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함성득 “차기 대통령 조건은 ‘개방형 리더십’...MZ 위한 청년기본소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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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황재희 기자
입력 2021-07-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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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경제 대선 자문단] 대통령의 조건과 시대정신

  • <1> 대통령학 대가 함성득에 묻는다

  • “공정은 결과 개념, 진짜 문제는 위선”

  • 제왕적 대통령 종언…전담총리제 필요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사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한민국의 신(新)질서를 구축하라. 한반도 명운을 가를 제20대 대선이 다가왔다. 차기 대선은 87년 체제9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질서를 가늠하는, 이른바 '정초(定礎) 선거가 될 전망이다. 핵심은 코로나19로 한층 촉발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여러 재앙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쳐 벌어진 최악의 상황)의 고리 끊기다. 이에 본지 정치부는 아주경제 대선 자문단을 구성해 현실 가능한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자문단에는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과 청년정치 1세대 정은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권혁진 (사)한국청년거버넌스 공동대표 등 외부 자문단과 본지 논설위원인 이재호 극동대 초빙교수, 임병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등 내부 자문단이 참여한다. 첫째 순서는 대통령의 조건과 시대정신’​이다. <편집자 주>

[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황재희 기자] 대통령학 대가인 함성득 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은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개방형 리더십’을 꼽았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인물’에 대한 호기심은 왕성하면서도 경청할 줄 아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진정한 대통령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함 이사장은 지난 8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방형 리더십이란 새로운 인물과 아이디어에 ‘오픈 마인드’를 갖고 경청할 줄 아는 것”이라며 “새로운 것에 욕심을 내야지 자기 사람, 자기 코드로 많은 것을 맞추다 보면 그 정권은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통령학이란 ‘내년에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가 아니라 당선되고 나서 관심이 높아지는 학문”이라며 “과거에는 정치를 두고 ‘네 편, 내 편’ 이렇게 자기이념으로 봤는데, 운영면에서 봐야 한다. 대통령학은 응용학과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통령은 정치를 잘해야 하는데, 정치를 싫어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통령은 정치인을 많이 만나야 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서 타협‧협상을 잘해야 한다. 이것이 입법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

◆YS, 국론분열 없이 군부 적폐청산 성공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코로나19 이후 처음 치르는 ‘포스트 코로나’ 대선이다. 한국 대선에 어떤 의미가 있나.

“사회학자나 정치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새로운 질서가 있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큰 영향이 없다. 그러나 K-방역의 결과는 내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K-방역을 정부의 업적이라고 하는데, 나는 우리나라 의료진의 수고와 함께 앞서 2015년 메르스를 겪으며 미리 갖춘 방역시스템이 많이 도움을 준 것 같다. 시대를 거치며 자리 잡은 의료보험 시스템과 정보통신망, 그리고 성숙한 사회의식, 권위주의적 문화가 섞인 것이 도리어 K-방역에 도움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도 비슷하다. 어느 나라도 전쟁위기나 국가안보위기가 오면 대통령을 지지하게 돼 있다. 그것이 10~15% 정도라고 생각한다. K-방역은 이제 백신접종으로 넘어갔는데, 이것이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대선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통상적으로 대선은 미래 가치가 맞붙는 대전(大戰)으로 정의한다. 이에 동의하는가.

“대선주자 후보들은 지금도 나와서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만 펼치고 있는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2022년 대선도 과거 지향적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잡아 검찰을 이용한 적폐청산을 앞세웠다. 내가 볼 땐 다음 대선은 여야 대선후보가 누가 되든 ‘친문(친문재인)적폐세력을 어떻게 청산할 것이냐’가 주제가 될 것이다. 적폐청산이란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걸 통해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룰 것인가 하는 것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초기 적폐청산으로 인기가 90% 이상까지도 갔었고, 실제로 국민통합에도 도움이 됐다. 또 과거 적폐청산은 정치인‧기업 위주였으나 이제는 자기 출세를 위해 위법한 정치인뿐 아니라 공무원, 지식인, 언론인 등에 대한 적폐청산이 있어야 성숙한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정은 결과 개념, 문제는 위선

-여야 대선 주자들이 모두 ‘공정’을 말하고 있다. 공정이 시대정신이라는 데 동의하나.

“우리 사회는 위선이 많다 보니 대단히 도덕성을 중요시한다. 지금 2030세대가 보수든 진보든 분노하는 것이 위선이다. 이로 인해 공정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공정이라는 것은 결과에 대한 개념으로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지 ‘캐치프레이즈’를 공정으로 내세우는 것은 바보 같은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정의사회 구현도 공정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공정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공정이란 개념은 어렵고 기준도 다 다르다. 결국 문제는 위선이다. 나쁜 짓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척한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에게 도덕성을 더 강조하게 되는데, 오히려 도덕성이 떨어지는 대통령이 탄생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이래야 한다’ 하는 팁을 준다면.

“유능했으면 좋겠다. 유능이라는 것은 시대적 과제를 아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한 대통령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 도리어 성과주의‧업적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내가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이 돼야겠다’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한국 대통령은 마지널(marginal), 즉 제한된 대통령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자신이 진주목걸이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데 우리 5년짜리 대통령은 진주 한 알에 불과하다. 한정된 자원으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책이 중요하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처럼 우리도 성공한 정책을 하나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고 혁명가가 아닌 개혁가가 탄생할 수 있다.”

전담총리제·책임정당제 도입 절실한 과제

-대통령이 정부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운용의 묘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5년의 짧은 정부에서는 청와대 중심으로 운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청와대 중심이라고 해서 청와대 직원수가 늘어야 한다거나 모든 일에 관여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결국 대통령이 ‘자신의 어젠다를 얼마나 잘 컨트롤하고 기획하느냐’에 따라 각 부처로 전달이 잘될 수 있다. 예전 대한민국은 규모가 작아서 대통령이 경제를 바꾸고 할 수 있었으나 이제 한국경제는 그럴 수 없다. 지금은 그냥 시장기능을 방해하지 않고 왜곡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이 창조경제, 소득주도성장경제 등을 내놨지만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켰다. 또 우리나라를 두고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데, 사실 이것은 맞지 않는다.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할 수 있어야 제왕적인데 그렇지가 않다. 다만 운영적인 면에서 제왕적 대통령이 나오면서 이 같은 얘기가 나왔는데, 나는 우리의 정치 목표가 제왕적 대통령의 끝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우리는 총리의 경우 ‘책임총리’를 주장하는데,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는 구조에서는 책임총리가 어렵다. 그래서 내가 주장하는 것이 ‘전담총리제’다. 정세균 전 총리가 방역을 책임졌던 것처럼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젠다 2개쯤은 총리에게 주고 본인에게 장관 임명권을 주는 등 책임을 지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전담총리가 있으면 대통령은 덜 바빠지고 총리는 총리대로 할 일을 하게 되기 때문에 내각이 더 잘 돌아간다. 국회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좋다고 본다. 적어도 상임위원회에서 8년은 지낸 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시껄렁한 관료나 교수를 앉히는 것보다 전문성을 가진 중진 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면 공무원들도 꼼짝 못한다. 그러면 책임장관제를 통해 책임정당제도 확립된다.”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MZ세대 위한 기성세대의 반성 있어야··· ‘청년기본소득’으로 해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출범하면서 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2030세대의 보수화를 지적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보수의 위선이 완전히 드러나면서 그 당시 2030은 보수의 종말을 선언했다. 이후 절대적인 지지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준석 현상 역시 2030 표심 일부분이 잠깐 나온 하이브리드와 같은 것이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또 경제적 문제가 어려워지면서 진보가 보수를 키웠다고 생각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가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를 기른 것과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니 더욱더 자본주의를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보수든 진보든 어른들은 반성해서 젊은이들을 도와줘야 한다.”

-MZ세대를 위한 정책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각론이 궁금하다. 

“우리 때만 해도 대학을 졸업하면 5~6개 직장을 골라서 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기성세대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내가 7년 동안 연구한 것이 ‘청년기본소득’인데, 청년들에게 한 달에 100만원씩 주자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으로 한 달에 5만원씩 전부 다 준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34세까지 한 달에 100만원을 주고,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100만원을 또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부부가 34세까지는 한 달에 4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자꾸 정부가 돈을 주면서 조건과 방향을 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젊은 세대는 알아서 움직이기 때문에 돈을 주면 시장은 저절로 움직인다."

-청년기본소득을 위한 예산은 얼마나 필요한가.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준인가.

“대신 이를 저축할 순 없고 체크카드 형식으로 지급해서 무조건 쓰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내수시장이 돌아간다. 우리가 지금까지 저출산에 200조원을 쓰고 있는데 전혀 효과가 없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1년에 125조원의 예산만으로 가능해진다. 젊은 층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연령제한이 있으니 갈수록 필요한 예산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4050들도 자식을 챙기지 않아도 되니 그 돈이 자신들에게 소득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이렇게 하면 최저임금도 필요 없고, 나머지는 그냥 시장의 순리에 맡기면 된다. 정치인이 비전을 가지기 위해서는 2030을 위하는 정책을 내야 한다. 이것은 복지정책이 아니라 사회혁신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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