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민지원금으로 월급 공개?...빈정 상하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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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1-07-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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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디를 가나 국민지원금이 화두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지원금 이야기를 하다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경우가 늘고 있다.  

정부는 국민 1인당 25만원씩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년 넘게 이어지며 피해를 보고 있는 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한 것이다.  

지원금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내가 지급 대상에 포함될지가 최고의 관심사다. 정부가 정한 지원금 지급 기준선은 소득 하위 80%다. 정부는 현재 소득 하위 80%를 올해 기준 중위소득의 180%로 잡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월 소득이 △1인 가구 329만원 △2인 가구 556만원 △3인 가구 717만원 △4인 가구 878만원 △5인 가구 1036만원 이하인 가구에만 지원금을 준다.

국민 지원금 지급을 소득 기준으로 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본의 아니게 '연봉 커밍아웃(강제 공개)'이 이뤄지고 있는 것.

직장인 오정민 씨는 "후배에게 지원금 받으면 뭐 할 거냐고 물었는데 이번에 못 받을 것 같다고 했다"며 "나보다 3년 후배인데 연봉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인희 씨도 "같이 입사한 동기들끼리 단톡방에서 국민지원금 이야기를 하다가 8명 중 나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사실을 알게 됐다"며 "기분이 나쁜 걸 넘어 오만 정이 다 떨어져 이제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전했다.

연봉 수준은 동일 직급을 기준으로 하단부터 상단까지 정해진 범위 내에서 정해진다. 이 레인지 안에서 개인의 업무 성과나 근무 태도 등에 따라 금액의 규모가 정해진다. 연봉 계약은 개개인이 별도로 하고 발설하지 않은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서로의 연봉을 알 길이 없다.

이처럼 국민지원금을 이야기하다가 곤란한 상황이 벌어져도 맞벌이 가구는 둘러댈 핑계라도 있다.

지원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소득은 개인이 아닌 부부·자녀 등 가구 전체 소득을 다 합친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인 이상의 가구는 가구원 중 근로 소득이 있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다면 온전히 개인의 월급이 얼마인지 파악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1인 가구는 물러날 곳이 없다. 국민지원금이 1인 가구의 연봉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웃픈(웃기고 슬픈) 해프닝이지만, 연봉 수준을 알게 되며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직장인들은 누가 위로해주냐는 아우성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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