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취임 3주년] “저는 회장 아닌 대표”… 권위 내려놓고 ‘고객가치 경영’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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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6-2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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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새 시총 69조원 증가… 실용주의·고객 목소리에 집중

  • AI연구원·DX 전담조직 신설 등 미래경영 박차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은 3년 전 취임과 동시에 임직원들에게 자신을 ‘대표’라 불러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마흔의 젊은 나이로 국내 주요 그룹 총수 중 최연소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권위와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임직원들을 대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실제로 LG 안팎에서는 구광모 대표에 대해 형식보다는 가치에 집중하는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CEO라고 평가한다. 대표 취임 후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회의체나 모임을 간소화, 온라인화하고 보고나 회의 문화를 개선했다. 매 분기 400여명이 참석하던 임원 세미나는 100명 미만으로 규모를 줄이고 매월 진행하는 ‘LG포럼’으로 바꿨다.

구 대표는 취임 후 맞은 첫 시무식도 기존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마곡 LG사이언스파크로 옮겨 진행했다. 정장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임원만이 아닌 모든 직원과 함께 새해를 열었다. 2020년부터는 시무식을 디지털로 전환해, 전 세계 25만명의 LG 임직원에게 디지털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근 ㈜LG는 여름철 복장을 반바지까지도 허용하는 등 간편한 옷차림으로 스마트하게 업무에 몰입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구 대표의 이 같은 실용주의에 힘입어 LG는 지난 3년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화해왔다. 이와 동시에 그룹의 덩치는 한층 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구 대표가 취임한 2018년 6월 29일 LG그룹의 상장사 시가 총액은 약 93조원이었으나, 올해 6월 25일 기준 162조원(LX 그룹 분사 예정 계열사 포함)으로 69조원 이상 증가했다. 스마트폰 등 부진한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되, 배터리와 전장사업 관련 투자와 인수합병(M&A), 인재 양성에는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구광모의 뉴LG’가 올해 사실상 본궤도에 올랐다고 재계는 평가하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이 디지털 영상 ‘LG 2021 새해 편지’를 통해 전 세계 약 25만명에 이르는 LG의 구성원들에게 신년사를 전했다. [사진=LG 제공]


◆‘고객에,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고객가치 경영에 역점

3년이란 짧은 시간에 LG가 승승장구해온 것은 구 대표가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고객가치 경영’ 덕분이다. 그는 2019년 취임 후 첫 신년사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서 LG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고객가치 실천’을 제시했다.

그는 LG만의 고객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지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어 작년 신년사에서도 고객가치 실천은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에서 출발할 것임을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을 더해 고객 감동을 완성하고 LG의 팬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처럼 구 대표는 취임 이후 매년 고객가치 경영 메시지를 구체화해 실천 방향을 제시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그의 현장경영 좌표도 언제나 고객가치를 향해 있다. 구 대표는 고객가치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보완점을 논의하는 ‘고객의 소리’ 회의에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한편 그동안 30여 차례에 걸쳐 매장과 고객센터 등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가 찾은 현장은 고객을 세분화해 발굴한 인사이트를 제품·서비스 개발에 적용하는 현장인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한 복합문화 공간인 LG유플러스의 ‘일상비일상의틈’, LG전자 베스트샵, LG유플러스 고객센터, AS 조직인 LG전자 하이케어솔루션 등 다양하다.

고객가치 실현을 위해 임직원 포상도 늘렸다. 구 대표는 올해 LG 어워즈에서는 ‘고객 접점’ 부문에서 별도로 최고상인 ‘일등LG상’을 시상하고 ‘고객 감동 실천 특별상’도 신설했다. 서비스센터와 콜센터, B2B 고객 대응 부서 등 최일선에 있는 고객 접점 구성원들의 고객을 향한 노력을 발굴해 격려하고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서다. 그는 “고객을 향한 진실한 마음으로 바로 행동하고 도전하는 것이 LG가 추구하는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구 대표의 고객가치 경영은 고객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실제 혁신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무인매장이 대표적인 예다. LG전자가 도입한 원부(고객 접점 간 정보통합) 시스템도 해당한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LG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구매부터 설치, 이전, A/S 등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고, 필요한 상황에 맞는 담당자를 최초 고객을 응대한 직원이 연결해 고객의 수고와 불편을 없앴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인재 양성, DX 강화, 신사업·신기술 투자로 미래 경영 박차

구 대표는 지난 3년간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해 인재 육성·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2019년 잠재력 있는 젊은 인재를 발굴, 미래 사업가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또한 취임 이후 신임 경영자를 개별적으로 연속해 만나 소통하며 최고경영진 후보 풀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연말 정기인사는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해 조직의 혁신을 강조하는 구 대표의 인재 경영 기조가 고스란히 담겼다. LG는 최근 3년 간의 인사에서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 21명을 신규 선임했다. 구 대표 취임 첫 해인 2018년 LG는 134명의 역대 최대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작년 인사에서는 역대 최다 규모인 15명의 여성 임원 승진자를 배출, 조직의 변화를 꾀했다. 구 대표 취임 당시 LG그룹 내 23명에 불과했던 여성 임원은 현재 51명까지 늘었다.

외부 영입을 통한 인재 확보에도 주력했다. 취임 후 첫 경영진 인사에서 1947년 LG화학 창립 이래 역사상 첫 외부 출신 CEO로 신학철 3M 부회장을 선임하는 등 지난 3년간 총 50여명의 임원급 외부 인재를 영입해 순혈주의를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객에게 더 높은 수준의 고객가치를 제공하고 기업가치를 빠르게 제고하기 위해 AI(인공지능) 등 DX(디지털 전환) 역량을 강화한 것도 지난 3년간 구 대표가 집중한 분야다.

LG그룹은 지난해 말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그룹 차원의 AI 연구 전담 조직인 ‘AI연구원’을 설립했다. AI연구원은 출범 후 AI 기술을 적용해 전기차 배터리 개발 시 필요한 배터리 수명 평가 과정을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다. 또 신약을 개발할 때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평가하는 데 3~4년이 걸렸던 것을 8개월로 줄이는 등 실질적 성과들을 내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인재 확보와 ‘상위 1% 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 ‘초거대 AI’ 등 투자에 나섰다. 현존하는 최고 성능 AI 모델(GTP-3)의 3배 이상 규모인 6000억개의 파라미터(뇌 신경망 단위에 해당)를 갖춘 AI 개발로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고객가치를 높이고 있다.

구글 AI 연구조직 ‘구글 브레인’ 출신의 이홍락 미시건대 교수를 LG AI연구원의 CSAI(Chief Scientist of AI)로, 캐나다 이동통신사 1위 벨 출신의 AI 전문가 케빈 페레이라 박사를 토론토 AI 연구소장으로 각각 영입했다. IBM 출신의 박진용 상무를 LG화학의 디지털 전환을 담당하는 DX(디지털 전환) 담당 상무로 영입하는 등 전체 외부 영입 인재 중 약 30%를 DX, 빅데이터, AI 등 분야의 전문가들로 채웠다.

LG AI연구원의 경우, 현재까지 AI 분야의 중량급 우수인재 100여명을 영입했고, 올해 말 150여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룹 전체적으로는 1200여명의 AI 전문가를 확보한 상태다. 또한 LG의 각 계열사는 별도의 DX 전담조직을 신설해, 제품·서비스 생산 및 판매 등 경영 활동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LG는 AI 및 DX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해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친환경 소재, 바이오 & 디지털 헬스케어, AI 빅데이터 등 미래 분야에서 다양한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투자는 2018년 미국에 설립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맡고 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의 주요 계열사들이 4억2500만 달러(약 5000여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 중인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미래 역량 강화의 전진기지 역할에 힘쓰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대표 취임 이후 LG는 당장 성과를 보이지 않아도 임직원들의 새로운 시도나 의미 있는 도전을 응원하는 ‘실천’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라며 “임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애자일(Agile)한 조직 운영으로 신사업을 확대해 급변하는 경영 상황에서 더욱 고객가치를 실현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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