 관계자는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처럼 삼성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투자와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다만 급변하는 외부상황에 맞춰 적재적소에 자금의 투자가 필요할 때도 있는데 현재는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이 부분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양재동 사옥 도서관에서 그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최태원 회장 MZ세대 달래기 고심... 구광모 회장도 비전 공유 필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대내외 상황으로 인해 휴가기간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올해 하반기 반도체 수급난 등 산적한 과제 외에도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와 노조의 불만도 해결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MZ세대는 불공정한 성과급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지난 4월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를 만들고 회사 정책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이 지난 3월 ‘타운홀미팅’에서 “각 사에서 최고경영자들이 (성과급과 관련) 현실에 맞게 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렇다 할 변화가 없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도 올해 3년 만에 파업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현실화되면 정 회장이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올라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끈 후 첫 파업이다. 소통을 강조했던 정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 그간 쌓여있던 내부불만이 역설적으로 소통이 강화되면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며 “과도기 단계로 정 회장의 소통 리더십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인 최태원 SK 회장이 7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해외 유학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제공]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해왔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형식적으로라도 여름휴가를 내고 경영 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경우 MZ세대와 소통을 강화하는 가운데,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의 모든 방법론을 유기적으로 담아낸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 완성에도 골몰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최 회장은 최근 개설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추억의 갤러그 게임'을 하는 모습 등을 공유하며, 임직원과 소통의 창을 확대하고 있다. 일반에 공개된 개인 SNS를 운영하는 것은 국내 4대그룹 총수 중 최 회장이 처음이다. MZ세대 성과급 논란의 진원지였던 만큼 직접 나서 쇄신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딥 체인지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의 사내 정착 방안 등에 대해 숙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지난달 22일에도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모든 계열사에 파이낸셜 스토리 정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해에도 다른 그룹 수장과 달리 여름휴가를 다녀온 구 회장은 올해도 같은 행보를 이어간다. 다만 스마트폰 사업부 매각과 LG상사 등의 LX그룹 분리독립 등으로 회사가 큰 변화의 기로에 선 만큼 임직원과 소통 방안도 고민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달 29일 그룹 총수로서 3주년을 맞은 구 회장으로서는 자신의 체제 정립을 마무리할 필요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4대그룹 회장이 예년이라면 해외에 나가 글로벌 스킨십 확대에도 나섰겠지만, 올해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여분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내부 소통 강화 등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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