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기다리다···" 신차 가격 앞지른 중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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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기자
입력 2021-06-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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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중고차 업계 반사이익

  • '신차급 중고차' 인기 모델, 소비자 문의 이어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 지연이 이어지며 소비자들이 중고차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일부 중고차의 경우 신차 가격을 앞지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문제로 신차 출고가 적체되고 있다. 인기 차종인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 등의 경우 출고 대기 기간이 최대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는 이에 일부 차종에 대해 반도체가 많이 필요한 옵션을 빼면 출고를 앞당겨주고, 인기 차종을 우선 생산하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차 출고 적체가 이어지며 중고차가 귀한 몸이 됐다. 올해와 지난해 출고된 '신차급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다. 직영중고차 기업 케이카 관계자는 "최근 신차급 모델은 입고가 되자마자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친다"라며 "확실히 신차급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분위기"라고 말했다.
 
케이카에 입고됐던 기아의 준대형 세단 'K8'의 경우 가격이 신차보다 200만원가량 높았다. 지난 4월 출시된 뒤 사전 계약 첫날에만 1만8015대가 이뤄진 인기 모델인 만큼, 출고 기간이 수개월에 달했던 까닭이다. 이에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매하겠다는 고객들이 다수였다. 주행거리 1000㎞ 미만, 풀옵션 신차급 컨디션이었던 해당 차량은, 입고되자마자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지며 하루 만에 판매가 완료됐다. K8은 가장 가격이 낮은 3.5 LPI 모델이 3220만원이다. 
  
단 한대가 입고됐던 4세대 투싼도 하루 만에 판매됐다. 주행거리가 1000㎞대와 인기 옵션을 갖췄던 해당 차량은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매물 조회 수만 1000회 이상을 기록했다. 해당 차량은 신차 가격과 100만원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기아가 지난 4월 출시한 준대형 세단 'K8'. [사진=기아 제공]
 

이같은 현상은 국내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미국 중고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1분기 평균 자동차 가격은 3만7200달러(약 4140만원)로 1년 전보다 8.4% 올랐다. 신차 가격이 오르면서 중고차 가격도 상승했다. AP 통신은 최근 자동차 데이터 추적 사이트인 블랙북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 중고차 평균 가격이 전년도에 비해 약 30%가량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도 중고가 신차 가격을 넘어서기도 했다. AP에 따르면 2019년 도요타 대형 SUV '타코마 SR 더블캡' 모델은 출시가격이 2만9000달러(약 3309만원) 미만이었지만 중고차 도매시장에서 1000달러(약 113만원)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됐다.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중고가는 약 3만3000달러(약 3750만원)에 달했다.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며 평균 판매일도 짧아졌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2020∙2021년식 주요 모델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월평균 판매일을 분석한 결과, 일부 신차급 매물들의 평균 판매일은 이전달보다 준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기아 경차 '모닝어반'은 4월 평균 판매일 45.42일에서 5월 25.19일로 20.23일이나 판매기간이 빨라졌다. 이어 기아 준중형 세단 '올 뉴 K3'의 5월 평균 판매일은 31.09일로 4월보다 16.06일 빨리 판매됐다. 이 외에 쏘렌토 4세대(10.49일)는 6.78일, 소형 SUV '스토닉'(15.22일)은 8.15일,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18.64일)도 6.25일 평균 판매일이 빨라졌다. 제네시스의 대형 SUV 'GV80'도 4월 대비 5월 평균 판매일이 3일 단축됐다.

거래량이 활발한 3월 중고차 성수기 시즌보다 5월 평균 판매일이 짧아진 모델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5월의 경우 중고차 매물의 판매기간이 다소 길어지는 중고차 비수기로 꼽힌다. 3월 대비 5월 판매기간이 많이 빨라진 모델 역시 기아 모닝어반으로, 비교적 구매 이용 부담이 적은 경차의 꾸준한 인기에 더불어 3월 평균 판매일인 48.7일보다 23.5일 줄어든 25.19일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기아 경차 '더 뉴 레이'(18.6일)는 3월 대비 3.41일, 중형 세단 'K5' 3세대(25.52일)은 4.21일, '더 뉴 싼타페'(30.97일)는 5.48일, 현대차 준중형 세단 '더 뉴 그랜저 IG'(24.16일)는 2.12일 평균 판매일이 줄었다.
 

엔카닷컴이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엔카닷컴에서 거래된 국내 완성차 브랜드 주요 모델들의 평균 판매일 분석 결과. [사진=엔카닷컴]

  
최근 중고차 업계는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수요가 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중고차 시장은 신차 대비 1.5배 이상의 규모로 성장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량(사업자 간 거래 제외)은 258만7253대다. 전년 동기(245만9629대) 대비 5.1% 증가한 수치다. 최고 기록으로 꼽히는 2016년 거래량 257만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며 비대면 수요 증가로 온라인 판매 서비스가 확대되고,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신차 구매가 줄며 대체 효과가 나타났다. 

중고차 업계는 이같은 흐름이 올해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중교통보다 개인 모빌리티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또한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여행 수요 역시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 구매도 증가할 수 있다. 

또한 하반기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면 신차공급이 확대됨에 따라 중고차 매물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쿠팡, 현대차 등 기업형 판매자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중고차 시장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 장한평 중고차 시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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